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나보다 어린 사진속의 엄마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지금의 나보다 어린 사진속의 엄마

0 개 1,477 강명화

내 방에는 액자 안에 사진이 하나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사진을 보이는 곳에 두고 기억하는 스타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런 내가 작은 액자 속에 넣어서 방안에 잘 보이는 곳에 세워두고, 가끔 보곤 하는 사진 속에는 유치원 원복을 입고 졸업을 축하한다며 받은 꽃다발을 든 어릴 적 나와 지금의 내 나이보다 어린 빨간 코트를 예쁘게 차려 입은 엄마가 있다. 저 사진 속에 엄마가 삼십대 밖에 안 되었다는 걸 깨달은 건 사실 얼마 되지 않았다.

 

요즘도 나는 액자속의 저 사진을 가끔 오랫동안 보곤 한다. 저 사진 속의 나를 보려는 것은 아니다. 나에게 어릴 적 나의 모습은 그다지 기념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의 나보다 어리고 예쁜 엄마를 보려고 사진을 액자에 넣었다. 

 

사실 처음 사진 속 엄마의 나이를 깨닫고, 저 사진 속의 엄마가 나보다 어리고, 세아이 엄마라는 사실이 뭔가 좀 충격적이었다. 그걸 지금껏 생각해 본적이 없다는 것과 엄마를 엄마 아닌 여자로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는 사실들 때문에 말이다.

 

엄마는 지금의 나보다 훨씬 어린 나이에 아이를 셋이나 낳았고, 일을 했고, 가정을 돌보았다. 지금 그 사진을 보면서 새삼 놀라는 이유는, 우리 엄마는 젊었고, 예뻤고, 멋쟁이였다. 그걸 내가 서른이 넘어서야 알아차리다니..

 

엄마는 내게 늘 엄마였기 때문에,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었다. 엄마도 여자라는 사실.. 그리고 사진 속의 엄마는 나보다도 어리다는 사실. 아직도 젊던 엄마는, 늘 천원을 아끼려 재래 시장을 돌고 돌았던 엄마는, 지금의 나보다도 어린 여자였다는 사실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런 것들을 알고나면, 이제부터 엄마는 한 여자로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엄마를 여자로 대하고, 엄마의 감정을 헤아리려고 노력 할 수 있는 것 같다. 왜냐하면, 엄마는 엄마이기 이전에 사랑받고 싶은 여자일테니까.. 세상의 모든 여자들처럼..

 

엄마는 한 번도 말하지 않는다. 엄마도 여자라는 것을.. 그래서, 우리가 한번쯤은 말하지 않아도 헤아려 주어야 한다. 엄마만 늘 우리를 헤아려주는 역활인 건 너무 가혹하다.

 

이제 엄마의 자식들이 아이들을 낳고, 어느새 할머니라는 호칭을 들으며 살아가고 있는 엄마를 본다. 이제 더 이상 젊지 않은 엄마는, 여전히 엄마다. 그것이 엄마를, 우리를 위해 희생하게 하는 이유는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본다.

 

엄마의 삶에, 엄마의 젊은 인생의 한조각, 유치원을 졸업하던 작고 예쁜 딸을 안고 사진을 찍었던 엄마는 참 예뻤다고, 그때의 엄마에게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지금이라도 얘기한다면, 엄마에게 그게 어떤 의미가 있긴 할까..

 

나는 앞으로도 액자 속의 사진을 보면서, 조금 더 나이들어가는 엄마를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사진 속의 엄마를 보면서, 우리 엄마 참 예쁘다고 생각 할 것이다. 엄마의 예쁜 날들에게 나의 엄마로 살면서, 수고했다고, 고생이 많았다고, 엄마에게 전해 주어야 겠다.

 

여전히 엄마는 예쁘다는 말도 좋아하고, 예쁜 것들도 좋아하는 여자다. 그런 엄마가 온전히 한 사람으로, 한 여자로만 살아도 된다고, 그래도 괜찮다는 걸 알았으면 참 좋겠다. 사진 속의 엄마에게 얘기할 수 없으니, 지금 엄마에게 얘기해야겠다. 한 사람으로, 한 여자로 넘치게 사랑받으며 사시라고.. 

