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다리 효과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멜리사 리
Jessica Phuang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EduExperts
이주연
심혜원
들 풀

흔들다리 효과

0 개 1,268 한일수

이민 와서 초창기에 ‘오클랜드 내춰럴 히스토리 클럽(Auckland Natural History Club)’ 이라는 자연 탐사 단체에 가입하여 활동한 적이 있다. 주말을 이용하여 역사성이 있는 자연을 탐사하는 단체로 설립한지 100년이 가까워지는 조직이다. 연휴가 있는 때는 2박3일 지방 여행을 하기도 하는데 주로 오클랜드 주변 산을 트램핑(Tramping)하며 그 지역의 역사적인 내력을 해설해주어 이민자한데는 특히 유용한 기회가 되어주고 있었다. 그 때 와이우쿠(Waiuku) 반도를 답사했는데 사우스헤드(South Head)라고 불리는 반도의 끝에서 마누카우 하버(Manukau Harbour)를 내려다보면서 탄성을 질렀던 기억이 생생하다. 맞은 편 노스헤드(North Head)는 피하비치(Piha Beach)의 남쪽 끝에 해당되는데 바로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느껴졌고 타스만(Tasman) 바다가 그 사이를 뚫고 들어와 마누카우 하버가 전개된다. 양쪽 헤드 사이를 흔들다리로 연결해보면 어떨까 하는 구상을 해 본 것이다. 다리를 건널 때 스릴(Thrill)을 느끼며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면서 짜릿한 경험을 만끽하리라는 상상이다. 물론 관광 상품으로도 힛트(Hit)할 거란 생각이었다.       

 

‘흔들다리 효과(Suspension Bridge Effect)’는 위기 상황에서 함께한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는 심리 현상이라고 발표되고 있다. 긴장 상태에서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그 긴장 상태를 자기와 함께 있는 사람 때문에 생기는 감정이라고  착각할 수 있다. 이를 학술적으로는 ‘흥분-전이’ 과정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부정적 감정인 공포나 불안이 긍정적 감정인 호감이나 애정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를 자아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교감신경의 흥분 상태에서 활발하게 분비되는 아드레날린 때문이라고 한다. 긴장 상태이든 사랑을 느끼는 상태이든 아드레날린은 분비되므로 활동성 높은 운동을 해서 숨이 가빠른 상태이거나 단순이 숨이 가빠지기만 해도 흔들다리 효과가 유도 된다고 보는 것이다. 유원지에서 과격한 놀이기구를 타거나 혹은 귀신의 집에서 좋은 감정을 높이고 관람차를 타면서 긴장감을 고조시킨 다음 현실 세계로 복귀하는 순서는 계획된 코스이다. 흔들다리는 산의 계곡이나 깊은 호수에 설치되어 있으므로 자연스럽게 숨이 가빠질 수밖에 없는데 연인들 사이가 더욱 가깝게 느껴지는 계기가 되기 십상이다. 


갑작스러운 재난 상황에서는 친했던 사람이 아닌, 처음 보는 낯선 사람과도 유대감을 나타낸다. 한국에 있을 때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나 중간에서 멈춘 적이 있었는데 문이 열리지도 않고 좁은 공간 안에서 10여명이 갇혀 있으니 공포감이 엄습했다. 갇힌 일행들은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생사를 같이할 동료들 같이 느껴졌다. 이런 때 연인 사이라면 더욱 가까워질게 뻔한 이치이다. 엘리베이터에 탑승할 때는 낯선 사람이었는데 위기에 닥치니까 이 세상에서 가장 가깝고 중요한 사람처럼 느껴지는 경험을 했다. 다행이 작동이 다시 되어 풀려 나올 땐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고 일행들에게 전우애 같은 끈끈한 정을 나누고 싶었다. 


인간의 감정은 모순 덩어리이다. 무서운 상황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공포와 긴장 상태를 일부러 즐기고 싶어 한다. 사람은 공포, 불안, 혐오 등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피하기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한다. 치안 유지가 잘 되는 곳에서 살기 위해 돈을 벌고 나쁜 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 건강관리에 돈과 시간을 투자한다. 그런데 반대로 일부러 공포를 경험하려고 폐가를 찾거나 귀신의 집, 흔들다리  또는 롤러코스터 같은 어트랙션(Attraction)을 즐기기도 한다. 이 같은 사람의 모순된 감정과 행동이 왜 일어나는가? 어트랙션을 경험한 후 보다 긍정적인 감정 상태를 보인다고 한다. 특히 어트랙션 전에 스트레스, 피로, 지루함 등을 많이 느꼈던 사림일수록 긍정적인 변화가 많다는 것이다. 이는 감정의 ‘재정비(再整備)’와 관련이 있다. 무섭고 두려운 경험을 하고 나면 괴롭고 지겹다고 느꼈던 일상의 수고가 가볍고 편안하게 느껴지는 재정비가 일어나면서 기분 개선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신체 감각들이 재정비되는 원리도 마찬가지이다. 실내에서 춥다고 느껴질 때 얇은 옷차림으로 차가운 바깥바람을 쐬다 들어오면 집안이 갑자기 따뜻하게 느껴진다. 마찬가지로 일상을 힘들게 느꼈던 사람이 무서운 경험을 한 후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면 덜 힘든 것으로 느끼게 된다는 이치이다. “오늘 같은 강풍과 추위에 어떻게 바다에 나가 맨발로 물속에서 걸을 수 있느냐?”고 지인들이 물어본다. 나는 그날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갔다 온 사실을 확인 시켜준다. 같은 조건에서 수영하는 사람을 보면 걷는 건 약과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추위를 이기는 것이고 외출할 때도 가볍게 차려입으니 편리하고 집안이 덥게 느껴져 경제적이다. 춥다고 웅크리고 있으면 몸은 더 춥게 느껴지고 몸은 더 약해 질 것이다.       


