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3] 두 종류 나무의 인생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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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3] 두 종류 나무의 인생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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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로 올라가고 있다. 온 몸의 가지들은 사방으로 팔을 뻗으며 우산을 거꾸로 받친 모양을 이루고 있다. 그리곤 뚝 떨어져 올라가 약간 작아진 우산을 거꾸로 한 모양으로 똑 같이 가지를 뻗다가, 다시 뚝 떨어져 하늘로 올라가며 약간씩 작아진 같은 모양의 가지 뻗기를 반복한다. 그 가지 끝에서도 하늘을 떠 받치며 기도하는 손가락 모양의 기다란 진녹색 잎들이 하늘을 향해 뻗고 있다. 파란 하늘을 미끄러져 가던 흰 구름은 잠시 멈춰 서서 노폭 소나무의 기도하는 듯한 우아한 손 끝을 쓰다듬기도 한다.

  태평양 남서부 뉴칼레도니아 섬과 뉴질랜드 사이에 있는 호주령 노폭섬(Norfolk Island)이 원산지인 30여m 높이까지 자라는 노폭 소나무(Norfolk Pine)는 시원스럽게 생겼다. 불필요한 잡다한 가지는 일체 뻗지 않고 우산을 거꾸로 든 모양의 가지들만을 형성하면서 계속 위로만 뻗어 올라가는 모습이 멋있기까지 하다. 노폭 소나무의 모습은 부라운스 베이 바닷가나 주택가에서도 오레와 바닷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뉴질랜드에 처음와서 노폭 소나무를 보았을 때 참 멋있어 보여서 세 번, 네 번 올려다 보았다. 하늘 높이.

  그러나 자세히 보면 그 손가락 모양의 나뭇잎들은 하늘을 향해 기도하는 모습보다는, 끝없이 높은 곳을 향한 욕망을 날름거리는 배암의 혓바닥처럼, 초록색 실뱀처럼 보이기도 한다. 낮은 곳에 있는 작은 것들에 대한 미련 이나 관심은 애초부터 자신의 삶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하늘을 향해 위로만 올라가는 모습이다. 적어도 자신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땅의 크기 만큼은 세상에 빚지고 있음에도 오로지 관심은 하늘에만 있는 듯 하다. 이 땅은 오로지 잘난 자신이 더 높이 올라가기를 위한 물과 양분만을 열심히 공급해 주어야만 하는 대상에 불과하다. 그 밑에서 먹이를 나눠 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힘없는 짐승들도, 한여름 뙤약볕을 피할 수 있는 그늘 한 조각을 갈망하고 있는 키 작은 인간들의 눈망울도 보고 싶지 않다. 밑에 있는 작은 존재들은 높이 올라온 자신에게 박수 갈채를 보내 주거나 침묵해야 한다.

  참나무목 참나무과 졸참나무속의 총칭인 오크(oak)는 고대 그리스에서는 신들이 맨 처음으로 만든 나무라 해서 '어머니 나무'라고 하였다. 로마, 슬라브, 게르만, 켈트, 아일랜드의 신화에도 나오며 거룩한 나무로 숭배되어 신을 섬기는 데 사용되었다. 속명인 'Quercus'는 켈트 어로 '좋은 목재'란 뜻이며 '상수리 나무, 굴참나무, 떡갈나무' 등을 아우르는 우리말 이름인 '참나무' 역시 '진짜 나무'라는 뜻이다. 재질이 단단하여 좋은 가구나 술통이나 연장 자루로도 쓰였고, 로마인이나 바이킹족의 배를 만드는 선재로도 쓰였고, 그 열매인 도토리는 짐승들의 먹이나 그 녹말을 이용한 도토리 묵을 만드는 데도 쓰인다.

  많은 학교나 학원들은 자신들의 로고(logotype)로 중세 시대 귀족 가문의 상징인 방패 문양을 비슷하게 본 뜨거나 한 시대의 지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횃불이나 지성의 상징인 책이나 펜 등이 들어간 도안을 사용한다. (개인적 얘기를 하는 것을 용서하기 바란다.) 필자가 'SEI 서초 영어'의 로고로 쓰고 있는 도안은 10여 년 전 한국에서부터 써 오던 것인데, 다른 로고들에 비해 수동적으로까지 느껴질 수 있는 나무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하늘 높이 30∼40m 정도 자라기도 하지만 땅 넓은 줄도 알아 옆으로도 넓게 팔을 벌려 그늘을 만들어 주는 참나무 두 그루가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다.

  나는 나에게서 배우는 학생들이 이 참나무들처럼 자라주길 바란다. 봄 여름에는 울울창창 푸르게 자라나며 한 여름 무더위 같은 삶에 지친 친구들이 오면 기꺼이 시원한 그늘이 되어주고, 비가 내리면 우산 없이 지나가던 나그네의 비도 막아 주다가, 가을이면 도토리 열매를 맺어 아낌없이 동물이나 인간에게 먹이를 나누어 주고, 가을이 더 깊어지면 겸손히 떨어지는 잎이 되어 스스로 썩어 세상을 다시 풍요롭게 하며 자연으로 되돌아 갈 줄 아는 참나무 같은 존재로 커가길 바란다.

  노폭 소나무처럼 시원스럽게 생기지 않았으면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곧게, 곧아 보이게 높은 곳만을 향해 뻗어 나가는 참 너 잘났지만 인정머리 없어 보이는 노폭 소나무보다는, 구불텅 휜 가지도 있고 끊어질 듯 이어진 가지도 있고 올라가다 내려오기도 하고 다시 올라가기도 하는 가지도 있고 잎이 무성히 달린 가지도 있고 헐 벗은 가지도 모두 한 몸 안에 넉넉히 가지고 있는 참나무처럼 내 제자들이 자라주기 바란다. 늦자라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에는 크게 우뚝 자라 서있는 참나무를 보며 '농무' 와 '새재'의 시인 신경림의 '나무'라는 싯귀절이 떠오른다.

                            나무를 길러 본 사람만이 안다/ 반듯하게 잘 자란 나무는/
                      제대로 열매를 맺지 못한다는 것을/ 너무 잘나고 큰 나무는/
                       제 치레 하느라 오히려/ 좋은 열매를 갖지 못한다는 것을/
                                 한 군데쯤 부러졌거나 가지를 친 나무에/
                           또는 못나고 볼품없이 자란 나무에/ 보다 실하고/
                    단단한 열매가 맺힌다는 것을/ 나무를 길러 본 사람만이 안다


  그렇다. 진짜 나무, 참나무를 길러 본 사람만이 안다.

사랑과 우정, 그 중간쯔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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