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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
까까머리 중학생 때부터
작은 교회에서
주일학교 반사를 시작했는데
그 아이가 이제
그 길의 끝에서 목회를 마치게 되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재미있게
성경을 읽을 겁니다
예수님이 사마리아를 지나고
바울이 고단한 여정일 때
나도 주님과 바울 곁에서 걸을 것입니다
베드로가 앉은 자를 일으키면
나라고 못 할 것 없다며
아픈 자를 위해 내 손을 내밀었다가
나는 성전 미문 앞의 고침 받아야 할 자이지
베드로가 아님을 알아차리겠습니다
이제 설교하지 않아도 되어
설령 내일이면 잊는다 해도
깨달음을 적어 놓지도 않을 것이고
그저 나 혼자 뭉클해 하며
그 울림을 비밀로 즐기겠습니다
왜 이제야 이 구절의 뜻을 깨닫는지
그런 늦장 후회도 하지 않을 겁니다
아직 알아가야 할 것이 많다는 것에서
살아있는 나를 느끼겠습니다
성경 읽다가 잠이 오면
주님 무릎 베고 잠든 듯이
성경책을 베고 잠들겠습니다
훗날 아들이 내 성경책을 보면
성경 읽다가 잠든 아버지의 뒷모습이
떠 올려졌으면 좋겠습니다
성경을 읽다가 벗어 둔 안경은
나중에 아들이
성경을 읽으며 사용했으면 좋겠습니다
딱 아버지만큼만
눈이 노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목회 40년 동안
성경 앞에서 이렇게
설레어 본 적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