뉴질랜드 생활이 평안하고 사건 사고가 적어 무료하게 느껴지기도 하다. 반면 한국은 번잡하고 세상일이 가파르게 진행되는 편이다. 기후도 4계절의 변화가 뚜렷하고 긴장 속에서 생활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광복 후 5년 만에 한국전쟁을 겪으며 비참한 처지로 내몰렸고 그 후 70년 동안 수차례의 정치 변혁을 거치면서 그래도 계속적인 발전을 거듭해 왔다. 뉴질랜드에서는 이러한 변화의 물결이 미미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한국은 신나는 지옥이고 뉴질랜드는 심심한 천국이다’라는 말이 통용되는지도 모른다. 한국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경쟁적으로 흔들다리를 건설하고 있다. 좀 더 짜릿하고 공포심에 휩싸이는 경험을 맛보이기 위해 가장 높은 또는 가장 긴 출렁다리를 자랑하는데 세계에서 가장 긴 721m의 출렁다리도 한국에서 개통되었다.  


너무 안전하고 편안하거나 변화가 없고 일상적인 일이 계속되면 삶이 지루하고 무기력해지기 쉽다. 뉴질랜드 생활에도 좀 더 자극적인 변화를 가미할 필요가 있겠다.

아리랑 가락이 뉴질랜드 하늘 아래서

댓글 0 | 조회 254 | 7일전
뉴질랜드에 합창이 도입된 것은 19세기에 이르러서 이고 초창기에는 백인 위주의 단원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한국에서는 20세기가 되어서야 합창단이 태동하기 시작했으… 더보기

걸어야 산다, 살려거든 걸어라

댓글 0 | 조회 514 | 2025.07.09
걷기는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인류의 생존방식의 생태학적 행동이다. 모든 생물체는 자연 속에서 태어나고 한평생을 자연과 함께 지내다가 다시… 더보기

알카트라즈 교도소

댓글 0 | 조회 400 | 2025.06.10
북태평양을 항해하면서 샌프란시스코를 향해 진입하다보면 금문교(Golden Gate) 밑을 통과하게 된다. 그러고 나서 바로 샌프란시스코 만으로 들어오게 되는데 만… 더보기

요세미티(Yosemite) 국립공원

댓글 0 | 조회 584 | 2025.05.14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여행하는 사람은 대개 요세미티 공원을 방문하게 된다. 인류가 요세미티를 처음 방문한 기록은 8000년-1만 년 전 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더보기

IT가 세상을 바꾼다

댓글 0 | 조회 431 | 2025.04.08
40여 년 전 미국을 처음 방문한 이래 20세기 중 몇 차례 방문한 일이 있지만 21세기 들어 25년 만에 개별 방문 차원에서 미국의 샌프란시스코를 돌아보고 몇 … 더보기

이 기(氣)가 막힐 현실을 어찌하오리까?

댓글 0 | 조회 557 | 2025.03.11
설날이 지난 어느 날 서울에 있는 딸하고 통화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인사말로 시작했으나 작년에 세계적인 뉴스거리가 되었던 한 강 작가가 생각나서 비꼬듯 한… 더보기

뉴질랜드 설맞이

댓글 0 | 조회 501 | 2025.02.11
낯선 나라에 이주해 정착하는 과정에서 이주민은 새로운 문화와 부딪히게 되고 문화적인 충격을 겪게도 된다. 이러한 문화적인 충격을 흡수하고 자기의 정체성을 유지하면… 더보기

한 번 뿐인 인생, 두 세상 살아가기

댓글 0 | 조회 909 | 2025.01.15
지나간 과거는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는 언젠가 죽을 수 밖에 없는 운명에 처해 있다. 우리는 지나간 과거를 후회해도 소용없고 지나간 과거에 사… 더보기

선택과 집중

댓글 0 | 조회 500 | 2024.12.04
“인생은 연속되는 선택의 과정이자 그 결정의 총 집합이다”라고 레프 톨스토이(Lev Tolstoy, 1828-1910)는 말했다. 우리는 생애 중 끊임없는 크고 … 더보기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다

