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우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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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우체국

0 개 1,610 오클랜드 문학회

시인 이 병철


하늘 우체국에 가본 적 있다

구름이 치는 전보 속에서는

깨알빛 새들이 시옷자 날개를 펴고

텅 빈 서쪽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우체국을 품고 있는 산맥의 품에서

연필심 냄새가 수런수런 피어올랐다

만년설 아래에도 흑연이 숨어 있을까

나는 투명한 결정들이 지면을 이룬

거대한 엽서를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눈 깜빡이듯 낮과 밤이 바뀌는 동안

사람과 산양들이 서툰 글씨로

저마다의 사연을 기록해둔 곳

잉크 자국조차 가물가물한 설원엔

펜 혹을 닮은 바위들만 솟아 있었다

나는 손바닥만 한 알프스를 사서는

그 뒷면에 한 글자도 쓰지 못했다

마을까지 퍼지지 못하고

바람에 증발되는 목동의 노래가

불현듯 떠올랐기 때문일까

눈 삼키다 멈춰선 제설차의 기침을

옮겨 적을 수 없었다, 그때

해발 3,500미터의 쓸쓸한 우체국에서

네가 있는 서울 반지하 주택까지의 거리가

크레바스보다 더 움푹 팬 흉터로 아려왔다

나는 한 글자도 쓰지 못한 엽서 위에

긴 문장을 적듯 천천히 우표를 붙였다

유리창에는 서리가 적어 놓은 주소가

소리 없이 지워지고 있었다


시인 이 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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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클랜드문학회
오클랜드문학회는 시, 소설, 수필 등 순수문학을 사랑하는 동호인 모임으로 회원간의 글쓰기 나눔과 격려를 통해 문학적 역량을 높이는데 뜻을 두고 있습니다. 문학을 사랑하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문의: 021 1880 850 aucklandliterary20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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