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수염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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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수염 1편

0 개 2,013 송영림

피 흘리는 여성들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는 책 <자기만의 방A Room of One’s own>에서 여성이 글을 쓰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돈과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에게 그의 재능에 필적할 만한 재능을 가진 누이가 있었다 하더라도 남성 위주의 제도적 장치로 인한 억압 때문에 그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을 거라고 말한다. 


그리고 남성의 이름을 필명으로 사용하여 작품을 발표할 수밖에 없었던 커러 벨Currer Bell(샬롯 브론테Charlotte Bronte의 필명), 조지 엘리엇George Eliot, 조르주 상드George Sant 등의 작가들을 거론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들 또한 여성에게 부과된 경험의 제약과 여성작가에 대한 가혹한 비판으로 인해 고통 받았고, 여성문학 전통의 부재로 인해 여성 고유의 경험을 고유의 언어로 표출할 수 없었다. 제인 오스틴Jane Austen과 에밀리 브론테Emily Jane Bronte만이 이러한 제약을 극복하고 비교적 왜곡되지 않은 작품을 남길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나이팅게일Florence Nightingale이 여성은 자기만의 시간을 삼십 분도 갖지 못하고 늘 방해만 받았다고 불만을 토로한 것과 같이, 제인 오스틴이 어떤 상황에서 글을 써야 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 있다. 제인 오스틴의 조카 제임스 에드워드 오스틴 레이James Edward Austen-Leigh는 제인 오스틴이 생애 마지막 날까지 혼자만의 서재가 없었고, 작품 대부분은 온갖 종류의 일상적 방해에 지배받은 채 공동의 방에서 써야 했으며,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원고를 숨겨야 했다고 회상록A Memoir of Jane Austen에서 쓰고 있다. 


그런데 문득 먼 나라까지 갈 것도 없이 우리나라의 천재작가 허난설헌許蘭雪軒이 떠오른다.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다가 스물일곱의 젊디젊은 나이에 허망하게 떠난 누이의 작품들을 동생인 허균許筠이 중국의 시인 주지번朱之蕃에게 건네지 않았더라면 우리의 역사에서 허난설헌은 잊히었을지도 모른다. 당시 우리나라에서 여성이 시를 썼다는 이유만으로 그의 무덤 위에 비난의 화살을 꽂을 때, 다행히 허난설헌의 작품은 중국으로 건너가 돌풍을 일으키며 여러 차례 작품집이 간행되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읽힐 수 있었다. 


위 이야기들이 이미 지난 세기의 여성들이며, 작가 또는 예술가라는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어쩌면 우리와 동떨어진 이야기로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들의 문제는 현재 유리천장이나 경력단절여성이라는 말이 대변하듯이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확인이라도 하듯 얼마 전 한 프로그램을 보며 위 특별한 여성들에게서 느낀 답답한 감정들을 현대의 지극히 평범한 여성들로부터 다시 한 번 느꼈다. 



그 프로그램은 아이부터 어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고민을 들고 나와 패널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해결책을 모색하고, 최종적으로는 방청객들의 판단을 들어보는 토크 프로그램이었다.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고민을 듣다 보면 별 고민이 아니다 싶은 것도 있지만 때로는 나와 주변의 인물들이 평범하여 얼마나 다행인지 안도하게 되는 심각한 고민들도 있다. 그중 특별히 두 사람의 인상적인 고민이 있었는데 그 고민의 주인공들은 사랑이라는 미명 하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남편의 통제 속에서 꼼짝도 못한 채 갇혀 사는 공통점을 가진 여성들이었다.       <다음호에 계속>


송영림  소설가, 희곡작가, 아동문학가                 
■ 자료제공: 인간과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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