 

ec9a53933c3be5460d93c810b8577322_1542156480_9963.jpg
 

일상이 사라진 시간

댓글 0 | 조회 1,974 | 2020.05.12
누구의 인생이든내가 감히 섣부른 평가… 더보기

커피홀릭

댓글 0 | 조회 1,971 | 2017.05.09
저는 커피를 참 좋아합니다.많은 분들… 더보기

사는 이야기 1

댓글 0 | 조회 1,925 | 2020.11.11
어느 누구도 마음을 강요하지는 못한다… 더보기

혼자 사시는 할머니

댓글 0 | 조회 1,784 | 2019.10.08
봄인가 싶더니 다시 비가 몇일째 내리… 더보기

세상이 바뀌었다

댓글 0 | 조회 1,746 | 2020.07.14
코로나 이후 많은 일상은 바뀌었습니다… 더보기

소확행을 아시나요?

댓글 0 | 조회 1,673 | 2018.05.10
요즘 유행하고 있는 소확행이란 단어를… 더보기

말하지 못한 말들...

댓글 0 | 조회 1,635 | 2019.08.13
가끔 말하지 못한 말들은말하지 못한 … 더보기

엄마의 노래

댓글 0 | 조회 1,532 | 2017.04.11
엄마가 좋아하던 노래는늘 님이 떠났거… 더보기

평범한 인생의 비범함

댓글 0 | 조회 1,528 | 2017.06.14
평범한 가정에서평범하게 일하고평범한 … 더보기

그냥 잠시 내버려 두세요

댓글 0 | 조회 1,527 | 2018.02.13
뉴질랜드에 태풍이 불어서 홍수가 몰려… 더보기

집 안에 들어온 새 한마리

댓글 0 | 조회 1,519 | 2018.07.11
요즘 나는 출근하기 전 뒷문을 살짝 … 더보기

새끼 고양이

댓글 0 | 조회 1,493 | 2017.08.08
새끼 고양이를 데려왔습니다.세상에 나… 더보기

휴가 가는 길

댓글 0 | 조회 1,487 | 2020.01.14
연말 여름휴가를 틈타 한국에 휴가를 … 더보기

생각이 섣부른 어느 날에

댓글 0 | 조회 1,484 | 2020.08.12
생각이 섣부른 어느 날에예쁜 색의 스… 더보기

로컬 마켓 체험기

댓글 0 | 조회 1,482 | 2017.07.11
지난 주 토요일에는 로컬 마켓에 갔었… 더보기
Now

현재 지금의 나보다 어린 사진속의 엄마

댓글 0 | 조회 1,478 | 2018.11.14
내 방에는 액자 안에 사진이 하나 있… 더보기

현실의 진실

댓글 0 | 조회 1,473 | 2019.06.11
세상에 있는모든 진실을 털어도나의 진… 더보기

길이 있는 곳

댓글 0 | 조회 1,464 | 2019.02.18
길을 따라길을 지나길이 아닌 곳을길처… 더보기

여름을 살아내는 법

댓글 0 | 조회 1,416 | 2020.02.11
몇일째 30도를 넘어가는 무더위가 기… 더보기

버스 터미널

댓글 0 | 조회 1,381 | 2019.11.13
기억하라 말했지만,기억되지 않을 걸 … 더보기

편지

댓글 0 | 조회 1,372 | 2018.06.16
누군가의 글에서진심을 생각한다.어쩌면… 더보기

73세 레이, 스카이다이빙 하다!

댓글 0 | 조회 1,365 | 2020.10.13
내가 레이를 처음 만난 것은 뉴질랜드… 더보기

주말 행복 레시피

댓글 0 | 조회 1,341 | 2020.09.09
토요일은오전 늦게 부시럭 거리며 일어… 더보기

선택

댓글 0 | 조회 1,337 | 2019.04.09
생각해보면 10년을 넘는 시간을 뉴질… 더보기

잊혀지기 전에...

댓글 0 | 조회 1,331 | 2019.03.13
잊고 싶었지만잊혀지고 싶지는 않은 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