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곳에 있었다 - 부처님도, 우리 마음도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그 곳에 있었다 - 부처님도, 우리 마음도

0 개 161 템플스테이

경주 남산 용장골 ~ 연화대좌 순례


b68e57c89b077917d8ca37386f2ba3ee_1712719014_3888.png
 

용장골에서

                                   설잠 스님(매월당 김시습)


용장골 골 깊으니 茸長山洞窈

오는 사람 볼 수 없네 不見有人來


가는 비에 신우대는 여기저기 피어나고 細雨移溪竹

비낀 바람은 들매화를 곱게 흔드네 斜風護野梅


작은 창가엔 사슴 함께 잠들었어라 小窓眠共鹿

낡은 의자엔 먼지만 재처럼 쌓였는데 枯椅坐同灰


깰 줄을 모르는구나 억새처마 밑에서 不覺茅簷畔

들에는 꽃들이 지고 또 피는데 庭花落又開


b68e57c89b077917d8ca37386f2ba3ee_1712719030_4815.png
 

경주 남산 깊은 골짜기,

굽이굽이 이어진 숲길 따라 발걸음 내딛다 보면

어느 순간 하늘과 맞닿은 듯 그 속살을 드러내는 공간이 있습니다.


천년 세월 뭇 중생을 품어온 곳, 용장사입니다.


무수한 세월이 흘러 지금은 흔적만 남았지만

원형 자연석을 기단 삼아 우뚝 선 삼층석탑은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암벽에 새겨진 마애부처님은 변함없이 인자한 미소로

중생의 마음들을 내려다보며 따뜻한 위로를 건넵니다.


b68e57c89b077917d8ca37386f2ba3ee_1712719076_4072.png
 

이곳은 조선시대 문인 매월당 김시습이

설잠 스님이 되어 7년 간 머물렀던 곳이기도 합니다.

고요하지만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을 벗 삼아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소설집 『금오신화(金鰲新話)』를 집필했습니다.

그가 깃든 시기 용장사는 ‘금오산실’로 지칭되기도 했습니다.

신라시대부터 이어져 온 기나긴 세월, 이 자비로운 공간에

마음 기댄 이가 비단 설잠 스님뿐이었을까요.


예나 지금이나 복잡하고 혼곤한 세상과 달리

부처님 법향 품은 용장골 깊은 골짜기는

담박하고 자유롭고 또 자비로웠을 테지요.


b68e57c89b077917d8ca37386f2ba3ee_1712719060_1256.png
 

용장골 초입의 출렁다리를 건너 용장사지로 향하는 길,
또 다른 세상으로 넘어가는 듯 달라진 공기의 흐름을
느낍니다.

온몸을 감싸는 청량한 숲 내음이 마음을 다독이고,
골짜기를 타고 흐르는 선선한 바람이 정신을 맑게
일깨웁니다.

길가에는 크고 작은 돌탑들이 즐비합니다.
돌 하나하나에 중생의 간절한 염원들이 깃들어 있겠지요.
용장사지 삼층석탑을 향해 합장하는 마음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b68e57c89b077917d8ca37386f2ba3ee_1712719100_5078.png
 
b68e57c89b077917d8ca37386f2ba3ee_1712719120_691.png
 
용장사지를 지나 뒤편 연화좌대에 오르면
경주 남산의 탁 트인 전경이 한눈에 펼쳐집니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 전하는 경이롭고 장엄한 설법입니다.

복잡한 세상사로부터 짊어지고 온 여러 마음들이
무언(無言)의 설법 앞에 시시각각 흩어지고 변화합니다.

호흡 깊숙이 내 마음을 돌아봅니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모든 것은 오직 내 마음에 달려있음을 비로소 깨닫습니다.

천년 전에도, 지금도, 그리고 미래에도
우리네 마음은 삶을 지탱하는 소중하고 단단한 힘일
테지요.

