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우체통에 부치는 편지, 선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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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우체통에 부치는 편지, 선운사

0 개 1,154 템플스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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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락교에서 바라본 선운사


들락날락 올망졸망 서해는 지극히 인간적이다. 물들 때와 물 나갈 때가 확연히 다르다. 다양한 풍경이 우리네 인생사와 같다. 끝난 데 없는 갯벌, 마치 온 세상이 멈춘 듯 고요하다. 육지인 듯 바다인 듯 드넓게 펼쳐져 있는 갯벌에는 720여 종에 이르는 다양한 생명이 치열하게 삶을 꾸려가고 있다고 한다. 고창 갯벌은 자연생태계가 잘 보존돼 람사르 습지로 지정되었다. 선운사 인근 만돌, 하전리 등, 물때를 잘 맞춰가면 조개 캐기, 염전체험, 숭어잡이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변산반도의 남쪽 긴 해안선과 마을 앞으로 펼쳐진 광활한 갯벌에 답답한 가슴이 뻥 뚫린다. 


고창 생태문화탐방로 2코스에 있는 선운사 대웅전 뒤 동백 숲에 선다. 가지에 한 번 땅에 한 번, 두 번 핀다는 동백, 선운사는 누가 뭐래도 동백이다.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안했고/ 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것만  상기도 남었습디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었습디다.” 걸음을 재촉하다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서정주 시인의 시비가 일주문 못미처 있다. 자진하듯 떨어지는 모습이 하도 서러워서 지는 소리를 듣는다는 동백꽃을 가을에는 볼 수 없다. 그 자취만이 아련할 뿐이다. 철 지난 후에 온 게으름과 여백 없음을 탓하며 1년 후에 도착한다는‘느린 우체통’에 손편지 한 장 부친다. 내 안의 나에게 나 밖의 내가 부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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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운사 느린 우체통


템플스테이 선원 가는 길에 든다. 한낮인데도 등불을 밝혀야 할 만치 어둡다. 서늘한 기운에 내 안의 내가 잠시 멈칫거린다. 오른편에 차밭을 끼고 간다. 예부터 스님들이 차를 즐기는 까닭에 절집에는 차밭이 많다. 향기롭고 맑은 차 한 잔이 내 입에 들어오는 과정을 생각한다. 아홉 번 덖고 아홉번 비벼 말리는 동안, 찻잎은 제 안의 상처를 그대로 머금었다. 우리도 들볶이고 상처를 입는 사이 저도 모르게 향기가 스미는 건 아닐까? 겨우 1km 남짓한 길이 멀다. 빠르게 걷던 관성으로 마음을 재촉하니 길이 멀다. 늦추자, 늦추자, 조심조심 걸음을 내디디라고 숲길은 짙고 서늘하지 않은가. 가로지르던 다람쥐 한 마리가 멈춰서 싹싹 빈다, 놀라서 미안하다는 듯이. 아니다, 나 아니었다면 네가 왜 놀랐겠는가, 내 탓이다. 도솔암 가는 길도 나를 내려놓고 숨 고르기에 좋은 길이다. 재촉할 수 없게 적당히 가파른 길이다. 선원이 절에서 외따로이 떨어져 있다. 내안의 경계가 더욱 분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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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곡 람사르 습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고창읍 고인돌 공원에 간다. 고인돌은 무덤이다. 선사시대 먼 옛날을 살다 간 흔적이라는 생각 끝에 사람의 평생을 생각한다. 역사라는 걸 생각해 본다. 나 살다 간 흔적도 역사가 될 수 있을까? 커다란 덮개석이 짓누른다. 서두르지 말자, 쉼표 하나 찍는다. 느리다는 것, 움직임 없는 것 같지만 뒤처지는 것 같지만, 실은 더 큰 강이 되고 역사가 되는 것이다. 고인돌 공원 너머 운곡 람사르 습지는 500여 종 동식물의 서식지다. 흐르지 않고 고여 있는 물은 썩을 것 같지만 실은 수 많은 생명을 품고 있다. 탐방로가 겨우 한 사람 지날 수 있게 좁은 것, 서두르지 말라는 은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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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운사 녹차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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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창읍 고인돌 공원


■ 사계절이 아름다운 선운사를 소개합니다!


봄 동백을 비롯해서 여름 백일홍, 가을 꽃무릇, 겨울 설경이 수려한 선운사는 사철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찰입니다. 서해가 가깝고, 선운사가 위치한 선운산(도솔산)은 천혜의 자연을 만날 수 있는 생태문화탐방로가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선운사 템플스테이에서는 명상, 발우공양, 선운산 포행, 108배, 탁본 등을 다양하게 체험 할 수 있습니다. 오직 쉼만으로 채우는 휴식형 템플스테이도 체험 할 수 있지요. 


선운사는 지장도량으로도 유명합니다. 지장보궁전의 금동지장보살상을 비롯해 도솔암 도솔천내원궁 금동지장보살상(보물 제280호), 참당암 약사전 석조지장보살상(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33호)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같이 선운사 경내에 고려후기에서 조선초기에 이르는 3구의 단독 지장보살상이 모셔져 있다는 사실은 예부터 이 지역이 지장보살의 도량으로 지장보살 신앙이 널리 유행하였음을 말해줍니다.


선운사│전라북도 고창군 아산면 선운사로 250│063-561-1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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