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어디서나 시민들은 주변에 과일나무를 심는 것을 좋아하나 보다. 한국의 여러 도시에서 가로수로 온통 감나무나 은행나무를 심어 계절의 정취를 느끼게 했던 기억이 생생한데, 오클랜드에서도 이런 현상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시민들의 요구에 따라 지역 공원에 복숭아 살구 자두 같은 여름철 과일나무(썸머 프루트)를 심는다. 지난여름 전문가와 함께 이들 나무를 둘러 볼 기회가 있었다. 시청에서 이런 나무를 심기는 했지만 관리는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아마도 시민들은 이들 나무에서 탐스런 열매가 맺기를 바라고 있었으리라. 오며가며 탐스럽게 달린 열매를 감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필요한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그런데 아직은 소기의 성과를 얻지 못하는 느낌이다. 이 전문가의 말을 빌려 이들의 관리요령을 알아보려 한다.
한 마디로 조경전문가는 정원이나 공원에 과일나무를 심는 것을 꺼려한다. 주변의 경관을 살리면서 나무에서 과일을 얻기는 쉽지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오히려 과일나무를 심으면 경관을 해칠 수 있는 주장을 편다. 나무에서 과일은 생산하려는 의도는 주변 경관을 우선 고려하려는 조경전문가의 생각이 상충된다. 주변의 경관만을 위해서는 과일나무도 좀 더 우거져 무성하게 자라야 한다. 그런데 과일이 잘 달리기위해서는 나무 가지가 듬성듬성 자라 가지 사이로 햇빛이 잘 들어야 한다. 그러자니 자연히 주변 경관과는 잘 어울릴 수 없게 된다.
그렇다고 이들 조경수와 과일나무를 자라는 대로 내버려 둘 수만은 없다. 오클랜드의 토양이나 환경조건으로는 이들 나무가 너무 무성해져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자라게 된다. 자칫 가지를 잘라주는 기회를 놓치게 되면 지나치게 자르게 되어 나무가 볼 품이 없어지거나, 나무의 형태를 망가뜨리게 된다. 어떤 경우든 정원의 과일나무는 그대로 놔 둘 수만은 없고, 그래서 어떤 형태로든 가지를 정리해야 한다. 주변 경관을 우선으로 하든 아니면 과일 수확에 중점을 두든. 이런 결정은 이를 즐기려는 주인이나 관리자의 몫으로 남게 된다.
정원수나 과일나무는 가지를 잘라가면서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자라게 유도 한다. 먼저 가지를 자르는 시기다. 한국을 비롯한 북반구의 나라에서는 겨울철에 나무의 가지를 자른다. 이 때가 비교적 한가할 뿐 아니라 나무와 함께 자라려는 병원균의 밀도가 낮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겨울철에 비가 자주 내는 오클랜드에서는 공기중의 습도가 높아 맑은 날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무의 가지를 자를 때 생긴 상처가 쉽게 아물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에서다. 나무의 가지는 몸통에서 가능한 바짝 잘라야한다. 이 때 상처를 줄이기 위해서는 세 번에 걸쳐 나누어 자르는 것이 원칙이다. 먼저 자르려는 지점의 바깥쪽 아랫부분을 조금 자른다. 그리고 그 부분의 바깥 쪽 위에서 아래로 가지를 완전히 잘라낸다. 그리고 나서 당초에 자르려는 위치를 다시 자르면 된다. 이렇게 하면 가지를 자를 때 가지의 무게로 인해 생기게 되는 상처를 예방하면서 보다 깔끔하게 잘라 낼 수가 있게 된다.
나무의 가지를 정리 할 때는 먼저 나무의 골격을 생각한 다음 어떤 가지를 남길 건지를 결정한다. 다음에 죽은 가지나 병든 가지는 모두 잘라내야 한다. 그리고 나서 한쪽방향으로 겹치는 가지 가운데 약한 가지를 주로 잘라낸다. 이때 가지를 지나치게 많이 잘라내게 되면 나무의 자람에 지장을 준다. 그래서 가지의 1/4 정도만 자르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다들 아는 사실이지만 나무는 가지에 달린 잎을 통하여 영양분을 공급 받는다. 지나치게 가지를 잘라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나무를 자를 때 톱 전동가위 같은 자르는 도구를 통하여 병원균이 전염할 수도 있다. 프로 정원사는 이들 도구를 소독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한 나무의 가지치기가 끝난 다음에는 메칠알콜로 도구의 칼날 부분을 닦아 준다. 우리가 예방접종을 위해서는 반드시 주사기를 소독해야 하는 것과 같은 원리로 이해하면 된다.
모든 사람들이 자식을 낳아서 기르는 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이든가. 자연히 나이든 어른한테 물어가면서 애들을 키우게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정원수나 과일나무를 제대로 키우기도 그리 간단치 않다. 그래도 한번 길러봐야 하질 않겠는가. 나무를 기르면서 의문이 생긴다면 관련잡지를 들춰 볼 수도 있겠고, 아니면 전문 클럽활동에 참여 할 것을 권한다. 오클랜드에는 이런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홈페이지(www.oakandthistle.co.nz)가 있다. 그들은 주기적으로 교육이나 현장 실습을 통해서 필요한 정보를 제공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