경주 남산 깊은 골짜기에,
천년 세월 묵묵히 중생 마음 어루만져 온 부처님이
있습니다.

b68e57c89b077917d8ca37386f2ba3ee_1712719156_8149.png
 
b68e57c89b077917d8ca37386f2ba3ee_1712719166_2835.png
 
■ 출처: 한국불교문화사업단 
템플스테이 매거진(vol.63)


멀어도 멀지 않은 길

댓글 0 | 조회 130 | 8일전
스페인에서 온 연인의 범어사 템플스테… 더보기

내 사랑으로 네가 자유롭기를

댓글 0 | 조회 213 | 2024.04.24
엄마와 딸의 춘천 청평사 템플스테이이… 더보기
Now

현재 그 곳에 있었다 - 부처님도, 우리 마음도

댓글 0 | 조회 162 | 2024.04.10
경주 남산 용장골 ~ 연화대좌 순례용… 더보기

우화루에 꽃비 내리는 날

댓글 0 | 조회 135 | 2024.03.26
완주 화암사와 파주 보광사의 목어“이… 더보기

호미로 일군 미각 혁명, 망경산사

댓글 0 | 조회 294 | 2024.03.13
사찰음식 초짜의 사찰 탐방기무던히 잘… 더보기

침 고인다! 돌고 도는 다정다감한 맛

댓글 0 | 조회 331 | 2024.02.28
전국비구니회관 사찰음식 강좌에서주호 … 더보기

사건의 지평선 그 너머

댓글 0 | 조회 372 | 2024.02.13
충주 석종사 참선 템플스테이‘5분만 … 더보기

지혜의 숲에서 꿈꾸는 바다

댓글 0 | 조회 235 | 2024.01.31
유학생 두 사람이 찾은 오대산 숲과 … 더보기

녹차 덖고 마음 닦고

댓글 0 | 조회 301 | 2024.01.17
세 엄마와 로원 양의 해남 대흥사 템… 더보기

흔적의 역사(歷史), 미룰 수 없는 전법(傳法)

댓글 0 | 조회 378 | 2023.12.23
경주 남산 삼릉 ~ 금오봉 순례경주 … 더보기

지금 인도는 K-불교에 ‘Holic 중’

댓글 0 | 조회 450 | 2023.12.13
한국-인도 수교 50주년 교류행사 참… 더보기

종에 비천상을 새긴 마음

댓글 0 | 조회 279 | 2023.11.29
오대산 상원사 동종 비천상종에 비천상… 더보기

부처님처럼 음식을 대하고 부처님처럼 음식을 먹는다

댓글 0 | 조회 434 | 2023.11.14
여러분은 ‘사찰음식’ 하면 무엇을 떠… 더보기

부처님의 마음을 담는 요리 시간

댓글 0 | 조회 457 | 2023.10.24
성화 스님과 함께 만드는 봄맞이 사찰… 더보기

템플스테이에 다녀와서 어떻게 살 것인가?

댓글 0 | 조회 825 | 2023.10.11
봉화 축서사 참선 템플스테이깨달은 뒤… 더보기

움직이는 봄 속에서 피어나는 것들

댓글 0 | 조회 435 | 2023.09.26
초록이 아닌 연두, 빨강이 아닌 분홍… 더보기

피어나라, 우리들의 봄!

댓글 0 | 조회 363 | 2023.09.12
유영빈 씨 삼부자의 서울 석불사 템플… 더보기

천년을 세우는 날, 천년간 숨겨진 염화미소 만나리

댓글 0 | 조회 466 | 2023.08.22
“서라벌에는 17만 8936호가 모두… 더보기

사람을 살리는 온기의 힘

댓글 0 | 조회 760 | 2023.08.08
여행 가서 만나는 구들 이야기빈 가지… 더보기

구름 밟듯 걷는 천년고찰

댓글 0 | 조회 444 | 2023.07.25
등운산 고운사 (騰雲山 孤雲寺)경상북… 더보기

당신이 필요로 하는 누군가

댓글 0 | 조회 566 | 2023.07.12
광주 증심사 요가 템플스테이봄날 같은… 더보기

겨울에도 멈추지 않는다면

댓글 0 | 조회 524 | 2023.06.28
이탈리아에서 온 두 청년의 동화사 템… 더보기

음식을 통해 불교전통문화를 계승하다

댓글 0 | 조회 701 | 2023.06.14
계호 스님과 함께 만드는 제철 사찰음… 더보기

오롯이 홀로 만난 아름다운 이 여행

댓글 0 | 조회 776 | 2023.05.24
‘그대의 영혼이 다시 그대를 만나게 … 더보기

나를 버려 나를 찾는 나를 위한 길

댓글 0 | 조회 519 | 2023.05.09
남악회양 스님이 육조혜능 스님을 찾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