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청이와 왕자들 1편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멍청이와 왕자들 1편

0 개 1,359 송영림

큰언니는 하늘이 낸다?

 

이번에 다룰 켈트족 옛이야기 ‘멍청이와 왕자들’은 처음 이야기를 접했을 때 제목이 별로 맘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번역상의 제목일 테지 싶어 원제를 찾아보려고 이곳저곳 뒤적이며 마음 한 구석을 그저 이야기 안에 가만히 담가 두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제목이 맘에 들어와 꽂히게 되었고 더 이상 원제를 찾고자 하던 의욕이 사라져 버렸다. 왜냐하면 이야기 속 멍청이가 나 자신으로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멍청이야말로 나를 표현하기 가장 적절한 말, 나를 바라보는 타인들 특히 동생들이 나에 대해 느끼는 적당한 표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얼마 전 오랜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큰언니는 하늘이 낸다!”는 말을 들었다. 지인은 8남매로, 누가 봐도 참 부러워할 만한 남매애를 자랑한다. 맏언니를 시작으로 언니가 무려 5명이고 오빠 1명과 남동생 1명을 가진 지인은 자매들 중 막내이다. 그런데 맏이가 딸이고 자매가 많은 집안을 보면 신기하게도 남매간 의리가 있고 잘 뭉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인 경우가 많다. 당장 나의 어머니도 맏이인데 이모들, 외삼촌들과 참으로 화목하다. 또 언니 셋에 오빠 하나인 집안의 막내 우리 올케네도 그러하고, 문단에서 가장 친한 언니도 밑으로 여동생만 셋인데 그렇게 의가 좋을 수가 없다. 

 

몇 년 전에는 어머니를 모시고 간 종합병원 대기실에서 삼사십 대 정도의 남자들이 모여 앉아 하는 대화를 들을 수 있었는데 예전과는 사뭇 다른 자녀관을 보여주고 있었다. 

 

“우리는 둘째를 가져야 돼.”

“우리는 딸이라 하나만 낳고 더 안 낳아도 되는데.”

“얼마나 좋아? 우린 아들이라 둘째는 꼭 딸을 낳아야 해.”

“또 아들이면 어쩔라고?”

“안 돼!”

 

이런 내용의 대화를 들으며 이제 우리가 남아선호사상에서 벗어난 듯하다는 표면적인 생각도 스쳤으나, 사실은 딸들의 더욱 무거워진 어깨에 불편한 마음도 들었다. 결국 부모나 한 집안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는 사람들은 영원히 딸들이어야만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무겁게 가슴을 내리눌렀다. 

 

맏딸인 나는 내가 봐도 어떤 부분 동생들과 다른 구석이 있는 것 같다. 특별한 이유 없이 잔신경을 많이 쓰며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 꼭 살이 쪄서만은 아닐 텐데 늘 팔과 어깨가 무겁기도 하고, 집안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실제로 별 도움이 안 되면서도 그 허둥대며 마음 쓰는 것만큼은 집안의 어른 못지않다. 

 

더구나 나보다 더 잘 살고 있는 동생들이나 조카들의 걱정을 괜히 붙잡아 하고 있고, 세상 맘 편해 보이는 어머니도 하지 않는 걱정을 내가 다 싸 짊어지고 있기도 하다. 내가 동생들에게 아무것도 해주거나 도움 된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애들이 결혼을 한 후 왠지 꼭 해야 할 숙제를 다 마친 것처럼 안도의 마음이 드는 심정 그리고 최근에는 사촌동생으로부터도 그런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나에게는 어릴 때부터 많은 세월을 함께해 온 사촌동생이 있다. 그는 숙부의 아들로 외동이지만 우리 삼남매와는 친남매나 마찬가지이다. 나와는 띠동갑 이상의 나이차가 나기 때문에 농담 반으로 내가 업어 키웠다고 주절거리기도 하는데 실제로 내가 중학교 시절 어린 아가였던 녀석을 안고 찍은 사진을 보다가 180cm가 훌쩍 넘는 키로 자라나 올해 결혼을 앞두고 있는 녀석을 생각하니 참으로 감회가 새롭게 다가온다. 어릴 때부터 나름 맘고생도 많았고 외로움도 컸을 환경이었는데 보고 있노라면 늘 밝고 쾌청해서 기특하다.   <다음호에 계속>

