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수염 2편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푸른 수염 2편

0 개 1,728 송영림

피 흘리는 여성들


한 사람은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출산을 앞둔 새댁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사십대 후반의 중년 여성이었다. 그들은 결혼 이후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걸 남편에게 맞춰 생활해야 할 뿐만 아니라 친구들을 만나거나 여행을 갈 수도 없고, 심지어 젊은 여성의 경우는 남편이 하루 종일 전화를 하여 감시하는 것도 모자라 아내와 함께하고 싶다는 이유로 직장까지 그만두었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두 주인공의 고민과 바람은 남편의 통제로부터 조금이라도 벗어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또 한 사람의 고민의 주인공도 생각난다. 그는 남편의 지나친 폭언으로 인해 상처가 깊은 여성이었는데, 그 말들은 내가 들어도 결코 용서가 되지 않는 아내의 인격과 자존감을 완전히 짓밟는 것이었다. 이 여성의 경우 위의 두 주인공과 달라 보이지만, 그들의 남편이 아내를 자신의 틀 안에 가두어 하나의 인격체가 아닌 본인 소유의 감정 없는 물건처럼 취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위에서 언급한 과거의 여성작가들과 프로그램 속 주인공들의 고민을 들으며 문득 저 유명한 옛이야기 ‘푸른 수염Bluebeard’을 떠올렸다. ‘푸른 수염’은 어른이 된 지금 읽어도 매우 충격적이고 무서운 이야기로 다가온다. 특히 딸의 동선을 따라가며 그 심리를 읽다 보면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딸의 심리에는 두 가지의 측면이 있다. 하나는 사랑과 선택에 대한 측면이고 다른 하나는 궁금증과 호기심 그리고 그에 대한 갈등과 위반의 측면이다. 나는 이 두 가지를 주목한다. 


‘푸른 수염’은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이데올로기를 가장 극렬하게 보여주는 이야기로, 이 이야기를 처음 기록했을 당시의 시대상을 잠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17세기 프랑스의 샤를 페로Charles Perrault는 유럽에서 구전되는 옛이야기들을 기록하여 아동 교육을 위한 장르로 정착시켰고,‘푸른 수염’역시 그중 하나이다. 


그러나 페로는 옛이야기에 교훈을 덧붙여 당시 중요한 덕목이었던 남성의 권위와 여성의 복종이 결혼생활에 부와 행복을 가져오는 일임을 강조하였다. 결국 ‘푸른 수염’에도 역시 남성의 말을 위반하고 복종하지 않는 여성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푸른 수염’의 메시지가 페로가 살던 시대 또는 그보다 이후에 기록된, 비교적 원전에 가깝다고 여겨지는 독일의 그림 형제Jacob Grimm, Wilhelm Grimm의 옛이야기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 과거 동서양의 여성작가들과 마찬가지로 현대에 와서도 위에서 언급한 토크 프로그램의 주인공들과 같은 여성들이 주변에 존재하고, 남편의 통제와 폭력 앞에서 숨 죽여 살거나 심지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하는 여성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여전히 ‘푸른 수염’의 모티브로 다양한 작품들을 재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증명되고 있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카터Angela Carter의 <피로 물든 방Bloody Chamber>이나 하성란의 <푸른 수염의 첫 번째 아내>와 같은 소설이 바로 그것이다. 


여성이 자신의 방을 갖기 위해서는 ‘푸른 수염’의 금기된 방에서 보았던 장면처럼 피를 흘리는 대가를 치러야만 한다. 그것은 곧 여성이 자신의 능력을 펼치고자 할 때 오랜 역사 속에서 고착된 젠더 규범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수많은 칼날에 찔리며 희생해 왔다는 의미이다. 


<다음호에 계속>


송영림  소설가, 희곡작가, 아동문학가                 
■ 자료제공: 인간과문학

2020년 6월 월간조황

댓글 0 | 조회 2,581 | 2020.08.22
락다운이 끝나고 잠시 잠깐 낚시로 그… 더보기

음악과 함께하는 3분 요가와 운동 – 재미있고 신나게!

