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ULOS"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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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ULOS"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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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날은 왜 그리도 비바람이 사나웠는지? 춥고 음산했다. 그 폭풍우 속을 해상에 나간다는게 잠시지만 고생을 각오해야겠기에 두툼한 옷으로 무장을 했다. 이 년이라는 시한이 훌쩍 지나 버리고 칠 년째 배에 머물면서 선교에 헌신하고 있는 H선생님을 만난다는 설레임으로 "둘로스"에 올랐다. 배운 영어는 말끔히 까먹었지만 우리에게 열성으로 가르쳐 주던 분이었기에 선교사라는 호칭보다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더 잊혀지지가 않는다.

  94세, 세계 최고령의 배로 이년 후면 그 수명을 다 한다는 "둘로스"는 노령임에도 당당한 위용으로 산처럼 버티고 서있다. 녹슬고 상한 몸을 페인트칠로 화장해 늙음을 감추긴 했지만... 병원, 소방서, 우체국, 기계실, 도서관, 서점, IT센터, 식당, 미용실, 여행사, 학교까지 50여개국 국적을 가진 350여명이 모여 사는 길이 130m, 폭 16m의 소우주, "둘로스"는 헬라어로 종, 또는 노예라는 뜻으로 사역의 목적과 정신을 그대로 보여 주는 이름이라던가, 대양 위의 작은 도시다. 그 동안 전 세계 100여국 550개 이상의 항구들을 방문해서 문화교류 및 교육프로그램, 구제와 구호 프로젝트를 통해서 전 세계의 항구도시와 지역사회를 섬겨 왔고 지식과 구호와 소망을 전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나누기 원하는 무보수 자원 봉사자들로 이루어져 있다는게 특이한 점이다. 칠 년이란 세월에 50대 중반 노쳐녀 H선생도 예전보다 많이 달라졌다. 선상에서 해풍에 그을린 검은 피부며 화장의 흔적도 보이지 않는 맨 얼굴이 몹시 까칠해 보였지만 긍지와 보람으로 여물어진 탄탄한 생동감을 빛나는 눈동자에서 찾아볼 수가 있었다.

  한국인이면서 뉴질랜드 국적으로 배에 사는 오직 한 사람. 유창한 영어 말고도 4개 국어를 더 할 수 있는 유능함 때문일까? 영원히 그리 살기를 희망하는 것 같았다. 350명 중에 25가족이 함께 있어도 어린이들은 유치원과 초등학교까지 있어 전혀 불편함이 없다. 특별한 소명의식을 갖고 자원한 최저 연령의 18살 아가씨와 총각들, 세탁소나 식당에서 거친 일부터 하면서도 스스로 하나님의 종이기를 기쁨으로 맞이하는가 하면 사회에서 최고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기관실의 기술자들까지 모두가 똑같은 신념으로 남다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선생님 방도 보여 주셔야지요" "물론이죠" 비좁은 통로에 작은 문을 여니 한 사람 겨우 드나들 수 있는 입구에서 바로 침대가 보인다. 싱글침대, 겨우 돌아서면 세칸짜리 서랍장, 작은 책상, 욕실 화장실은 비행기의 그것 같다. 새삼스러운 것은 서랍장이 한 번도 바뀌지 않은 94살짜리라고 해서 경이로웠다. 침대에 걸터 앉은 누군가가 작은 소리로 내 귀에 속삭인다. "나 같으면 못 살겠다. 답답해서..." 가치관이 보통사람과 다른 사람만이 사는 특별한 세상(?). 그러기에 오늘 우리도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여기에 오질 않았던가.

  밖엔 여전히 비바람이 세차다. 잠시 물위에 떨어지는 힘찬 빗발을 바라보며 큰 숨을 쉬어 본다. 큰 나래를 펴고 마음껏 비상하는 갈매기의 몸짓이 유난히 돋보인다.

  1914년생, 미국태생인 "둘리스"호는 "SS메디나"라는 증기화물선으로 양파를 운반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1948년 "로마"라는 이름으로 이탈리아에서 호주로의 이주자들 수송선이었다가 1952년 남미와 지중해를 누비는 "프랑카시"라는 이름의 호화여객선이도 했다. "둘리스"호로 다시 탄생한 것은 1977년 선박폐기 직전 독일에 위치한 비영리 국제 구호 단체인 "Good Books for All"에 인수된 후 리모델링을 거쳐 오늘에 이른 것이다. 1912년엔 탄생한 "타이타닉"호보다 두살 아래인 최고령, 기네스북에 오른 "둘리스"호의 역사가 페인트 덮게 속에서 고요히 숨을 쉬고 있는 것이다.

  G.B.A(Good Books for All) 배에 아로 새겨진 글자처럼 풀장을 개조한 대형 서점엔 50여만권의 도서를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놀라웠다. 세계 곳곳을 다니며 책을 팔기도 하지만 선상 컨퍼런스와 문화교류 프로그램, 사역자들의 지역사회 방문 도서 기증 등. 현대 사회에 훌륭한 모델이 되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 그 분이 배를 타고 사역을 한다고 했을 때도 별 의미를 몰랐었는데 역시 그다운 역할로써 보람찬 인생을 사는구나 라고 존경심이 솟구쳤다. 삶이 너무 기쁘고 매일이 행복하다는 활기찬 표정. 희망과 자신감으로 미래를 향해가는 사람들, 똑똑하고 사고가 바른 사람만이 선택 할 수 있는 길을 가고 있는 H선생님. 그분이야말로 복된 삶을 사는 인생이 아닌가. 누울자리 비록 작고 허술해도 마음이 부자이면 그것이 곧 행복이거늘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일깨운다.

  내게 맞는 책 한 권 고르지는 못했지만 그 어떤 책보다 더 대단한 교훈을 얻음으로써 오늘 하루는 내게 금보다 더 귀한 날이었다.

  지금쯤 웰링톤을 향해 떠가고 있을 "둘리스"의 안녕과 거기 350여명 다국적 가족 모두의 행을 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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