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 우리들의(아직은 불완전한) 동반자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기계, 우리들의(아직은 불완전한) 동반자

0 개 1,590 한얼
얼마 전부터 노트북이 말썽이다. 또. 포맷한지 얼마나 됐다고 말썽인지, 마치 혼나도 혼나도 말썽을 피우는 꼬마 같다고 생각하며 좌절하고, 화를 내고, 투덜거렸다.
 
물론 그런 꼬마들의 교육 상태가 그렇듯, 노트북의 상태도 내 책임이 크겠지만 그래도 - 나름대로 열심히 관리해 왔는데 이렇게 성질을 부리는 것(?)을 보면 짜증이 먼저 치밀어 오르는 것이다. 사람들 중에선 그냥 뭔가를 돌보는 입장이 되어선 안 되는 인종도 있는 법이다.

마침 한국에 있고 하니 수리는 전자 센터에 가면 간단하겠지만 문제는 (세상 사는 일이 다 그렇듯) 돈이었다. OS를 지우고 새로 설치하기만 하면 될 것을 몇 만원이나 주고서 해결하고 싶지도 않았고, 이 정도는 나 혼자서도 어떻게든 할 수 있으리란 생각에서였다. 그래서 OS 인스톨용 CD를 구했고, 주말과 주일을 꼬박 잡아먹은 끝에 가까스로 고칠 수 있었다. 물론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그래도 만족한다.

기계들이란 건 정말 여러 의미에서 아기들과 다를 바가 없다. 약하고, 섬세하고, 극도로 정밀한 조율을 요한다. 뭔가 조금이라도 탈이 나면 마구 시끄러운 소리를 낸다. 거기다가 시간과 돈이 아주, 아주 많이 들어간다는 데에서도.
 
물론 아기들은 귀여워도 기계들은 그다지 외견적 어필이 없다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심미적 차이가 아닐까. 나만 해도 아기들의 두리뭉실하고 유기적인 귀염성보다는 차라리 기계의 매끄러움이나 복잡함을 선호하는 편이니.

아기들은 - 그리고 포괄적인 의미에서, 성인의 문턱에 아직 온전히 자리 잡지 않은 아이들은 - 내게 있어선 왠지 모를 두려움의 대상이다. 그 연약함과 절대적인 (자신감에 기반한) 고집, 아직까진 때묻지 않아 확고한 정체성. 그것은 나를 불안하게 하고, 동시에 경외심을 품게 만든다. 내가 가지고 있었고, 영원히 가지고 있으리라 예감했지만, 결국엔 잃어버린 그 모든 세세한 요소들, 과거의 나를 형성했던 디테일들을 아이들은 아직 가지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일종의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 효과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나와 닮았지만, 그리고 한때 나도 그들과 같았지만, 지금은 각각 다른 생명체가 되어버린 변화에서 오는. 간혹 가다가 어른이 되어서도 유아 시절의 그 순수함을 그대로 간직한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 또한 신기하기 그지없는 존재들이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는지 캐물어보고 싶어질 정도로.
그런 의미에서, 기계들은 훨씬 신뢰할 수 있다.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며 발전하거나 더 향상될지언정 결코 퇴보하진 않는다. 지속적으로 일정량의 관리와 관심만 쏟아주면 오랜 시간을 함께 할 수 있다. 그 모습 그대로.

기계들은, 상실에 익숙해졌기에 상실을 두려워하는 이들을 위한 최고의 동반자이다.

그래서 나는 고대하고 있다. 언젠가, 인간 같은 기계들이 완성되길. 그들과 어울려 살 수 있기를. 절대 지치거나 질리거나 하지 않을 로봇이 다른 누구도 차지하지 못했던 역할에 자리잡아 평생의 동반자가 되어주기를. 인간들에게 느끼는 불쾌한 골짜기 효과가 전혀 느껴지지 않도록 완벽하고, 인간보다도 더 인간적인 기계를. 

그들은 필시 완벽하리라. 우리가 우리의 단점과 장점을 알고, 가장 이상적인 끝을 향해 거쳐가는 과정인 만큼. 비록 기계가 우리의 종착점은 아니지만, 인간의 진보에 큰 역할을 할 것임을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물론 무수한 픽션에 나온 것처럼 인간과 기계들 사이의 갈등이 우리의 발전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장벽으로 나올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지만, 난 아직 꿈을 꾸고 싶다. 그리고 이런 상상의 나래를 맘껏 펼치다 보면 어느새 또 하나의 고민이 떠오르는 것이다.
 
