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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네
‘손님이 많이 드나드는 집’하면 나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집이 있다. 바로 우리 이모네이다. 이모네는 언제나 그리고 누구에게나 항상 문이 열려 있는 곳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그 집을 드나드는 사람들의 발길은 언제나 진솔하다.
이모네가 물질적으로 풍요롭기 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너무 베푸는 나머지 가끔은 그 집의 살림살이가 괜찮은지 걱정이 될 정도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래서 그 살림살이가 유지되는가 보다 할 때도 있고.
어쨌든 이모와 이모부 두 사람은 대할 때마다 참 인정이 많고 편안하며 대문뿐만 아니라 마음의 문도 늘 활짝 열려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오는 사람마다 음식 대접뿐 아니라 갈 때는 바리바리 빈손으로 돌아가게 하는 법이 없다.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반대를 하거나 마음이 달라도 그럴 수 없을 텐데 그 부부는 둘 다 어쩌면 그렇게 인정스러울까 싶다.
그런데 물질적인 것보다 더 중요한 건 그들의 진정성과 편안함이다. 이모는 늘 오가는 사람들의 좋은 얘기, 싫은 얘기들을 다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본인보다 더 기뻐하고 마음 아파하며 정말 온전하고 완벽히 내 편이 되어준다. 그래서 이모네를 생각하면 한편으론 너무 감사하고 보답하고 싶고 때로는 콧날이 시리게 감동적인 마음이 들 때도 있다.
그리고 어딘가 좋지 않을 때 그 어떤 약이나 병원보다도 나를 치유해주는 곳이기도 하다. 이건 아마도 나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이모네를 아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공감할 느낌이라 생각된다. 내게 그런 이모네가 있어 늘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지 모르겠다.
내가 이모를 존경하고 사랑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손님이 상징하는 하기 싫거나, 귀찮은 일들, 어렵거나 힘든 일들을 이모가 즐기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이다.
이론은 늘 그래야 한다는 걸 알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은데 우리 이모는 그것을 아주 잘 실천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모는 결코 앞에 나서지 않는다. 선두에 서거나 주인공이 되거나 말을 많이 하거나 목소리조차 높이는 법 없이 늘 사람들의 뒤에서 조용히 들어주고 지켜주고 일으켜주고 챙겨주는 사람이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 지난 후에 이미 우리 맘속에서 이모는 그 어떤 인물보다도 주인공이 되어 있음을 나는 아주 잘 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이모한테 참 미안하기도 하고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정작 이모가 아플 때는 우리에게 티 내지 않아서 알 수 없고, 결국 이모를 위해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걸 깨닫게 될 때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우리 이모네는 내가 아는 그 어떤 집보다도 진정한 부잣집이다.
나에게는 이런 이모네가 있어 정말 이해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한데, 길을 가다 보면 종종 식당이나 술집 등 ‘이모네’ 를 간판에 넣은 집들을 볼 수 있다. 세상 이모네들이 모두 다 우리 이모네 같지는 않을 텐데 이모네란 대체로 그런 따뜻하고 정감 있는 곳인 모양이다.
나도 한 사람의 이모로서 우리 이모네와 같은 집을 꾸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본다. 옆에서 이미 글렀어,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