풍경과 하나 되는 곳, 암자로 떠나는 친환경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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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과 하나 되는 곳, 암자로 떠나는 친환경 여행

0 개 566 템플스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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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가까워지는 곳. 산이라는 바다에 숨겨진 등대 같은 곳. 빼어난 풍경과 수많은 기도의 사연을 간직한 곳. 


암자(庵子)에 가면 자연과 하나가 되는 삶의 원형을 만날 수 있다. 그곳에서는 사람도 풍경의 일부가 되어 버린다. 암자로 가는 길은 차가 다닐 수 없는 산길이거나 좁은 오솔길인 경우가 많다. 도보로 가야 하는 까닭에 탄소 배출을 줄이는 친환경 코스로 추천할 만하다. 체험형 템플스테이는 정해진 프로그램대로 움직여야 하지만, 휴식형 템플스테이는 시간이 여유로우니 머무는 절 근처에 있는 암자에 다녀오기 충분하다. 며칠씩 묵을 경우에는 1일 1암자 순례도 가능할 터. 가벼운 차림으로 홀가분하게 떠나는 암자 여행. 그 숨겨진 매력을 찾아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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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비경이 펼쳐지는 곳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세상 이치를 통달한 도인처럼 유유자적 노래하는 송창식의 노래에 나오는 그곳. 선운사에 처음 갔던 날이 아지랑이처럼 떠오른다. 그리운 님 만나러 가는 길, 설레는 발걸음처럼 두근거리는 리듬의 그 노래가 저절로 흥얼거려졌다. 일 때문에 갑자기 가게 되었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뜻밖의 풍경을 만나게 되었고, 그래서 더더욱 인상 깊이 간직되었을지도 모른다. 


동백나무 숲 때문이기도 하다. 도량 한 편에 넓은 숲을 이룬 동백나무 붉은 꽃들이 나무 아래 송이째 툭툭 떨어져 있는 모습을 보았을 때, 순간 아찔해졌다. 일상에 무뎌졌던 감정선이 섬세하게 되살아났다. 그 풍경 속에 서 있는 나도 한 그루 동백이 되어 저 붉은 꽃처럼 생생하게 피고 지고 스러져 내리는 느낌이었다. 


한국의 사찰을 순례하는 외국인들 취재를 맡았던 터라 일행과 함께 서둘러 다음 행선지로 향했다. 도량 밖으로 빠져나와 등산로와 슬쩍 만나는 길을 한참을 걸어서 올라갔다. 가을 낙엽들이 겨울 지나 봄까지 수북하게 쌓여 있었고, 길 따라 구불구불 흐르는 냇물은 졸졸 소리를 내며 봄기운을 전해 주었다. 누군가, 그 냇물 이름이 도솔천(兜率川)이라 했다. 미래에 오실 부처님, 미륵불이 세상에 내려오기 전에 머무르는 바로 그곳이 도솔천(兜率天) 아닌가.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풍경 속으로 점점 깊이 들어가는 발걸음도 마음도 한껏 달떴다. 


그때까지 암자는 아무나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여겼다. 힘들 거라고, 그렇게 가 봤자 별 거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도솔암에서 확연히 깨달았다. 절에서 보던 산과 암자에서 보는 산은 사뭇 달랐다. 깎아지른 듯한 기암절벽들이 병풍처럼 둘러쳐지고 사방이 탁 트인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이 절경을 보지 못하고 아래에서만 머물다 갔으면 어쩔 뻔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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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고요하고도 자연스러운 여행


그 이후로 절에 가게 되면 암자를 찾아 다니기 시작했다. 산자락 어디에 암자가 몇 개가 있는지, 이름이 무엇인지, 그 이름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 영화 속편처럼, 절과는 또 다른 암자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시작된 편력 덕분에, 이판(理判)을 떠나 암자에 은둔하며 수도하는 선승들을 뵙는 절호의 기회도 간혹 누릴 수 있었다. 


