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랖 대마왕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오지랖 대마왕

0 개 1,839 이정현

한국 사람들이 보는 외국인 혹은 이민자들에 대한 이미지는 “개인 성향이 무척 강하다”는 거다. 소속감을 답답해하고, 개인사 등의 사적 이야기는 부담스러워한다. 아무리 친한 사이여도 보이지 않는 선이 존재하는 느낌이 들고, 무리와 어울려 지내기보다 혼자 있는 것을 더 편해하는 성향. 바로 이것이 한국인이 바라보는 외국인의 모습이다. 


반대로 외국인이 바라보는 한국인의 모습은 참견하기 좋아하고, 낄 데 안 낄 데를 가리지 못하며, 옆집 숟가락 수까지 훤히 알고 있는 “오지랖”. 나는 전자의 성향에 더 가까웠다.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는 건 아니지만 혼자서도 크게 불편함 없이 뭐든 잘했다. 예를 들어, 보고 싶은 영화가 있으면 퇴근길에 극장에 들러 혼자 영화를 본다든지, 배가 고프면 음식점에서 혼자 밥도 잘 먹었다. 모르는 사람과 말을 하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고, 이런 이유로 택시를 타도 기사님이 말을 걸까 늘 긴장하곤 했다. 그런데 이런 내 성향을 “과거형”으로 쓰는 데는 이유가 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난 “오지랖 대마왕”이 됐기 때문이다. 물론 여전히 혼자 밥도 잘 먹고, 혼자 잘 다닌다. 그런데 요즘은 그렇게 남에게 먼저 말을 건다. 


며칠 전의 일이다. 도로에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여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예전의 나라면 그냥 지나쳤을 일인데, 나도 모르는 사이 나 역시 그들 무리에 껴있는 나를 발견했다. 도로 위에는 차 한 대와 오토바이 한 대가 서 있었다. 사고가 난 듯 싶었다. 그리고 내가 내 입을 막기 전에 이미 난 처음 본 옆 사람에게 “어머, 어떻게 된 거예요? 누가 피해자예요?” 라고 말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이 뿐만이 아니다. 예전에는 환한 대낮부터 라이트를 켜고 운전하는 사람들을 보면 속으로 ‘나중에 알아서 끄겠지’라고 생각하고 난 내 갈 길을 갔다. 그런데 요즘은 차 안에 있어서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운전자를 향해 손짓, 발짓으로 라이트가 켜져 있다고 온몸으로 알려준다. 


df3f0411b4b981dd61945668ef3c5acb_1624424975_786.png
 

내 오지랖이 최절정에 이르는 곳은 바로 동물병원이다.     

       

“초코파이 보호자님 2번 진료실로 들어오세요.”

“맹꽁이 어머님 3번 진료실로 들어오세요.”

“박순자 보호자님 4번 진료실로 들어오세요” 


각 강아지의 이름이 호명될 때마다 나도 모르게 피식 웃으며 강아지 주인들과 대화를 시도한다. 특히, 우리 강아지와 이름이 같은 동명이견(同名異犬)이라도 발견하는 날에는(생각보다 이런 날이 많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강아지가 하얀색이면 무조건 “구름”이라고 짓기 때문이다) 아주 절친을 만난 날이다. 이제는 내 오지랖이 걱정될 정도다. 이런 고민을 친구들한테 털어 놓으면 그들은 아직 심각한 수준이 아닌, 보통 한국인의 수준이라고 한다. 동물병원에서 사람이 아닌 강아지에게 강아지 이름을 부르며 “초코는 어디가 아파서 왔어?”라고 하게 되는 날이 오면 바로 그때가 심각하고 위험한 단계라고 날 위로(?)한다. 


한국의 오지랖을 이해하지 못했던, 무척이나 싫어했던 내가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한국으로 돌아온 지 10년 남짓, 나도 이제 한국 사람이 다 됐다.



심전도(心電圖) 검사

댓글 0 | 조회 202 | 21시간전
최근 어느 모임에서 만난 지인이 부정… 더보기

가족 및 자원 봉사 간병인을 위한 정부 실행 계획

댓글 0 | 조회 567 | 8일전
Consultation on Acti… 더보기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 수상 안전 실시

댓글 0 | 조회 301 | 9일전
지난 11월 22일, 타마키 마카우라… 더보기

위험한 감정의 계절: 도박과 멘탈헬스 이야기

댓글 0 | 조회 190 | 2025.12.10
12월은 흔히 ‘축제의 달’로 불린다… 더보기

에델바이스(Edelweiss)의 추억

댓글 0 | 조회 202 | 2025.12.10
음악은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 감정… 더보기

18. 루아페후의 고독한 지혜

댓글 0 | 조회 142 | 2025.12.10
# 산 속의 침묵루아페후 산은 뉴질랜…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

댓글 0 | 조회 531 | 2025.12.10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 더보기

그 해 여름은

댓글 0 | 조회 140 | 2025.12.10
터키의 국기처럼 큰 별 하나를 옆에 … 더보기

어둠은 자세히 봐도 역시 어둡다

댓글 0 | 조회 135 | 2025.12.10
시인 오 규원1어둠이 내 코 앞, 내… 더보기

아주 오래된 공동체

댓글 0 | 조회 175 | 2025.12.10
처서가 지나면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 더보기

이삿짐을 싸며

댓글 0 | 조회 570 | 2025.12.0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하루에 조금씩만…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에게 독서가 특별히 중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533 | 2025.12.09
우리는 뉴질랜드라는 다문화 사회 속에… 더보기

깔끔하게 요약해 본 파트너쉽 비자

댓글 0 | 조회 339 | 2025.12.09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로 체… 더보기

2026 의대 진학을 위한 연말 전략: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234 | 2025.12.09
▲ 이미지 출처: Google Gem… 더보기

시큰둥 심드렁

댓글 0 | 조회 109 | 2025.12.09
어떤 사람이 SNS에 적은 글에 뜨끔… 더보기

언론가처분, 신상 정보 공개 금지 및 국민들의 알 권리

댓글 0 | 조회 225 | 2025.12.09
지난 9월 8월, 본인의 자녀들을 수… 더보기

고대 수메르 문명은 왜 사라졌는가

댓글 0 | 조회 147 | 2025.12.09
메소포타미아 사막 위로 붉은 해가 떠… 더보기

스코어카드와 인생의 기록 –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

댓글 0 | 조회 114 | 2025.12.09
골프를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코어… 더보기

나도 의대 들어갈 수 있을까 : 의대 경쟁률 10:1 그 진실은?

댓글 0 | 조회 318 | 2025.12.07
출처: https://www.isto… 더보기

‘인공 방광’이란

댓글 0 | 조회 287 | 2025.12.06
국민보험공단이 발표한 ‘2024 지역… 더보기

수공하는 법

댓글 0 | 조회 165 | 2025.12.06
수공(收功)은 기운을 거두어들이는 동… 더보기

AI 시대의 독서: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독서가 필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623 | 2025.12.01
공자는 논어 첫 문장에서 “배우고 때… 더보기

AI 시대의 새로운 교육 방향: AI와 함께 생각하는 힘

댓글 0 | 조회 560 | 2025.11.28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교육의 변화를 … 더보기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 확대

댓글 0 | 조회 333 | 2025.11.26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이 74세까지 … 더보기

에이전시 (대리인) 관련 법

댓글 0 | 조회 228 | 2025.11.26
우리는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대신’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