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이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서영이

0 개 1,545 수필기행

내 일생에는 두 여성이 있다. 하나는 나의 엄마고 하나는 서영이다. 서영이는 나의 엄마가 하느님께 부탁하여 내게 보내주신 귀한 선물이다. 서영이는 나의 딸이요, 나와 뜻이 맞는 친구다. 또 내가 가장 존경하는 여성이다.


자존심이 강하고 정서가 풍부하고 두뇌가 명석하다. 값싼 센티멘탈리즘에 흐르지 않는, 지적인양 뽐내지 않는 건강하고 명랑한 소녀다. 버릇이 없을 때가 있지만, 나이가 좀 들면 괜찮을 것이다.


나는 남들이 술 마시느라고 없앤 시간, 바둑 두느라고 없앤 시간, 돈을 버느라고 없앤 시간, 모든 시간을 서영이와 이야기 하느라고 보냈다. 아마 내가 책과 같이 지낸 시간보다도 서영이와 같이 지낸 시간이 더 길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시간은 내가 산 참된 시간이요, 아름다운 시간이었음은 물론, 내 생애에 가장 행복된 부분이다. 내가 해외에 있던 일 년을 빼고는 유치원서 국민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거의 매일 서영이를 데려다주고 데리고 왔다. 어쩌다 늦게 데리러 가는 때는 서영이는 어두운 운동장에서 혼자 고무줄놀이를 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안타까운 것은 일 년 동안이나 서영이와 떨어져 살던 기억이다. 오는 도중에 동경에서 삼 일 간 체류할 예정이었으나, 견딜 수가 없어서 그날로 귀국했다. 그래서 비행장에는 마중 나온 사람이 하나도 없게 되었다. 나는 택시에 짐을 싣고 곧장 학교로 갔다.


내가 서영이 아빠로서 미안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첫째 내 생김생김이 늘씬하고 멋지지 못한 것이 미안하다. 젊은 아빠가 아닌 것이 미안하다. 보수적인 점이 있기 때문이다. 기대가 커서 그것에 대한 의무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미안하다.


서영이는 내 책상 위에‘아빠 몸조심’이라고 먹글씨로 예쁘게 써 붙였다. 하루는 밖에 나갔다 들어오니 ‘아빠 몸조심’이 ‘아빠 마음조심’으로 바뀌었다. 어떤 여인이 나를 사랑한다는 소문을 듣고 그랬다는 것이다.


그 무렵 서영이는 안톤 슈낙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라는 글을 읽고 공책에다 ‘ 나를 가장 슬프게 하는 것은 아빠에게 애인이 생겼을 때’ 라고 써놓은 것을 보았다.


아무려나 서영이는 나의 방파제(防波堤)이다. 아무리 거센 파도가 밀려온다 하더라도 그는 능히 막아낼 수 있으며, 나의 마음속에 안정과 평화를 지킬 수 있다. 나는 ‘서영이도 결혼을 할 테지’ 하고 십 년이나 후의 일이지만 이 생각 저 생각 할 때가 있다.



딸이 결혼하는 것을 ‘남에게 준다’, ‘치운다’ 이런 따위의 관념은 몰인정하고 야속 하고 죄스러운 일이라 믿는다. 딸의 사진을 함부로 돌린다거나 상품을 내어보이듯이 선을 보인다거나 하는 짓은 있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어서 보내야겠는데 큰일 났어요. 어디 한군데 천거하십시오.’


이런 소리를 나에게 하는 사람의 얼굴을 나는 뻔히 쳐다본다.


결혼을 한 뒤라도 나는 내 딸이 남의 집 사람이 되었다고는 생각지 않을 것이다.


물론 시집살이는 아니 하고 독립한 가정을 이룰 것이며, 거기에는 부부의 똑같은 의무와 권리가 있을 것이다. 아내도 새 집에 온 것이요, 남편도 새집에 온 것이다. 남편의 집인 동시에 아내의 집이요, 아내의 집인 동시에 남편의 집이다.

결혼은 사랑에서 시작되어야 하고, 사랑은 억지로 해지는 것은 아니다. 결혼은 사람에 따라, 특히 천품이 있는 여자에 있어서 자기에게 충실하기 위하여 아니하는 것도 좋다.


자기의 학문. 예술. 종교 또는 다른 사명이 결혼생활과 병행하기 어려우리라고 생각될 경우에는 독신으로 지내는 것이 의의 있을 것이다. 결혼 생활이 지장을 가져오지 않고 오히려 도움이 된다면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퀴리 부인 같은 경우는 좋은 예라 하겠다. 여자의 결혼 연령은 이십대도 좋고 삼십대도 좋고, 그 이상 나이에 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청춘이 짧다고 하지만 꽃같이 시들어 버리는 것은 아니다.


나에게 이런 소원이 있었다. ‘내가 늙고 서영이가 크면 눈 내리는 서울 거리를 걷고 싶다’고. 지금 나에게 이 축복 받은 겨울이 있다. 장래 결혼을 하면 서영이에게도 아이가 있을 것이다.


아들 하나 딸 하나 그렇지 않으면 딸 하나 아들 하나가 좋겠다.


