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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가면서 하루에도 수십 번씩 다양한 감정을 느낍니다. 기쁨, 분노, 불안, 외로움처럼 감정은 우리의 일상 곳곳에 존재하지만, 정작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표현해야 하는지는 배운 적이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감정을 드러내면 약해 보인다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많은 사람들은 감정을 억누르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감정은 억제한다고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억눌린 감정은 마음 깊숙이 쌓여 심리적 혼란을 일으키고, 때로는 신체적인 증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직장인은 회의 중 부당한 지적을 받았지만 자신의 감정을 꾹 눌러 참았습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했지만, 퇴근 후에는 이유 없는 짜증과 피로감에 시달렸고 결국 만성 위염 진단을 받았습니다. 감정을 억누른 결과가 몸에 나타난 것입니다. 이는 결코 예외적인 사례가 아닙니다. 감정은 우리가 무시한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으며, 그저 더 복잡하고 무거운 방식으로 되돌아올 뿐입니다.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결코 나약함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은 정서적으로 성숙한 사람입니다. 표현을 통해 감정은 정리되고 해소되며, 그 과정에서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됩니다. 감정을 표현하면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깊은 공감과 연결이 가능해집니다. “괜찮아”라는 말로 감정을 감추기보다, “속상했어”, “서운했어”와 같은 구체적인 언어로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 진정한 소통의 시작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감정을 읽고 표현하는 연습을 할 수 있을까요?
첫 번째는 감정 어휘를 늘리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때 몇 가지 단어에만 의존합니다. 그러나 감정은 훨씬 세분화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단순히 “화났다”가 아니라, “억울하다”, “모욕감을 느낀다”, “당황스럽다”와 같이 더 구체적인 단어를 사용할 수 있어야 감정을 정확히 이해하고 다룰 수 있습니다.
두 번째 방법은 감정 일기를 써보는 것입니다. 하루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을 떠올리고, 그때 느꼈던 감정을 글로 적어보는 것입니다. 단순히 “오늘은 짜증났다”가 아니라, “회의 중 발표할 때 모두가 핸드폰을 보길래 무시당한 느낌이 들었고, 속이 꽉 막히는 듯 답답했다”는 식으로 감정의 원인과 신체 반응까지 적어보면 감정에 대한 통찰이 깊어집니다.
세 번째는 감정을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 나누는 것입니다. 친구, 가족, 연인 혹은 필요하다면 전문가처럼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해보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과 정서적 해소가 일어납니다. 단, 이때 중요한 것은 감정을 고치려 하거나 평가하지 않고, 그저 “그랬구나, 힘들었겠다” 하고 수용하는 태도로 대화하는 것입니다. 이런 감정 중심의 대화를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실천하면, 인간관계의 질이 훨씬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하루에 한 번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지금 내 마음은 어떤가?”라는 간단한 질문은 감정을 인식하고 자신과 연결되는 작은 문이 됩니다. 바쁘고 정신없는 일상 속에서도 감정은 계속해서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 신호를 외면하지 말고 들어주는 연습을 해보세요.
감정을 이야기하는 것은 결국 자신을 살아내는 일입니다. 진짜 감정을 말하고, 그 감정을 누군가와 나눌 수 있는 용기에서 우리의 삶은 비로소 깊어지고 단단해집니다. 지금, 당신의 마음은 무엇을 느끼고 있나요? 그 감정에게 말을 걸어보세요. 그것이 더 건강하고 진정성 있는 삶의 시작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