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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心(일심)’我(아)! 템플스테이 기획한 연수국장 대온스님·지도법사 범준스님

“템플스테이에 오는 모든 사람들이 선명상을 체험하고 이를 계기로 좀 더 평온한 삶을 살기를 발원합니다. 특히 일상으로 돌아간 후에도 지속적으로 선명상을 하면서 행복한 변화를 만들어 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요.”
환한 미소로 마주 보는 얼굴이 맑다. 동화사 연수국장 대온 스님과 템플스테이 지도법사 범준 스님은 동화사 선명상 템플스테이 ‘一心(일심)’我(아)!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한 주역들이다. 프로그램 구성과 일정은 물론, 세부적인 운영 방식까지 두 스님의 정성이 닿지 않은 부분이 없다. 그만큼 마음을 쏟았고 고심해 만든 프로그램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참가자들이 선명상을 제대로 배워 작은 변화라도 경험하길 바랐다. 두 스님이 매순간 경험하는 수행의 행복이 현대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있었다.
두 스님 모두 동화사 소임을 맡기 전까지 선방에서 정진했다. 출가한 후 매 순간 수행이 곧 일상이었고 자연스레 삶의 근간으로 안착했다. 템플스테이 관련 소임을 맡은 이후에도 수행자로서의 일상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새벽 예불을 하고 좌선을 하고 포행을 했다. 매 순간 수행의 행복을 경험하는 스님들이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에게도 수행, 특히 선명상을 제대로 알려줄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참가자들은 다양한 계기로, 다양한 사연을 갖고 사찰을 찾아온다. 차담을 통해 참가자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저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에 대한 다양한 숙제들을 안고 있었다. 자신을 돌아보지 못한 채 그저 바쁘게 살아가다가, 어느 순간 에너지가 완전히 소진되어 번아웃으로 고통받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 누구나 일상에서 할 수 있는 명상법을 알려주기 시작하다가, 아예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의 하나로 구성했다.
지도법사 범준 스님은 “우리가 스님이고 또 수행하는 수좌였기 때문에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사찰에 오면 당연히 선명상을 체험하고 그 맛을 조금이라도 느끼고 가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대부분 좌선, 명상이라고 하면 어렵게 느껴지는지 거리감을 느끼는 분들이 많지만, 누구나 한 시간이라도 앉아보면 다들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고 말할 정도로 만족도는 높다”고 설명했다. 선명상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일단 체험 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템플스테이에서 체험하는 명상은 시작부터 반응이 좋았다. 명상에 본격적인 관심을 가지는 참가자들이 조금씩 늘기 시작했고, 나아가 수행을 하는 스님들의 일상까지 궁금해하는 이들도 많았다.
2023년 고심 끝에 ‘사문의 하루’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스님들의 일상을 일반인용으로 재구성한 것으로, 무려 5박 6일 이어지는 일정이었다. 호응은 좋았지만 긴 일정을 부담스러워하거나 시간을 내지 못해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두 스님은 다시 한번 머리를 모았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이 올해 주요 종책기조로 ‘선명상 대중화’를 발표한 것이 또 하나의 계기가 됐다. 기존 운영하던 ‘사문의 하루’를 단기 일정으로 축소했다. 그러면서도 선명상을 제대로 체험하고 진가를 맛볼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 ‘一心(일심)’我(아)! 프로그램은 그렇게 탄생했다. 아무리 고심해봐도 1박 2일은 너무 짧았다. 처음 선명상의 자세와 방법을 배운 후에도 혼자서, 또는 스님의 지도를 받으며 몇 번 더 경험을 몇 번 해봐야 제대로 선명상을 체득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2박 3일 일정으로 정했다.
선명상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새벽예불 이후와 저녁예불 이후, 오전과 오후의 두 시간가량 좌선을 하고, 그 외의 시간에는 개인 명상이나 스 님과의 차담, 혹은 자유롭게 도량을 산책하는 포행으로 진행된다. 이튿날 저녁예불 이후 진행되는 108배, 정적인 에너지를 순환하기 위해 새벽 예불 후 수련하는 태극선무도에 대한 반응이 좋다. 한국불교의 전통문화를 보다 다양하게 체험 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사찰음식을 만드는 시간도 포함된다. 단순히 채식 레시피를 배우고 만들어 먹는 것이 아니라, ‘발우공양’을 통해 사찰식(食)문화에 담긴 의미를 경험할 수 있도록 신경을 쓴다.
연수국장 대온 스님은 “바쁘게 살아가는 중에도사찰을 찾은 분들은 휴식이 절실하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도 템플스테이의 진면목을 제대로 경험하고 변화를 느낄 방법이 무엇일지를 많이 고민했다”며 “그래서 선명상을 혼자서도 할 수 있도록 명확하게 알려주면서, 동시에 요가(바디스캔)와 사찰음식, 태극권 등 수행과 상호연계해 효과를 더하는 프로그램들을 조화롭게 구성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참가자들의 좋은 반응과 별개로, 대부분의 사람이 ‘선명상’이라는 용어에 대해 느끼는 심리적 거리감을 해소하는 것은 여전히 과제다. 이에 스님들은 바른 자세와 호흡법을 통해 나의 마음을 관하고 이를 통해 일상을 더욱 잘 살아갈 힘을 기르는 데에 중점을 둔다.
“호흡은 내가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생사의 기본이 됩니다. 좌선의 기본도 호흡지관이라고 보면, 앉아서 이 찰나의 호흡을 잘 지켜보는 것으로 선명상을 접해서 조금씩 더 깊이를 더해가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그 참맛을 알고 계속 좌선을 이어가는 분들은 차담 등을 통해 조금씩 본격적인 수행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죠. 가장 중요한 것은 실참입니다. 한 시간이라도 앉아서 좌선을 해 보는 것, 거기서부터 변화가 일어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이 일상 속 수행을 통해 더 행복해지길 바란다”는 두 스님의 말 속에, 앞으로 템플스테이가 나아가야 할 지향점이 담겨있는 듯 하다.
■ 출처: 한국불교문화사업단
템플스테이 매거진(vol.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