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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too 그리고 With you
원래 이번에 내가 다루고자 했던 이야기는 다른 것이었다. 그리고 이미 반 이상 원고를 써 둔 상태이기도 하다. ‘개구리왕자’는 사실 다음 번에 다룰 이야기로 떠오르는 생각의 조각들만 수첩에 끄적거리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던 중 세계적으로 점점 더 뜨거워지는 Me too 운동과 서지현 검사의 검찰 내 성폭력에 대한 용기 있는 고백 그리고 With you까지, 인터넷에서 이들을 바라보며 자꾸만 뭔가가 마음을 후려치는 것이 느껴졌다.
마침 짧은 에세이를 쓰며 잠시 이 주제를 다룰 수 있었고 그래서 잠잠해지나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갑자기 나와 주변에서 겪은 수많은 일들이 화마처럼 마음을 덮치기 시작했고, 결국 이렇게 이 이야기를 먼저 다루는 것이 마음의 불길을 잡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조금 걱정이 되긴 한다. 평소 차분하고 부화뇌동(附和雷同)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는 편인데, 혹 내 격앙된 목소리가 이 글에 드러나면 어쩌나 하는…. 하지만 그럴 때 정말 좋은 것이 바로 옛이야기가 아니던가?
옛이야기라는 바람직한 진리를 통해 불편함을 덜어내며 공감을 얻을 수 있기를, 그리고 상처 입은 여성들에게 이 글이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제 와 이슈화 되거나 공론화 되어 그렇지, 여자로 태어난 이상 성희롱, 성추행, 심하게는 성폭력 등을 피해갈 수 있었던 사람은 아마 단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건 여자의 삶에서 어쩌면 일상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그렇게 흔한 일로 얻게 된 상처는 여자의 일생을 뒤바꿀 정도로 삶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오죽하면 이제 어느 정도 나이가 든 친구들과 하는 이야기들 중에 늙어서 좋은 게 하나 있다면 그러한 일들로부터 조금씩 멀어지고 있어 다행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나이 든 여자에게는, 이제 더 이상 젊지 않고 예쁘지 않아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또 다른 굴레가 폭력처럼 덧씌워지며 상처를 남기곤 한다.
하지만 그건 좀 낫다. 그 경우엔 그래도 높은 자존감과 원숙함으로 그 어리석고 표면적인 이들을 무시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딸을 키우는 엄마의 삶이란 또 다른, 어쩌면 더 큰 걱정과 불안 속에서 살아가게 한다.
그러니 입 다물고 가만히 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자식이 없는 나도 딸과 같은 조카가 둘이나 있고, 몸도 맘도 건강하게 자라주길 바라는 아들 같은 조카가 있다 보니 결코 남의 일은 아니다. 그리고 사실 이제 모두 다 상생하며 함께 잘 살고 싶다.
이제는 부모 세대의 밀집된 사람들 사이에서 서로를 짓밟으며 경쟁하고, 인간성이 말살되어도 돈만 많으면 된다는 황금만능주의에서 벗어나 좀 더 정신적으로 안정적이고 고양된 삶을 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존 그레이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처럼, 남녀 간의 거리와 그것을 좁히고자 또는 알고자 하는 책과 연구들은 이미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변의 남녀들은 늘 서로의 문제를 풀 수가 없어 갈등하고 두 사람의 관계는 영원히 만나지 못할 철로처럼 평행선을 달리고 있을 뿐이다.
‘개구리왕자’는 여자에게 사랑 또는 남자가 어떻게 다가오는지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어떤 여자에게도 처음부터 한 남자가 왕자로 보이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물론 첫눈에 반해 사랑을 이루는 경우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으나, 그 환상 이후의 관계 맺음과 지속으로 이어지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어쩌면 환상으로 끝나버릴 확률이 더 클지도 모른다. 이 이야기를 통해 지금까지 주입된 남성 중심의 성에 대한 인식이 여성을 이해하는 쪽으로 조금씩 옮겨갈 수 있기를 바란다.
<다음호에 계속>
송영림 소설가, 희곡작가, 아동문학가
■ 자료제공: 인간과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