댓글 0 | 조회 714 | 2024.11.06
고등학교 때의 일이다. 조회 시간에 교장선생님 훈화 중 “4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에 대한 내용이 생각난다. 4촌이 논을 사면 기뻐할 일인데 왜 배가 아파야… 더보기

21세기 문명의 몰락

댓글 0 | 조회 711 | 2024.10.08
벌써 17년 전의 일이지만 2008년 베이징에서 치러진 하계 올림픽 때의 기억이다. 올림픽 개막식은 가장 장엄하고 규모가 크고 호화찬란했으며 만 오천 명에 이르는… 더보기

뉴질랜드 아리랑

댓글 0 | 조회 1,086 | 2024.09.11
한민족에게는 ‘아리랑’이 있고 뉴질랜드인에게는 ‘포카레카레 아나’가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민요인 아리랑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한민족의 정서 속에 녹아내려 민중… 더보기

다문화적 하모니

댓글 0 | 조회 674 | 2024.08.14
뉴질랜드는 19세기 초부터 유럽인들이 드나들기 시작했고 와이탕이 조약으로 1840년에 영국의 식민지로 나라가 형성된 200년이 채 못 된 신생국가이다. 또한 같은… 더보기

클레오파트라 – 마녀인가? 미녀인가?

댓글 0 | 조회 723 | 2024.07.09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만 낮았더라면 역사가 바뀌었을 것이다.” 인간의 불완전성과 모순성, 그 위대함과 비참함을 독특한 문체로 표출한 파스칼(Blaise Pas… 더보기

뉴질랜드에서 행복 찾기

댓글 0 | 조회 1,475 | 2024.06.12
우리는 보다 행복한 삶을 향해서 한 반도의 반대편인 뉴질랜드에까지 이주하여 새로운 삶을 개척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의 삶은 초심(初心)을 잃지 않고… 더보기

선거와 이미지

댓글 0 | 조회 877 | 2024.05.15
“정치는 국민의 마음을 읽는 예술이다”라고 표현할 수 있다. 그렇게 볼 때 지난 4월10일 한국의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민주당은 58%의 국민 속에 자리를 잡았고 … 더보기

마이너스 인생 살아가기

댓글 0 | 조회 1,571 | 2024.04.09
개념적으로 마이너스 인생이라고 하면 경제적으로 적자만 기록한 인생, 빚진 인생,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하고 헛되이 보낸 인생 등으로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여기서… 더보기

고독을 사랑하는 남자

댓글 0 | 조회 886 | 2024.03.12
반대편에 위치한 뉴질랜드로 이주해 살면서 흔히 부딪히는 말이 ‘고독’ 과 ‘외로움’이 아닐까 생각되는데 두 단어의 의미가 비슷하면서도 틀린 것 같아 망설이게 된다… 더보기

씨줄과 날줄

댓글 0 | 조회 1,237 | 2024.02.13
한국에 있을 때 읽었던 한 인용문을 떠올려본다. “하느님이 인간들을 천국으로 인도하려고 모든 사람들에게 실오라기 하나씩을 내려 보냈다. 사람들은 각자 실오라기를 … 더보기

청용(靑龍)의 해에 용꿈을 꾸세요

댓글 0 | 조회 987 | 2024.01.16
우리 한민족의 삶 속에는 언제든지 용이 있다. 용은 상상속의 동물이나 못이나 강, 바다와 같은 물속에서 살며, 비나 바람을 일으키거나 몰고 다닌다고 여겨져 왔다.… 더보기

유아의 기억력

댓글 0 | 조회 1,191 | 2023.12.13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자 각종 파티가 연달아 개최되고 있다. 이민 초기부터 키위성당 모임을 통해서 친분을 쌓게 된 키위 한분은 데어리 플랫(Dairy Flat) 지역… 더보기

한글을 사랑해

댓글 0 | 조회 1,014 | 2023.11.14
“일본인들은 4-5세기에 한반도 남해안에 작은 식민지를 가지고 있었다. 1640년대에 한국은 중국 청나라 왕조의 속국이 되었다”라고 외국 교과서에 실려 있다고 한… 더보기

한민족의 미래

댓글 0 | 조회 1,111 | 2023.10.10
한민족은 한반도와 해외 여러 지역에 살면서 한인(Korean)으로서의 공통적 혈통과 문화를 공유(共有)하거나 공유한다고 생각하는 아시아 계 민족으로 정의하고 있다… 더보기

갯벌의 저주(詛呪)

댓글 0 | 조회 1,336 | 2023.09.12
갯벌은 살아 있다.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갯벌의 생태적 가치는 숲의 10배, 농경지의 100배에 달한다고 한다. 육지에서 배출되는 각종 오염물질을 정화해서 바다가… 더보기

멜랑콜리한 겨울 장마철

댓글 0 | 조회 1,527 | 2023.08.09
장마철이 계속되다 보니 대외활동이 제한되고 찾아 갈 곳도 또한 찾아 올 사람도 마땅치 않아 할 일 없이 집에만 있게 되는 날이 많아지게 되는 요즈음이다. 그러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