그리고 다행히 내가 오래 살면 서영이 집 근처에서 살겠다. 아이 둘이 날마다 놀러 올 것이다.


나는 <파랑새> 이야기도 하여주고 저의 엄마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줄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은 저의 엄마처럼 나하고 구슬치기도 하고 장기도 둘 것이다. 새로 나오는 잎새같이 보드라운 뺨을 만져보고 그 맑은 눈 속에서 나의 여생의 축복을 받겠다.


5941fc683cd867de0c0c2d3a69b87707_1592877941_2351.jpg

■ 피 천득

시인, 소설가, 영문학자. 교육자, 번역문학가
금아(거문고를 타고 노는 아이) 피천득 선생의 문학적 시작은 영문학, 시(詩)였다. 하지만  교과서에 피천득 선생의 수필이 많이 실린 영향인지 수필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교과서에 실린 또는 실렸던 그의 수필은 ‘나의 사랑하는 생활’, ‘인연’, ‘은전 한 닢’, ‘플루트 플레이어’, ‘산호와 진주’ 등이 있고 1930년 <<신동아>>에 ‘파이프’, ‘서정별곡’, ‘서정소곡’ 등의 작품을 발표하며 등단하였다. 시집으로는 <<서정시집>>, <<금아시문선>> 등이 있다.

설탕과 술이 지닌 위대한 마력들

댓글 0 | 조회 317 | 15시간전
원래 사람은 씨 맺는 모든 채소(허브… 더보기

‘큰 북한’으로 변해가는 러시아

댓글 0 | 조회 315 | 16시간전
▲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페이스북은 북… 더보기

낙타와 낙타풀

댓글 0 | 조회 71 | 16시간전
시인: 송 재학세상의 모든 낙타들은 … 더보기

AEWV 소지자가 알아야 할 6가지 구구절절

댓글 0 | 조회 603 | 19시간전
뉴질랜드에서 합법적인 취업을 할 수 … 더보기

Incredible Years Program

댓글 0 | 조회 192 | 19시간전
결혼 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 대학교… 더보기

순간의 선택이

댓글 0 | 조회 196 | 19시간전
싸이(PSY)의 뮤직비디오 강남스타일… 더보기

오미크론 변종 FLiRT

댓글 0 | 조회 1,939 | 4일전
신종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 더보기

'2025 한국대학 입시 분석 및 대응 전략'

댓글 0 | 조회 500 | 4일전
드디어 한국대학들이 각 대학별로 20… 더보기

오토파지 디톡스가 이런 일까지도 한다

댓글 0 | 조회 422 | 9일전
오토파지와 디톡스는 살아 있는 세포로… 더보기

남북, ‘동족’은 아니라 해도 적이 될 필요야…

댓글 0 | 조회 808 | 2024.05.29
▲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 더보기

가정용 온수 시스템 비교

댓글 0 | 조회 827 | 2024.05.29
안녕하세요, 넥서스 플러밍의 김도형입… 더보기

유학후 이민과정 활용 가이드

댓글 0 | 조회 747 | 2024.05.29
뉴질랜드 영주권 비자를 취득하기 위한… 더보기

포기를 포기하라

댓글 0 | 조회 270 | 2024.05.29
5월이 끝나갑니다.벌써 2024년의 … 더보기

이만큼의 은혜

댓글 0 | 조회 190 | 2024.05.29
■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여기까지 와… 더보기

청춘

댓글 0 | 조회 125 | 2024.05.28
시인 사뮤엘 울만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더보기

창 밖은 아파트

댓글 0 | 조회 582 | 2024.05.28
지금도 변함없지만 이 집에 처음 입주… 더보기

숲의 성장 소설을 읽다

댓글 0 | 조회 166 | 2024.05.28
인제 백담사 숲 명상숲으로 난 길을 … 더보기

아이가 밥을 잘 먹지 않고 잔병치레가 잦나요?(2)

댓글 0 | 조회 206 | 2024.05.28
한방에서 말하는 간장과 심장은 간과 … 더보기

임시직 피고용인

댓글 0 | 조회 451 | 2024.05.28
고용계약에는 정규직 외에도 여러 가지… 더보기

기적의 오토파지 금식과 디톡스

댓글 0 | 조회 370 | 2024.05.28
1. 오토파지의 정의오토파지는 그리스… 더보기

72근의 정(精)을 아껴라

댓글 0 | 조회 228 | 2024.05.28
인간은 태어날 때 몸을 에너지화 할 … 더보기

나이 들면 뭐가 중헌디?

댓글 0 | 조회 795 | 2024.05.25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성인… 더보기

장 건강을 회복하기 위한 식습관과 운동

댓글 0 | 조회 989 | 2024.05.20
1. 장 건강을 회복하기 위한 식습관… 더보기

선거와 이미지

댓글 0 | 조회 381 | 2024.05.15
“정치는 국민의 마음을 읽는 예술이다… 더보기

가스 안전에 관하여

댓글 0 | 조회 392 | 2024.05.15
안녕하세요, 넥서스 플러밍의 김도형입…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