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소리, 바람소리 경전에 혼자라는 돌멩이를 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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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소리, 바람소리 경전에 혼자라는 돌멩이를 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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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문화연수원
사진: 한국문화연원·하지권
 

천하명당, 심산유곡(深山幽谷)의 물소리  


4년 전 몸과 마음이 녹아내려서 삶의 뼈대가 모빌처럼 흔들리던 시간. 


한 자루 촛불 같은 희망을 찾고 있을 때 나를 품어주는 대자연을 만났다. 그곳은 공주 유구천과 마곡천 사이의 심산유곡으로 『정감록(鄭鑑錄)*』에서 십승지(十勝地)로 불린 ‘유구마곡양수지간(維鳩麻谷兩水之間)’의 은둔지다. 이곳 태화산에 둥지를 튼 한국문화연수원과 인연을 맺은 것은 오래된 운명 같다. 나는 새로운 과업으로 지친 몸과 아픈 마음을 치유하는 시테라피(poetry therapy)라는 프로그램을 설계하면서 이곳 풍경과 친해졌다. 


시테라피는 실험적인 마음수업으로 첫눈처럼 훈훈한 인연을 만들어 주었다. 템플스테이 참가자와 함께 읽은 시들은 하나하나의 별빛과 눈송이처럼 아픈 상처를 마주보게 했고 또 앞으로 살아갈 힘을 지지해준 뜨거운 영혼이었다. 이곳의 바람과 물소리는 살아있는 시이고 경전이며 편안한 안식처였다. 그 자연에서 마주친 수많은 나는 혼자라는 돌멩이처럼 단단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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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과 여유, 그루터기에 모인 호흡들 


한국문화연수원은 2009년 개원 이후로 일반기업체와 공공단체의 연수, 세미나, 워크숍 등의 대관은 물론 자체 프로그램 운영으로 교육과 휴식, 문화와 예술, 자연과 치유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한국문화의 세계화, 불교문화의 대중화, 전통문화의 현대화를 목표로 1만여 평의 부지에 최첨단시설의 교육동을 비롯하여 300명 수용의 숙박시설과 대강당, 강의실, 감로당, 솔향기카페 등의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곳의 음식은 건강식으로 친환경적이다. 개원 초기부터 시작한 <다비움다채움> 명상프로그램은 스트레스를 벗고 싶은 이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전국에서 이곳을 찾는 이들은 코로나로 몸살을 앓기 전까지 연 3만여 명에 이른다. 단체연수로는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해서 참여연대환경운동연합, 육군본부, 서울대학교, 수자원공사, 풀무원 등 수없이 많다. 최근에는 위드 코로나 정책에 힘입어 템플스테이 참가자가 증가추세에 있다. 마치 전란의 두려움에 빠진 백성이 삼재팔란(三災八亂)을 피할 수 있다고 믿었던 희망의 십승지처럼. 각자의 상처와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서 이곳의 솜이불 산자락으로 찾아오는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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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소나무 숲의 언어, 위로 


저마다의 슬픔은 노을 속에서 장엄하게 타버릴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붉게 타오르지 않는 소나무 숲의 푸른 언어를 허름한 몸으로 받아들인다. 한순간은 나무가 된 듯 수많은 가지를 뻗어서 풍성해진 마음을 느낀다. 지금보다 더 살찌우고 싶은 행복이 풍선처럼 두둥실 떠오르는 체험을 이곳의 숲명상과 기체조 프로그램을 통해서 느긋하게 배운다. 


몸의 긴장을 풀어주는 숲해설사를 좇아서 백제 무왕41년 자장율사가 창건한 마곡사의 군왕대까지 걷다보면 욕망의 덩어리가 얼마나 큰 짐인지를 알아차린다. 티끌만한 우주까지 내려놓아야 하거늘, 나를 비우고 채우는 시간은 천년 숲에 있다. 그 청정한 숲으로 가는 명상길은 이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의 일부가 되어 수 많은 이들을 기다린다.


숲에는 내밀한 자연의 언어가 삐죽 솟아있다. 자연과 인간, 차안과 피안, 고요와 소요, 고통과 희열이 한 몸으로 공존한다. 숲은 아직도 내가 모르는 질서를 고집하며 굵은 줄기로 고뇌한다. 자신의 삶을 몸소 실천하는 그들은 풍선처럼 부풀렸던 잎사귀를 모두 떨구고 그의 봄날을 “시리게” 기다리고 있다. 나는 오늘도 그 숲의 수정고드름 같은 언어에 귀를 기울인다.