댓글 0 | 조회 1,520 | 2020.08.19
아직도 ‘요가’하면 그저 정적이고 지… 더보기

식중독(食中毒)

댓글 0 | 조회 1,881 | 2020.08.13
작년 우리나라 식중독(食中毒, foo… 더보기

스스로 아동을 지킬수 있는 자립마을을 꿈꾸며

댓글 0 | 조회 1,543 | 2020.08.12
우리가 아이가 사는 세상은 달라야 하… 더보기

가비 한잔 하실까요?

댓글 0 | 조회 2,837 | 2020.08.12
최근 19세기 말 인천을 배경으로하는… 더보기

생각이 섣부른 어느 날에

댓글 0 | 조회 1,861 | 2020.08.12
생각이 섣부른 어느 날에예쁜 색의 스… 더보기

부끄러워 할 줄 안다는 것

댓글 0 | 조회 1,727 | 2020.08.12
“부끄러움 아는 자기반성 능력, 인간… 더보기

남에게 속고 나에게 당하고..

댓글 0 | 조회 2,022 | 2020.08.12
사랑하고 존경하는 지인의 가족과 함께… 더보기

황진이 선인과 대화를 시작하며 4

댓글 0 | 조회 1,514 | 2020.08.12
황진이라는 분이 40세쯤 되어서 돌아… 더보기

나의 꿈나무

댓글 0 | 조회 1,215 | 2020.08.12
만약 그 누군가가 나에게 젊었을 때로… 더보기

온몸이 유연해지는 모닝요가

댓글 0 | 조회 1,581 | 2020.08.12
‘요가’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 더보기

Swing Plane

댓글 0 | 조회 1,644 | 2020.08.12
다운스윙의 임팩트 존에서의 스윙 평면… 더보기

말기환자의 삶에 대한 선택과 대마초의 기호화를 국민투표에 묻는다

댓글 0 | 조회 2,902 | 2020.08.12
올해 총선은 선거와 더불어 국민들에게… 더보기

현재 푸른 수염 2편

댓글 0 | 조회 1,729 | 2020.08.12
피 흘리는 여성들한 사람은 결혼한 지… 더보기

북극권에 진입하다

댓글 0 | 조회 2,063 | 2020.08.12
북극권에서 세상을 바라보다 (5)북극… 더보기

화(火)를 부르는 한국식 화법(話法)

댓글 0 | 조회 2,187 | 2020.08.12
누군가 내게 한국에서 사는 데 있어 … 더보기

즐거운 유숙留宿

댓글 0 | 조회 1,322 | 2020.08.12
시인 : 오민석푸른 안개에 잠긴 숲이… 더보기

파트너쉽 비자를 쥐락펴락하는 3가지

댓글 0 | 조회 3,937 | 2020.08.11
아무리 뉴 노멀의 시대라 해도 기존 … 더보기

알레르기성 비염은 완치가 가능한가?

댓글 0 | 조회 2,107 | 2020.08.11
알레르기성 비염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 더보기

흔적

댓글 0 | 조회 1,368 | 2020.08.11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태어나던 날은 … 더보기

말(馬)이야 막걸리야

댓글 0 | 조회 2,339 | 2020.08.11
구불구불한 골목의 끝에 다다라서야 간… 더보기

뉴질랜드판 염전 노예 사건

댓글 0 | 조회 2,916 | 2020.08.11
몇 년 전에 대한민국에서 지적 장애인… 더보기

겨울 나그네

댓글 0 | 조회 1,862 | 2020.08.11
오클랜드 겨울은 몹씨 음산하다. 눈내… 더보기

오이소박이 (1)

댓글 0 | 조회 1,565 | 2020.08.11
“배라먹을 짜식!”입안의 담뱃가루를 … 더보기

투표와 이민자로써의 혜택

댓글 0 | 조회 2,194 | 2020.08.11
처음 뉴질랜드에 정착하고 나면 선거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