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신은 어디에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내 신은 어디에

0 개 1,624 이익형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아이들과의 첫 수업시간을 마친 후 왁자지껄 함께 어울려 공부방 밖으로 막 나서려던 찰라 였다. 


“아뿔싸!” 


새로 산지 얼마 되지 않아 흙이라도 튈세라 걸음마저 여간 조심스럽지 않았던 내 운동화가 보이지 않는다. 처음엔 다른 아이들 신발에 섞여 안보이겠거니 했던 마음도 외부 신발장과 발판 아래까지 뒤져 본 후에야 비로서 그 ‘사라짐’이 인정되고 말았다. 


“이곳에 들어 오실 때는 꼭 신발을 안쪽 신발장에 두셔야 합니다.”


두 주전 인사차 처음 이곳 월곡동 공부방에 발을 들여 놓았을 때 그곳을 맡아 운영하셨던 수녀님 중 한 분이 내게 당부했던 말이 그제서야 떠올랐다. 신을 채 벗기도 전, 환영 인사 대신 들려온 이 경고는 굳이 그 이유를 묻지 않고서도 얼마나 많은 신발이 이곳에서 사라졌을까 짐작하고 남음이 있었다. 달동네 아이들이 유일하게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과 함께 보호받고 뒤처진 학업을 이어갈 수 있는 이 곳에서 들려진 당부를 무시한 대가는 꽤나 혹독 했다. 


신발장 구석에 짝이 맞지 않은 채로 구겨져있던 슬리퍼를 겨우 발에 이겨 넣고 동네 꼬마들 보다 훨씬 형편 없는 실력으로 골목 축구를 하면서도 나는 수녀님의 경고를 일찍이 새겨놓지 못한 자신을 탓하고 있었다. 이런 쓰린 내 맘을 알아채지 못했는지 그나마 발에 붙어 있어야 할 슬리퍼는 자꾸만 벗겨지려 안간힘을 쓰고, 그 벗겨짐의 민망함을 막아보려 버둥거리는 내 발가락들은 여지없이 그 싸움에서 패하고 만다. 그리고 그때면 어김없이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터져 나온다. 


물론 그 아이들은 날아가는 슬리퍼를 떠나 보낸 바둥거리는 발가락의 모양이 우스워 배꼽을 잡았겠지만, 함께 웃는 나에겐 


“그러게 신발을 바깥에 두면 어떻 해… 하하하”


“없어지는게 당연하지… 낄낄낄”


같은 자조 섞인 웃음이 섞여 있었다. 


얼뜨기 선생님의 잃어버린 신발과 그를 대신한 슬리퍼의 기억은 아마도 그 선생님보다는 오랜 시간 그 골목 안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로 남아 떠다녔을지 모른다. 


25년 전 한 청년이 무턱대고 찾아간 어느 달동네 공부방의 시작은 그렇게 어느 동네 골목의 웃음으로 시작 되었다.  


3964f572996683fcb69061bfa4f3abc1_1616542994_6528.png
 

▲ 본 사진은 성북 마을 아카이브에서 가져왔습니다

https://archive.sb.go.kr/isbcc/home/u/story/view/840.do;jsessionid=66A36DC44FA9A86B558BDF61322525BE


가난의 일상은 때때로 이와 같이 우습지만 마냥 웃을 수 만은 없는 현실을 우리에게 선보이곤 한다. 가난이 일상이 된 삶에서 자신의 부족을 메우려는 절박함은 때로 이와 같은 사소한 범죄의 고리를 따라 움직이곤 한다. 그리곤 너무 안타깝게도 다시 그 고리를 일상화 시킨다. 


하지만 나는 그들을 탓할 수 없었다. 어느 누구도 (때로는 부모 조차도) 돌보아 주지 못하는 그 여린 삶의 상처들에 또 다른 윽박으로 그 치유를 막아 설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힘들게 달려보지만 끝없이 되풀이되는 어른들의 좌절은 고스란히 그 아이들에 대한 억압과 폭력으로 매듭지어지곤 한다. 


이렇게 너무 일찍 삶을 잃어버린 아이들의 가슴에 남은 깊은 상처가 그리 쉽게 가려질 것이란 기대는 애초부터 만무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기도하는 것은 그 상처가 아물기를… 가능하다면 조금이라도 더 빨리 아물어 비록 커다란 흉터 하나 자신의 삶의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더 이상 아파하지 않기를 나는 그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기도한다. 


이제는 곧 터져버릴 듯 아슬한 슬리퍼를 신고 동네 어귀를 내려오는 동안 내내 나는 이 가파른 등성이를 차라리 원망해야 했다. 아주 오랫동안. 


