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AM 이야기 - 배움의 이상과 현실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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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AM 이야기 - 배움의 이상과 현실의 한계

0 개 486 전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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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반 수업은 재미있어요. 그러나 내년에는 익스텐션반에 가고 싶어요. 거기는 좀 더 공부 중심이잖아요.”


얼마 전 한 학생이 내게 한 말이다. 현재 학교의 STEAM(과학, 기술, 공학, 예술, 수학 융합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지만, 다음 학년에는 좀 더 학문적인 성과를 추구하고 싶다는 뜻이다. 이 말은 오늘날 학교가 놓여 있는 현실을 잘 드러내고 있다. 즐거움과 성취의 욕구, 탐구의 자유와 평가의 압박, 창의력 향상과 성적 사이의 갈등 등이 그것이다.


한때 STEAM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미래형 교육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지식의 경계를 허물고, 학생이 스스로 탐구하며 배우는 통합적 사고를 강조하는 교육 패러다임으로 주목받았다. 과학과 수학이 기술과 예술, 공학의 영역을 넘나들며, 학생들은 직접 설계하고 실험하며 서로 협력하는 과정 속에서 배움을 경험했다. 


뉴질랜드에서도 지난 10여 년간 많은 학교들이 STEAM을 시도해왔다. 오클랜드 노스쇼어의 Westlake Girls High School에서는 학생들이 물리학, 예술을 결합해 ‘움직이는 조각상’을 설계하고 제작했다. Eastern Bay 지역의 여러 중학교들은 지역 재단의 지원을 받아 ‘AquaBots’ 프로젝트를 운영했고, 학생들은 수중 로봇을 직접 만들어 과학과 기술, 수학과 공학의 개념을 실제 문제에 적용했다. 


STEAM 교육의 가장 큰 성과는 배움이 삶과 연결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과학 지식이 예술 작품으로, 수학의 원리가 설계와 창작으로 이어짐으로써 학생들은 교실에서 배운 지식을 현실 속에서 다시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말한 한 학생의 고민(“STEAM반은 재미있지만 익스텐션반에 가고 싶어요”)은 배움의 즐거움과 현실적인 교육 제도 사이에 놓여있는 간극을 잘 보여준다. 만약 창의적 경험이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학생들은 다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학생들은 프로젝트를 통해 협업과 창의성을 배우지만, 학기말이 되면 시험 점수로 학업성취도가 평가되고, 학교는 창의력과 융합적 사고를 강조하면서도 평가체계는 지식의 깊이와 결과를 요구한다. 대학입시도 이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여기에 더해 교육의 현실은 생각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AI, 데이터,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교실의 구조를 바꾸고 있으며, 학생들은 이제 AI로 자료를 정리하고, 코딩 툴로 간단한 앱을 만들며, 시각화 도구로 데이터를 분석한다. STEAM이 강조하던 융합적 사고는 이제 AI 리터러시(AI Literacy), 디지털 문해력(Digital Literacy), 데이터 기반 사고(Data Thinking) 같은 새로운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다.


학교 현장은 이 변화의 속도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또한 STEAM 수업은 교과 간 융합이라는 구조적 틀 속에 갇혀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STEAM의 본래 정신은 사고의 통합이었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 실행되는 방식은 종종 과목의 연결 수준에 머무른다. 물리학과 예술을 결합한 조형물, 과학 실험과 수학 계산을 통합한 프로젝트 등은 흥미롭지만, 정작 그 결과물은 시간 안에 완성해야 하는 하나의 과제가 되기 쉽다. 교사 입장에서도 어려움은 크다. 평가 기준이 모호하고, 교과 시수가 제한적이며, 협력 수업을 위한 여건이 충분하지 않다. STEAM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교사 간의 긴밀한 협업과 프로젝트 설계 능력이 필요하지만, 현실은 각자 과목 진도를 나가기도 벅차다. 


이것이 STEAM의 딜레마이다. 이상은 높았지만, 학교의 구조와 평가 제도는 그 이상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STEAM 이후의 교육은 무엇을 지향해야 할까?


STEAM이 제안한 통합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나 이제 필요한 것은 새로운 형태의 통합, 즉 기술과 인간성의 통합이다. AI 시대의 학생은 단지 도구를 다루는 법이 아니라, AI와 협력하며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배워야 한다. 데이터를 읽는 힘(Data Literacy)과 함께, 그 데이터를 해석하고 윤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힘(Critical & Ethical Literacy)도 길러야 한다.


이제 교육의 핵심 질문은, “무엇을 결합할 것인가?” 보다는 “어떻게 배우고 어떤 인간으로 성장할 것인가?”가 되어야 한다. STEAM이 만들어낸 학습의 다양성과 창의성은 이 새로운 질문에 답하기 위한 첫걸음이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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