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놀이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선택 놀이

0 개 1,502 김지향
한국을 떠나서 산 지 14년입니다. 2년 전에 한국 방문을 하고 올 4월에도 잠시 방문을 하였었는데,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지만 급격한 변화에 넋을 놓게 되는군요. 내가 사는 파미는 처음 도착하여 정착을 시작하였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다지 큰 변화가 없었기에,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놀라움 그 자체이더라고요.

14년 전에 재미있는 지옥에서 사는 것보다 심심한 천국에서 살고 싶다는 욕구를 위하여 한국생활을 청산하고 뉴질랜드를 선택했습니다. 입시지옥에서 아이들을 건져 내고 나 역시 자유의 날개를 달겠다는 의지로 태평양을 건너 지구 저 반대편의 섬으로 날아 왔습니다. 언어의 장벽이 있었지만, 자유를 향한 내 날개는 찢어지고 다치면서도 그 벽을 통과했습니다.

벽을 통과했다는 게 영어를 제대로 잘하는 것으로 오해할까봐 미리 밝혀 두는데, 영어를 잘하게 되어서가 아니라 눈칫밥까지 곁들여서 나름대로 소통을 하면서 살 수 있게 되었다는 겁니다. 선천적으로 어휘력이 뛰어나서 외국어를 쉽고 빠르게 습득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면 다행이었겠지만, 그런 능력은 아예 저 멀리 던져버리고 살았던 나로서는 유창한 영어는 한갓 꿈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갓 꿈일지라도 오직 그 꿈을 위하여 살아갔다면 이룰 수 있었겠지만, 부정적인 의식의 유혹에 빠져서 꿈을 못 이루는 길을 선택하면서 살았으니, 아직도 꿈은 저 멀리 있는 것으로만 느껴지네요. 그 언젠가는 영어가 어렵다는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질 날이 오겠지요.

이번 한 달 동안 한국에서 지내면서 지난번과 다른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두 번의 방문에서와 달리 대중교통부터 PC방 이용 등 내게 주어진 환경 속에서 홀로서기를 하면서 생활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입니다. 남들에겐 너무나도 쉽고 당연한 것들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서 살고 있었더라는 걸 알았기 때문입니다.

14년간의 파미 생활은 참 단순했습니다. 단순한 삶을 원했었기에 단순한 삶을 선택했는데, 내 선택 그대로 단순하게 조용하게 나를 성찰해 가면서 살았더군요. 적게 벌고 적게 쓰면서 얻은 시간들을 오직 내 안을 들여다보는 것에 투자를 한 것을 보면, 밖의 세상에서의 단순한 삶이 나에게 가져다 준 선물은 물질로 계산할 수 없는 내면의 성찰이었습니다.

뉴질랜드에서의 삶이 나에게 가르쳐준 선물은 나와 남 그리고 세상에 대한 사랑과 연민이었습니다. 이 선물이 단지 뉴질랜드에서의 삶 속에서 얻은 것만의 성찰은 아니며, 내가 태어나기 그 이전부터 이미 이루어져 있는 현존이며, 내면을 알고 싶어 하는 열정이 이룬 성과겠지만, 그 열정이 살아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준 도구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오늘 다시 세상이 참 공평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내가 내면에 몰입하느라 쏟은 열정만큼 세상의 변화에 둔감했었으니까요. 둘 다 이루었다면 참 좋았겠지만, 3차원의 세상에서는 얻은 만큼 잃는다는 이치를 벗어날 수 없겠죠.

한 달 동안의 한국생활은 어설프기 짝이 없을 겁니다. 그래도 십여 년 전에 뉴질랜드에 도착하여 새로운 생활에 적응했었을 때와 비교할 수는 없을 겁니다. 벙어리 냉가슴 앓듯 언어 소통이 안 돼서 절절 매지는 않을 것이니까요. 

요즘 둔감했었던 밖의 세상에 대한 감각에 새로운 눈이 떠지네요. 내 내면이 늘 앞으로 나아가듯 밖의 세상 역시 늘 앞으로 나아가는 것일 뿐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입니다. 이 사실을 인식하게 되니 이번 한국 방문이 나에게 주는 교훈이 얼마나 클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 군요.