(이 글은 현재는 사라진 1990년대 후반 서울 성북구 월곡동 달동네를 배경으로 합니다.)


3964f572996683fcb69061bfa4f3abc1_1616539925_1599.png
 

https://www.pinterest.nz/pin/849139704714775377/ (성북 마을 아카이브)


■ 낮은마음 이야기는 나눔공동체 낮은 마음이 서부 오클랜드 지역에서 활동하며 지역 이웃들과 함께 나눈 사역을 정리해 엮은 칼럼이다


만성 콩팥병(chronic kidney disease)

댓글 0 | 조회 316 | 20시간전
최근 미국 버지니아대학교(Univer… 더보기

주거침입절도(Burglary)와 강도(Robbery)

댓글 0 | 조회 242 | 2일전
안녕하세요 한국 교민 여러분, 벌써 … 더보기

보험 수리 보증은 누가 책임질까?

댓글 0 | 조회 264 | 2일전
자동차 사고 후 보험으로 수리를 진행… 더보기

뉴질랜드 의예과 치예과 (Biomed/Health Sci) 입학 전 꼭 알아야할 …

댓글 0 | 조회 325 | 4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Biomed/Heal… 더보기

어휘력은 암기만으로 늘지 않는다

댓글 0 | 조회 742 | 8일전
아이들의 어휘력을 판단할 때, 우리는… 더보기

사랑과 우정, 그 중간쯔음 . . .

댓글 0 | 조회 316 | 10일전
그 날의 여행지는 늘상 가던 온천행이… 더보기

목사 가운을 버리고

댓글 0 | 조회 713 | 10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외국에서 방문했… 더보기

요점만 정리한 종교인 워크비자

댓글 0 | 조회 607 | 10일전
뉴질랜드 이민부는 종교 관련 직무에 … 더보기

21. 잠든 전사 – 테 마타 봉우리의 전설

댓글 0 | 조회 143 | 10일전
Te Mata o Rongokako … 더보기

2026년 뉴질랜드 바이오메드, 헬스사이언스 입학준비

댓글 0 | 조회 492 | 10일전
: 뉴질랜드를 선택하는 이유, 그리고… 더보기

샘터와 우물가

댓글 0 | 조회 108 | 10일전
시골집엔 샘이 있었다. 장독대 아래에… 더보기

이민자의 스트레스, 어디로 가는가

댓글 0 | 조회 628 | 2026.01.28
ㅣ 술, 갬블링, 과로로 흘러가는 감… 더보기

차나무도 생명, 내버려둘수록 차 맛도 맑다

댓글 0 | 조회 170 | 2026.01.28
화엄사 구층암 ‘죽로야생차’“혹시 대… 더보기

장학금 그리고 의사가 꿈인 두 학생의 이야기

댓글 0 | 조회 401 | 2026.01.28
출처 : https://www.acs… 더보기

장애인 가족 돌봄자

댓글 0 | 조회 198 | 2026.01.27
가족 구성원중 항시 돌봐야 하는 장애… 더보기

바빌론의 공중정원 전설

댓글 0 | 조회 137 | 2026.01.27
ㅣ존재했는가, 아니면 인간이 만든 가… 더보기

다른 길은 없다

댓글 0 | 조회 120 | 2026.01.27
시인 류 시화자기 인생의 의미를 볼 … 더보기

2편 – 〈세기의 디지털 강도〉 (The Heist of Light)

댓글 0 | 조회 147 | 2026.01.27
“단 12초 만에, 79억 달러가 사… 더보기

향후 10년간 가장 인기 있는 직업 목록이 발표

댓글 0 | 조회 531 | 2026.01.27
이 5가지 진로는 뉴질랜드 학생들에게… 더보기

운도 실력이다 – 준비된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행운

댓글 0 | 조회 209 | 2026.01.27
골프장에서 가끔 이런 장면을 목격한다… 더보기

‘조용한 살인자’ 고지혈증

댓글 0 | 조회 698 | 2026.01.23
지난(1월 20일)은 대한(大寒)으로… 더보기

2025년 의대 치대 수의대 38명 합격생의 공통점

댓글 0 | 조회 793 | 2026.01.22
출처 : https://www.huf… 더보기

출입금지 통지서(trespass notice)

댓글 0 | 조회 679 | 2026.01.21
오늘은 출입금지 통지서(trespas… 더보기

1편 – 〈황금의 망령〉 (The Phantom of Gold)

댓글 0 | 조회 287 | 2026.01.16
840톤의 금괴가 사라진 날, 세계는… 더보기

아들 신발

댓글 0 | 조회 298 | 2026.01.14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결혼해 집 떠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