같은 본질의 인간보다 차가운 금속 회로들에 더 편안함을 느낀다는 사실은 날 어떤 사람으로 규정짓는 걸까.

십대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부모역할

댓글 0 | 조회 1,766 | 2012.12.21
지난 호에서 밝혔듯이 내 자녀의 영어… 더보기

내 아이의 Academic English는 문제가 없는가?

댓글 0 | 조회 1,516 | 2012.12.11
학교만 간다고 영어실력이 쑥쑥 늘고 … 더보기

부모와 자녀간의 대화단절과 갈등

댓글 0 | 조회 2,581 | 2012.11.27
몇 년전 학교 내에서 공부도 잘하면서… 더보기

학교 내 인종차별에 대처하는 방법

댓글 0 | 조회 3,245 | 2012.11.13
뉴질랜드 내에서의 인종차별에 대해 조… 더보기

Cyber Safe (인터넷 중독)

댓글 0 | 조회 1,918 | 2012.10.25
지난 호에서 청소년 우울증에 대해 설… 더보기

자살율 1위 강대국, 대한민국: 청소년 우울증(Ⅱ)

댓글 0 | 조회 2,339 | 2012.10.09
많은 분들이 미디어를 통해 우울증으로… 더보기

자살율 1위 강대국, 대한민국: 우리 아이들은 절망한다(Ⅰ)

댓글 0 | 조회 1,962 | 2012.09.26
새삼스러운 일이 아닌 소식이다, 우리… 더보기

내일은 오늘보다 더 사랑할 수 있는 우리의 가정을 희망하며

댓글 0 | 조회 2,391 | 2012.09.11
어떻게 글을 시작할 지 창문너머 맑게… 더보기

즐거운 노동

댓글 0 | 조회 1,915 | 2013.11.26
집에 혼자 있는데도 빨래가 산더미처럼… 더보기

즐거운 자기 재확인

댓글 0 | 조회 1,277 | 2013.11.12
쇼핑을 좋아한다. 옷을 사거나 책을 … 더보기

운전 - 핵심 감정들의 풀코스

댓글 0 | 조회 2,565 | 2013.10.23
운전은 몇 달 만에 처음이었다. 고등… 더보기

화장 - 복잡한 신비로움

댓글 0 | 조회 1,745 | 2013.10.08
회사에 다니면서부터 나는 사회인이 되… 더보기

현재 기계, 우리들의(아직은 불완전한) 동반자

댓글 0 | 조회 1,591 | 2013.09.24
얼마 전부터 노트북이 말썽이다. 또.… 더보기

예쁜 것과 아픈 것

댓글 0 | 조회 1,864 | 2013.09.11
모든 여자들은 원하는 만큼 근사한 신… 더보기

바뀌지 말았으면 하는 것들

댓글 0 | 조회 1,552 | 2013.08.28
누구에게나 삶의 패턴은 있다고 생각한… 더보기

머리카락 - 내 것이면서 내 것이 아닌 것

댓글 0 | 조회 1,890 | 2013.08.14
한국에 와서 한 달이 지난 후, 머리… 더보기

무하전

댓글 0 | 조회 1,571 | 2013.07.23
정말 좋아하는 화가의 전시전이 있어 … 더보기

떠난다는 것과 머무는 것

댓글 0 | 조회 1,705 | 2013.07.09
6월의 끝자락에 도착한 한국은 매우 … 더보기

Scars, scars into stars

댓글 0 | 조회 1,429 | 2013.06.26
덜렁거려서인지 또는 둔해서인지는 모르… 더보기

음악에 관한 (아마도) 첫번째 이야기

댓글 0 | 조회 1,640 | 2013.06.12
없인 살 수 없는 몇 가지 중에 음악… 더보기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과시적 고통

댓글 0 | 조회 1,366 | 2013.05.28
약 두 달 전부터 허리가 아팠다. 처… 더보기

차근차근, 우주적으로

댓글 0 | 조회 1,433 | 2013.05.14
주말에 시간이 남아, 모처럼 브라우니… 더보기

우정과 허망 사이

댓글 0 | 조회 1,384 | 2013.04.23
가끔 생각하곤 한다. 이십 대를 갓 … 더보기

종이에 대고 외치기

댓글 0 | 조회 1,253 | 2013.04.10
코리아 포스트에 450자짜리 수필을 … 더보기

Tea - the drink of my heart

댓글 0 | 조회 1,400 | 2013.03.26
매일매일 즐기는 날마다의 일과 중에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