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와이탕이 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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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와이탕이 데이

0 개 2,658 김지향
와이탕이 데이 때, 파미 테마나와 박물관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참여를 했었습니다. 내가 만든 모자들과 우리 가족이 만든 꽈배기 도넛을 판매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지난 주 내내 비가 오고 바람이 심하게 불더니, 행사를 하는 어제의 날씨는 한겨울을 연상하게 했습니다. 판매를 하러 나간 딸들은 너무 추워서 겨울 코트를 입고 있었고, 준비를 해간 꽈배기와 차가운 음료수들은 팔리지를 않았습니다. 

모자가 특이해서 모자를 구경하러 온 사람들이 있긴 했었지만, 그 추운 날 모자를 쓰고 싶은 생각은 나지도 않았을 겁니다. 그러던 중 파라솔이 심한 바람에 날아가 우산살 하나가 망가진 것입니다. 완전 망한 장사였지요.

벤 수리비가 천불하고도 몇 백 불은 더 들어야 하기에 이번 장사가 보탬을 줄 수 있을 줄로 알았었는데, 그 꿈이 너무 야무진 꿈이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오히려 돈을 더 날려버리기만 했네요. 하지만 아이들이 의기소침해지지 않아서 다행으로 여깁니다.

첫째와 막내가 아르바이트를 가는 시간에 둘째와 내가 판매를 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두 딸들이 아르바이트를 가기도 전에 장사판을 내리게 되어 버린 것이죠. 따끈한 차를 마시고 두 딸들은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고, 나는 재봉틀질을 했습니다. 요즘 시간이 나기만 하면 재봉틀 앞에 앉아 있거든요.

우리 집 저녁 시간은 늘 늦습니다. 아이들이 아르바이트를 모두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다 함께 먹거든요. 채소 위주의 식사 준비를 하다 보면 늘 저녁 준비가 분주합니다. 고기보다 칼로리가 적으니 많은 양을 해야 할 것이며, 유별나게 밥보다 반찬을 많이 먹는데다 밑반찬을 좋아하지 않으니 준비할 것이 많습니다. 둘째가 아프기 시작하면서 우리 가족의 식단이 이렇게 바뀌었는데, 우리에게는 좋은 결과로 봅니다.

그 어느 때처럼 식사 준비를 끝내고 식구들을 기다리는데, 막내가 큰 비닐 주머니를 들고 집에 온 것입니다. 일하는 레스토랑에서 가져온 온 초밥 여러 가지 음식들이었습니다. 그 집 역시 장사를 제대로 못한 것이었죠. 내가 만든 반찬과 그 집 음식으로 저녁을 먹고 일찍 잠을 잤습니다.

오늘 새벽에 일어나 하늘은 보니 어쩜 이리도 맑고 청아할까요? 어제와는 딴판이었습니다. 이런 게 삶이려니 하면서도 어제 생고생을 한 아이들이 안쓰럽더군요. 하지만 언제 그랬느냐는 듯 아이들의 표정은 밝기만 했습니다. 지금 막내만 잠자리에 있고 모두들 아르바이트를 하러 나갔네요. 

나는 아이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기를 바랍니다. 이왕이면 풍요를 함께 누리면서요. 나 역시 그렇게 살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래서 큰딸과 함께 사업체를 하나 계획하는데, 인터넷으로 아이디어 수제 상품을 만들어서 파는 것이었습니다. 로고도 만들었고, 사진 작업부터 필요한 모든 준비 작업은 마친 상태입니다. 

이 사업은 큰딸이 나를 위해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손으로 만지작거리는 것을 좋아하는데다 평생 손으로 만드는 일을 하며 그 방면으로 아이디어가 풍부한 내 재주를 늘 안타까워하더니, 기어코 일을 저지른 것이지요. 인터넷 시장이 생각보다 가능성이 많다면서 계획을 추진한 것입니다. 

이제껏 뭔가 하나가 생각이 나기만 하면, 같은 종류를 여러 가지 방법으로 조금씩 다르게 질릴 때까지 여러 개를 만들어 놓고, 혼자 반해서 신이 나 있는 나를 볼 때마다 가게라도 하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었나 봅니다.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의 인정을 받기가 가장 힘이 드는데, 나는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나를 인정해 주고 있으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올해는 와이탕이 데이가 우리 가족에게 잔인한 날이었지만, 우리의 사랑을 더욱더 돈독하게 해 준 날입니다. 앞으로 인터넷과 행사장에서 내가 만든 물건들을 열심히 팔아주겠다는 아이들의 그 큰 사랑에 가슴이 먹먹하군요.

잔인한 와이탕이 데이가 감사한 날로 느껴지네요.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쌩~~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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