지금 이 순간 나는 이번 여행을 세상의 변화에 대한 적응 기간으로 선택합니다. 내 내면이 나아가고 있는 것처럼 세상도 나아가고 있다는 걸 인정하기에 세상의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는 걸 선택합니다. 한 쌍의 날개가 균형을 이루어 늘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선택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월동 준비

댓글 0 | 조회 1,405 | 2015.06.10
퇴근길의 차량들이 줄지어 달려가는 해… 더보기

깨끗한 유리창

댓글 0 | 조회 2,175 | 2015.05.27
승용차가 없어서 온 가족이 버스를 타… 더보기

이 또한 지나가리라

댓글 0 | 조회 1,765 | 2015.05.13
다윗 왕이 궁중의 세공인에게 전쟁에 … 더보기

시간의 세계

댓글 0 | 조회 1,349 | 2015.04.29
친구가 요즘 틱낫한 스님의 저서 ‘마… 더보기

인생지사 새옹지마

댓글 0 | 조회 3,579 | 2015.04.15
인생지사 새옹지마란 말들을 자주 하지… 더보기

생각과 행동

댓글 0 | 조회 1,766 | 2015.03.24
신중함이 지나친 남편과 달리 나는 행… 더보기

100세 시대의 대중의식

댓글 0 | 조회 1,550 | 2015.03.11
우연히 인터넷을 통하여 서유석의 ‘넌… 더보기

메시지

댓글 0 | 조회 1,633 | 2015.02.25
한국에서 손님이 일주일 동안 지내다가… 더보기

잔인한 와이탕이 데이

댓글 0 | 조회 2,403 | 2015.02.11
와이탕이 데이 때, 파미 테마나와 박… 더보기

풍요와 사랑이 넘치는 나날들

댓글 0 | 조회 1,805 | 2015.01.29
여름이 오기만 하면 마음이 붕붕 하늘… 더보기

풍요로운 2015년을 기원하면서

댓글 0 | 조회 1,665 | 2015.01.13
밝은 새해를 예견하듯 요즘의 날씨는 … 더보기

소박한 행복

댓글 0 | 조회 1,592 | 2014.12.23
오늘 아침에 집에 소포 하나가 도착하… 더보기

자연법칙의 이해가 필요한 지금

댓글 0 | 조회 1,526 | 2014.12.09
하늘이 심술을 부리면서 변덕스럽게 비… 더보기

착각의 의무

댓글 0 | 조회 1,634 | 2014.11.26
가족의 건강을 생각하여 현미밥을 먹고… 더보기

우리 모두 다 함께 잘 살아가는 방법

댓글 0 | 조회 1,648 | 2014.11.11
일요일이면 늘 그렇듯 우리 집은 오픈… 더보기

스쳐 지나가는 바람처럼

댓글 0 | 조회 2,384 | 2014.10.29
우리 집 정원에서는 바람이 집 주위를… 더보기

삶과 죽음

댓글 0 | 조회 2,172 | 2014.10.14
내가 사랑하는 여동생의 시어머니께서 … 더보기

영혼의 집

댓글 0 | 조회 2,068 | 2014.09.24
오늘은 한국에 살고 있는 큰언니의 생… 더보기

인생이 계단이라면?

댓글 0 | 조회 1,341 | 2014.09.09
봄 처녀도 아니건 만, 난 봄을 제일… 더보기

시련과 고난이 주는 기회

댓글 0 | 조회 1,918 | 2014.08.27
어느덧 거리는 봄의 꽃망울들이 노랗게… 더보기

삶의 조각보

댓글 0 | 조회 1,763 | 2014.08.12
오일히터를 의자 옆에 놓고 그 위에 … 더보기

지금 이 순간만이....

댓글 0 | 조회 2,083 | 2014.07.24
뉴질랜드에 오기 하루 전날, 인사동에… 더보기

사랑만이 살 길이다

댓글 0 | 조회 1,800 | 2014.07.09
어제, 동생과 함께 대학로에 크로스오… 더보기

외모지상주의의 초상

댓글 0 | 조회 1,866 | 2014.06.24
한국에 와서 이상한 광경을 자주 봅니… 더보기

현재 선택 놀이

댓글 0 | 조회 1,503 | 2014.06.11
한국을 떠나서 산 지 14년입니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