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장치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권레오
독자기고
새움터
김준
박기태
수선재
김도형
마이클 킴

기억장치

0 개 1,103 조기조

나는 정보시스템을 공부하고 강의했다. 정보시스템은 정보를 만들고 제공하는 시스템이니 IPO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소위 입력(input), 처리(processing), 출력(output)이라는 3 과정이다. 입력하면 일단 저장되어 처리하고, 출력해도 저장되어 있어야 하니 저장이 잘 되어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이 저장에 문제의 소지가 많다. 저장공간인 메모리와 데이터베이스(DB)가 정보시스템의 속도와 성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입력은 5감이라는 센서를 통해서 이루어지고 뇌에서 처리하고 뇌에 저장한다. 그래서 기억이 중요한 것이다. 인간의 출력이란 우선, 쓰고 말(노래)하는 것이다. 


6ce27832bb6550ba1bc024945070c6dd_1620685870_5904.png
 

오래된 하드디스크에는 배드 섹터가 생긴다. 하드디스크 같은 기억장치는 레코드판처럼 돌아야 헤드(레코드의 바늘 같은)에서 읽을 수 있기에 많은 트랙을 여러 구역인 섹터로 나누어 저장 단위로 하였고, 여기에 번지(주소)를 부여하여 관리하고 있다. 마치 대단지 아파트를 동과 층, 호로 나누어 관리하는 방식과 같은 것이다. 이 중에 물리적으로 손상이 되어 기억을 시키거나 불러내지 못하는 곳을 배드 섹터라고 한다. 우리의 뇌에 배드 섹터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하지 않겠는가? 충격을 받거나 뇌혈관이 손상되지 않는다면 평생 쓰는 저장장치이니 결코 공장에서 만들 수 없는 저장장치를 가진 것이다. 


이젠 완연한 봄이고 곧 여름으로 들겠지만 지난 3월에는 날씨가 변덕스러웠다. 낮엔 덥고 밤이면 춥고, 양지는 따뜻하고 음지는 추웠다. 그래선지 머리가 무겁고 맑지 않았다. 잠이 덜 깬 것 같은 느낌에 몸도 마음도 무기력하였다.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있었으나 인터넷에 찾아보니 두불청(頭不淸)이라는 병 같았다. 영어로는 ‘brain fog’라고 하는 모양이다. 몇 년 전부터서 건망증처럼, 단어가 잘 생각나지 않는 것도 걱정이었다. 얼굴은 떠오르는데 사람 이름이 생각나지 않기도 하고...... 기억하는 전화번호가 거의 없고 가사를 몰라 노래를 부르기가 어렵다. 치매라면 어쩌나 싶어 더 나빠지기 전에 검사를 받아보기로 했다. 두 시간이 걸릴 거라는 검사는 쉽지 않았다. 지시에 따라 손가락을 움직이는지와 계산, 논리, 색 인지, 기억력 등을 묻는 다양한 검사였다. 그림을 보고 따라 그리고는 안보고 그걸 다시 그려보라는 것까지 오랜만에 보는 시험은 힘이 들었다. 그 중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열 개가 훨씬 넘을 것 같은 물건들을 들려주고 그걸 생각나는 대로 말해보라는데 잘해야 대여섯 개를 기억할까?


하여튼 치매는 아니라 해서 자신감을 얻었지만 이제 기억하고 저장하는 힘을 단련해 보기로 했다. 메모를 하고 있지만 그래도 뇌에다 기억해 보려고 한다. 약도 침도 있다는데 스스로 해결해 보기로 했다. 간단하다. 자강불식(自强不息)을 하는 것이다. 햇볕을 쬐고 많이 움직이면 된다. 매일, 만보(萬步)는 기본으로 채우기로 했다. 전해오는 건강명약이 만보라고 들었기 때문이다. 한 달이 지난 지금, 나날이 달라지는 것 같다. 불면증이 있을 리가 없다. 밥맛이 없을 리가 없다. 몸이 찌뿌둥할 리가 없다. 허리가 아플 리가 없다. 뛰다 걷다 하고 가끔은 언덕을 오르기도 한다. 돈 안들이고 내 발로 움직이는 것이 얼마나 귀하고 장한 일인가? 소식다작(少食多嚼)에, 소차다보(少車多步)에, 일소일소(一笑一少) 맞다. 


컴퓨터의 출력은 화면에 보여주고 인쇄하거나 스피커로 들려주는 정도이다. 그런데 인간의 몸은 엄청난 출력을 한다. 은퇴 후에 더 많은 입력과 출력을 하려고 버킷리스트(bucket list)를 적어보았다. 너무 많아서 우선 몇 가지를 시작했다. 그 중의 하나가 피아노 연주다. 벼르고 벼르다가 시작했는데 참 잘했다 싶다. 서두르지 않고 계속해서 대중가요 정도는 자연스럽게 연주하도록 해 볼 생각이다. 두 손을 따로 움직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겠다. 누가 정했는지 기호로 고저, 장단, 강약에다 서로 어울리는 화음을 배치시키니 빠져들고 있다. 매일 감탄이다. 