여러 전각들로 채워진 절집에 비해 암자는 더없이 고즈넉하고 호젓하다. 절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그 절 산자락 어딘가에 자리한 암자를 찾아가면 상상 밖의 풍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큰 절이 들어선 큰 산에는 마치 혈(穴) 자리를 표시하듯 곳곳에 암자들이 자리 잡고 있다. 더러는 본찰보다 암자가 더 유명한 곳도 있다. 암자에 가 보고 나면 그 절이 자리 잡은 산의 크기와 품을 가늠하게 되면서 공간을 인식하는 스케일이 달라진다. 그야말로 신세계가 열리는 것이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암자는 길이 잘 닦여 있지만, 대부분 암자로 가는 길은 평탄치 않은 편이다. 등산로와 이어진 인적 드문 산길이거나 비포장도로인 경우가 많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만큼 좁은 오솔길로 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 차를 가지고 갈 수 없는 길이니 꼼짝없이 두 발로 걸어가야 한다. 자의 반 타의 반, 탄소 배출을 줄이는 친환경적인 여정이 이뤄지는 셈이다. 거기에 명상과 휴식은 덤으로 얹어진다. 


그러고 보면, 암자로 가는 여행은 가장 고요하고도 자연스러운 여행이 아닐까 싶다. 자신의 호흡과 발걸음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내면의 시간을 누림과 동시에 탄소 발자국을 줄이고 불필요한 소비를 하지 않는 친환경적인 여행이니 말이다.



기후위기의 시대, 궁극의 여행을 떠나다


언제부턴가 여행은 여행이 아닌 것이 되어 버렸다. 인터넷 쇼핑하듯 숙소와 여행지를 고르고, 온갖 먹거리를 찾아 다니며 ‘인증샷’을 남기고, 위생적이라는 이유로 너무나 쉽게 일회용품을 사용한다. 대중 교통 보다는 자동차로 이동하기 십상이고, 게다가 비행기로 이동하는 여행의 경우에는 엄청난 탄소 발자국을 남기게 된다. 


일상을 떠나 새로운 에너지를 얻기 위해 떠나는 여행이 왜 이렇게 환경을 해치는 행위가 되고 말았을까. 최소한의 쓰레기와 탄소 발자국을 남기며, 최대한의 휴식과 평화를 얻을 수 있는 여행은 정말 어려운 걸까. ‘세상에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어’라는 책 제목처럼, ‘세상에 무해한 여행’을 하고 싶다는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 맥락에서,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플뤼그스캄(Flygskam, 비행기 여행의 부끄러움)’이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은 무척 반갑다. 막대한 양의 공해를 발생시키는 비행기 대신 기차나 도보 등 다른 이동 수단을 이용하고자 하는 플뤼그스캄 운동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며 전 세계적인 동참을 이끌어 내고 있다. 불편함은 있지만 부끄러움은 없는 여행. 그것은 우리에게 좀 더 지속가능한 미래를 보장해 줄 묘안임이 분명하다. 


진정 부끄러운 여행이 되지 않으려면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떠나야 한다. 편리를 추구하는 소비적인 여행의 룰에서 벗어나, 조금 불편하더라도 세상에 해가 되지 않는 수단과 방식을 찾아가야 한다. 그리하여 여행이 삶의 본질을 되찾는 시간이 되도록 가꾸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여행이라는 말과 함께 흔히 쓰이는 ‘관광’의 의미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관광’이라는 말은 『역경(易經)』에 실린 ‘관국지광(觀國之光)’이라는 구절에서 비롯되었는데, 말 그대로 ‘나라의 빛을 살펴 본다’는 뜻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단순히 대상을 보는 의미의 견(見)이 아니라 본질을 꿰뚫어 보는 의미의 관(觀)이 쓰였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광(光)의 의미이다. 어둠에 상대하는 빛이 아니라, ‘핵심’을 뜻한다. 


관광이라는 말이 현대에 와서는 즐거움을 쫓는 유희의 의미로 폄하되어 쓰이고 있지만, 본래는 ‘여행을 다니며 그곳의 핵심을 통찰한다’는 뜻으로 쓰였던 것이다. 새로운 곳에서 아름답고 수려한 풍경을 만나면 보이는 것에 마음이 혹하기 십상이다. 그러한 인간의 본성을 경계하라는, 어디서든 보이는 색(色, 물질의 세계)에 빠지지 말고 그 본질인 빛(光, 정신의 세계)을 찾으라는 것이 고전에 담긴 관광의 참뜻이 아닐까 싶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이 새삼스러운 계절, 새봄에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여행을 떠나 보자. 세상에 무해한 여행, 불편하지만 부끄럽지 않은 여행,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여행, 지금 나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여행, 그리하여 삶의 본질을 통찰케 하는 궁극의 여행, 관광의 여행을.


■ 제공: 한국불교문화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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