 

송영림: 소설가, 희곡작가, 아동문학가                 

■ 자료제공: 인간과문학 

진짜 걸리기 싫은 질병 - 중풍

댓글 0 | 조회 1,941 | 2019.06.26
중풍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뇌… 더보기

E=MC2

댓글 0 | 조회 1,599 | 2019.06.26
시인: 이 산하옛날 수첩을 보다가 고… 더보기

주식투자, 100배의 결실도 가능하다

댓글 0 | 조회 3,206 | 2019.06.25
무궁화 펀드 주식, 6개월만에 22%… 더보기

[포토 스케치] 휘몰이 오후

댓글 0 | 조회 1,746 | 2019.06.25
▲ 휘몰이 오후

이민자 시선으로 본 영화 ‘기생충’, 냄새와 선을 넘는 것

댓글 0 | 조회 2,537 | 2019.06.25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을 보았… 더보기

The Grove 레스토랑

댓글 0 | 조회 1,928 | 2019.06.25
The Grove 레스토랑은 오클랜드… 더보기

실질상 해고 (constructive dismissal)

댓글 0 | 조회 3,198 | 2019.06.25
일반적으로 해고는 고용주가 피고용인에… 더보기

박하사탕 1

댓글 0 | 조회 1,745 | 2019.06.25
아침 8시 15분. 오늘도 조금 일찍… 더보기

Gloomy Monday

댓글 0 | 조회 1,671 | 2019.06.25
월요일은 대체로 우울하다. 종일 혼자… 더보기

6월, 겨울꽃이 더 고운 이유

댓글 0 | 조회 1,782 | 2019.06.25
6월.“내가 이렇다구...”5월의 바… 더보기

행복으로 가는 일곱 번째 단계

댓글 0 | 조회 1,448 | 2019.06.25
계속해서 앤서니 그란트 교수의 ‘행복… 더보기

6월 네째주 주간조황

댓글 0 | 조회 1,708 | 2019.06.25
변화무쌍한 뉴질랜드 겨울낚시가 6월 … 더보기

치매친화 사회

댓글 0 | 조회 2,096 | 2019.06.22
지난 4월 초에 이순재와 정영숙 등이… 더보기

풍치, 잇몸질환 예방 및 치료

댓글 0 | 조회 2,921 | 2019.06.22
나이가 들면서 신경 쓰이는 곳 중의 … 더보기

행복으로 가는 여섯 번째 단계

댓글 0 | 조회 1,606 | 2019.06.12
계속해서 앤서니 그란트 교수의 ‘행복… 더보기

멘토는 없다

댓글 0 | 조회 1,705 | 2019.06.12
젊은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는 자리에서… 더보기

어디로 달려갈까

댓글 0 | 조회 1,917 | 2019.06.12
하루를 살아가며 얼마나 많이 ‘이리로… 더보기

PIE 소득

댓글 0 | 조회 2,750 | 2019.06.12
최근 언론 기사(코리아포스트 웹에서 … 더보기

사랑은 손으로 받는게 아니라 마음으로 받는다

댓글 0 | 조회 1,587 | 2019.06.12
아들아이가 4살정도였던 때인가 같다.… 더보기

당신의 장미는 안녕하신지요?

댓글 0 | 조회 1,846 | 2019.06.12
오클랜드는 많은 가정에서 장미를 키운… 더보기

현재 멍청이와 왕자들 1편

댓글 0 | 조회 1,360 | 2019.06.12
큰언니는 하늘이 낸다?이번에 다룰 켈… 더보기

가족을 동반하는 이민법 따라잡기(2탄)

댓글 0 | 조회 3,245 | 2019.06.12
유감스럽게도, 독신자라면 패스해도 될… 더보기

척추측만증

댓글 0 | 조회 2,009 | 2019.06.12
척추측만증이란 척추가 옆으로 휘어지면… 더보기

길 밖에서

댓글 0 | 조회 1,536 | 2019.06.12
시인 이 문재네가 길이라면 나는 길밖… 더보기

나의 혈액형은 카베르네

댓글 0 | 조회 2,026 | 2019.06.11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는 말이 있듯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