한국문화연수원의 동서남북은 삶에서 삶으로 걸어온 숲의 군락으로 퍼져있다. 그렇게 짙게 우거져서 거대한 바위의 눈빛과 침묵을 따라와야 비로소 출입구를 찾을 수 있다. 산중이 깊어서일까. 


일제강점기 백범 김구선생은 ‘원종(圓宗)’이란 법명으로 인근에 피신해 있었고 천도교 최시형과 손병희, 천태종 상월조사도 이곳 가까이에서 마음을 닦았다. 어찌 생각하면 이곳은 국가적 재난으로 인해서 상처받은 이들을 보다 잘 위무할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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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사진은 우리나라 최대 기와터 발굴지인 본터 위에 세운 기와문화관으로 이곳에서 운영하는 별도의 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으니, 전통문화에 관심이 많은 이라면 기업연수나 단체 방문이 아니더라도 인터넷 예약 후 지인들과 함께 방문해도 좋다.


승효상의 맨 얼굴 건축, 솔직한 풍경


한국문화연수원은 ‘빈자의 미학’을 추구한 승효상 작가의 작품이다. 그는 건축 부재의 맨얼굴을 꾸밈없이 드러낸다. 화장기를 빼버린 미니멀리즘의 구현이다. 그에게 쇠는 쇠의 마음을, 돌은 돌의 마음을, 나무는 나무의 마음을 드러낸다. 그런 이유로 건물의 표정은 극도로 절제되어 있다. 쇠와 돌과 나무라는 오브제가 사람을 맞이하는 공간이며, 그들의 낯선 솔직함이 드러나는 공간이다.


놀라거나 왜곡하지 않은 시선은 “그냥 그렇게” 보인다. 자유롭게 거닐면서 이것저것 부딪치다보면, 내 것이 아닌 얼굴을 마주친다. 멈칫. 너야말로 누구냐고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미션, 일곱 개의 혼자 


이곳에는 바람고개와 물의 계단을 건너온 이들에게 추천하는 일곱 가지 행복미션이 있다. 산(山)사람 같은 이곳의 식구들은 간곡히 추천한다. ① 나만 생각하기 ② 밤하늘 별보기 ③ 나무와 포옹하기 ④ 멍 때리기 ⑤ 마곡천 물소리 듣기 ⑥ 하늘에 편지쓰기 ⑦ 군왕대에서 기(氣)받기. 이상 일곱 가지를 완수한 이들에게는 축하인사를 올린다.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혼자가 되었습니다”



* 조선시대에 널리 유포되던 예언서로 왕조에 반하는 성격 때문에 금서에 속했지만, 민간에 널리 전승되어왔다. 난세에 풍수설에 따라 정해진 몇 곳의 피난처만이 복을 누릴 수 있으며, 이씨 왕정이 멸망하고 새로운 세계가 도래할 것이라는 당시의 민심을 담고 있다. 본서에는 “몸을 보전할 땅이 열이 있으니, 풍기 금계촌, 안동 화곡, 개령 용궁, 가야 단춘, 공주 정산 마곡 진천, 목천, 봉화, 운봉 두류산, 태백이 길이 살 수 있는 땅이다.”라며 십승지를 복된 이상향으로 거론하고 있다.


- 한국문화연수원은 기업연수에 최적화된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규모별로 여러 강의실과 회의실, 너른 식당을 구비한 것은 물론, 대공연장과 한옥체험 시설도 갖고 있다. 선과 면의 조형미 중심으로 설계된 건축물인만큼 대자연의  포근함과 현대적인 감각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공간들이다.


- 한국문화연수원은 마곡사와 인접해 있어 잠시 시간을 내어 천년고찰을 둘러볼 수 있는 좋은 입지를 갖췄다. 연수시설 끝 쪽에 배치 된 솔향기 카페에서는 커피와 차, 간단한 간식으로 요기도 가능하며, 식당 부근에 노래방과 체력단련실도 보유하고 있어 연수원을 이용하는 이들의 ‘쉼 계획’에 충실히 활용될 수 있다.


■ 충청남도 공주시 사곡면 마곡사로 1065

    041-841-5050 I budcc.com 


■ 제공: 한국불교문화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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