어쩌다 또 시낭송 강의를 듣고 있다. 어줍지만 내가 좋아하는 시, ‘엄마걱정’은 외우고 있다. 외워보려고 몇 백번은 더 읽었을 것이다. 첼리스트 나탈리 망세(Nathalie Manser)의 ‘Les Anges(천사들)’를 배경으로 낭송해보니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또 ‘해는 시든지 오래’인데 열무 30단을 이고 시장에 가셔서 안 오시는 엄마를 기다리며 ‘찬밥처럼 방에 담겨’ 천천히, 천천히 숙제를 하는 소년이 된다. 그립고 죄송스러운 엄마를 생각하며...... 중학생 때 숙제로 시작한 영시 두 편은 아직도 암송한다. 한 줄을 까먹었다가 새로 찾아 익혔다. 한 달 전에 만개했던 벚꽃을 보며 또 부활절에 다시 생각나서 그걸 글로 적어볼까 하다가 미루고 말았다. 시인은 70평생에서 20년을 빼니 겨우(?) 50년이 남았다고 엄살이다.(And take from seventy springs a score, It only leaves me fifty more.) 내게 50년이 남았다면 축복일까 저주일까? 기억에는 이런, 몸과 머리를 쓰는 일들이 도움을 준다. 50년은커녕 30년이나 남았으면 좋겠다 싶은데 살아 움직이는 동안은 제대로 된 정보시스템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노화(老化)와 노쇠(老衰)는 다르다

댓글 0 | 조회 226 | 20시간전
노화(Aging)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보기

변화의 시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378 | 1일전
우리는 지금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를 … 더보기

대학생 공부하기 싫을 때 및 번아웃 어떻게 해야 될까요

댓글 0 | 조회 285 | 4일전
매년 이맘때쯤이면 메디컬 입시 (의대… 더보기

GAMSAT 의전원.치전원 입학시험 고득점 팁과 노하우

댓글 0 | 조회 292 | 7일전
지난 칼럼에서는 GAMSAT 3월 시… 더보기

지식을 다루는 방법에 대하여

댓글 0 | 조회 441 | 9일전
인공지능과 과학기술의 발전은 우리 일… 더보기

드래곤 전설의 기원

댓글 0 | 조회 224 | 2026.04.29
— 인간은 왜 ‘용’을 상상했는가상상… 더보기

비료와 먹거리

댓글 0 | 조회 231 | 2026.04.29
먹고 살려면 농사를 지어야 한다. 산… 더보기

뉴질랜드 민사소송의 약식 판결 및 각하

댓글 0 | 조회 360 | 2026.04.29
보통 뉴질랜드 민사소송은 원고 측에서… 더보기

27. 우레와(Urewera) 부족과 안개 속의 여인

댓글 0 | 조회 170 | 2026.04.29
뉴질랜드 북섬의 깊은 원시림 속에는 … 더보기

고국의 품에 안긴 카자흐스탄 독립유공자 후손과 재외동포

댓글 0 | 조회 203 | 2026.04.29
카자흐스탄 재외동포 초청 낙산사 템플… 더보기

벚꽃 편지

댓글 0 | 조회 204 | 2026.04.29
창밖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 더보기

비자금

댓글 0 | 조회 350 | 2026.04.2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글쎄 암이란 놈… 더보기

8편 – 체르노빌 섀도우: 봉인된 보고서

댓글 0 | 조회 178 | 2026.04.29
“체르노빌은 ‘폭발’이 아니라, ‘개… 더보기

고용주의 신고의무

댓글 0 | 조회 591 | 2026.04.28
▲ 이미지 출처: Google Gem… 더보기

유학을 보내도 결과가 나오지 않는 이유 — 공부보다 중요한 것

댓글 0 | 조회 504 | 2026.04.28
▲ 이미지 출처: Google Gem… 더보기

생각이 사람을 만든다

댓글 0 | 조회 174 | 2026.04.28
시인 천 양희이 생각 저 생각 하다어… 더보기

파트너쉽 비자, 딱 한번에 승인받기

댓글 0 | 조회 453 | 2026.04.28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와 함… 더보기

갬블링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 뇌와 감정의 이야기

댓글 0 | 조회 190 | 2026.04.28
도박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에는 여전… 더보기

골프 코스마다 스타일이 다르듯, 인생도 정답은 없다

댓글 0 | 조회 231 | 2026.04.28
골프를 오래 치다 보면 깨닫게 되는 … 더보기

걷기 열풍

댓글 0 | 조회 458 | 2026.04.25
충북 괴산에 ‘걷기 열풍’이 불어 9… 더보기

GAMSAT 의.치전원 입학시험 총평 및 출제경향 (2026년 3월)

댓글 0 | 조회 333 | 2026.04.20
<GAMSAT의 급부상 인기&g… 더보기

건강한 겨울나기 예방 접종으로 준비하세요

댓글 0 | 조회 675 | 2026.04.17

어디가 더 들어가기 어려울까? 오타고대 의대 vs 오타고대 치대

댓글 0 | 조회 976 | 2026.04.16
지난 칼럼에서는 오클랜드대 Biom… 더보기

전쟁과 평화

댓글 0 | 조회 276 | 2026.04.15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전쟁 없이… 더보기

미확인 해양 괴생물(MO) 목격담

댓글 0 | 조회 392 | 2026.04.15
— 인간은 왜 바다에서 ‘무언가’를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