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에게 보여지는 가치란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한국인들에게 보여지는 가치란

0 개 2,002 이정현

나는 매년 뉴질랜드에 간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여름만 되면 하나 둘 사라져 바닷가다 호캉스다 신나게 여름휴가를 즐기고 와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난 뉴질랜드의 한여름에 맞춰 연말에 휴가를 떠날테니 말이다. 내게 있어 매해 연말 뉴질랜드에 가는 것은 일이 고돼도 연말까지 버틸 수 있는 이유이자 다시 한국에 돌아와서 1년을 살아낼 수 있는 원동력이다. 그렇게 해서 연말에 뉴질랜드 땅을 밟으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와~ 드디어 고향에 온 것 같다’도 아니요, ‘그리웠던 조지파이 실컷 먹어야지’는 더더욱 아니다. 비행기가 오클랜드 국제공항에 착륙했다는 기내 방송이 흘러나오는 순간 ‘아, 나 이제 자유다’ 라는 생각이 절로 스친다. 내가 여기서 말하는 ‘자유’는 일상생활을 벗어난 일탈 같은 그리 대단한 자유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사람들의 시야에서 벗어나 입고 싶은 옷을 입고, 신고 싶은 신발을 신고 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그런 소소한 자유를 말하는 거다. 


한국은 보이는 것에 상당히 민감한 나라다.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 역시 보이는 것에 근거를 둔다. 한국에 사는 상당수의 젊은층이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외제차를 모는 것 역시 이에 대한 방증이기도 하다. 좋은 차를 타면 그들에 대한 평가마저 달라지기 때문이다. 면접용 이력서를 위해 잘 갖춰입고 프로필 사진을 찍어야 하며, 믿기 힘들겠지만 백화점에서 그럴듯한 손님 대접(?)을 받기 위해서도 잘 차려 입고 쇼핑에 나서야 한다. 


뉴질랜드는 어떠한가. 한겨울에 반팔티와 반바지만 입고 퀸스트리트를 활보해도 사람들의 눈초리를 받지 않아도 되는 그런 자유가 있고, 길에서 기타치며 노래하고 싶으면 노래하고, 반바지를 입고 출근을 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그런 자유가 있다. 머리를 이삼일 감지 않은 채 외출해도 아무도 수근대지 않는다. 비가 오더라도 굳이 우산을 쓰고 싶지 않으면 쓰지 않아도 된다. 어느 누구도 비를 맞고 가는 사람을 보며 ‘저 사람 우산 살 돈이 없나봐’ ‘저 사람 실연당했나봐’ 등의 평가를 쏟아내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은 다르다. 매 순간 타인의 눈을 의식해야 한다. 매 순간 보이는 것으로 평가를 받아야 한다. 하루는 아는 동생이 대치동 과외가기 전 시간이 남는다며 잠시 보자고 연락을 해왔다. 동생을 만나러 나갔더니 과외수업을 간다던 애의 옷차림이 범상치 않았다. 명품 가방에, 명품 귀걸이에, 엄청 힘을 주고 나온 게 아닌가. 놀려주고 싶은 맘에 “너 어디 땅 보러 가니? 부동산에 가?” 하지만 그 동생은 오히려 정색하며 “언니, 모르는 소리하지 마세요. 대치동 어머니들은 과외 선생님 옷차림도 엄청 신중하게 봐요. 심한 경우는 과외 선생님이 몰고 다니는 차종까지 묻는 어머니들도 있어요.”


그때는 이게 대체 무슨 소린지 미처 몰랐다. 말도 안 되는 동생의 말을 그냥 흘려버렸고, 그 후 몇 년이 지난 지금 나는 퇴근 후 과외 수업을 다닌다. 퇴근 후, 서둘러 집에 돌아와 편안하고 깨끗한 추리닝 바지로 갈아입고 수업에 갔다. 내가 굳이 추리닝 바지를 입은 건 세 가지 이유에서였다. 


첫 번째 이유는 편안함 때문이었다. 한 집에 가면 형제나 자매를 차례대로 가르치기 때문에 짧게는 두 시간, 길게는 세 시간을 바닥에 앉아서 수업을 해야 한다. 그렇게 때문에 하의는 편안한 복장이 필수적이다. 두 번째 이유는 일반 니트나 티셔츠와 함께 입으면 추리닝 바지인지 별로 표시가 나지 않는다(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ㅜ.ㅠ). 마지막 이유는 내가 추리닝을 입고 가르친다고 해서 잘 차려 입었을 때보다 덜 열성적으로 가르친다거나 내게 있는 지식이 사라진다거나 하지 않기에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는 동생의 말이 맞았다. 내 복장은 문제가 됐다. 그리고 심지어 그런 지적을 어머니가 아닌 학생한테 들었다.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왜 한국 사람들은 보이는 것들에 집착하며, 보이는 것들에 근거하여 사람을 판단하는지. 왜 한국에서는 보이는 것이 이리도 중요한지, 왜 누가 어느 아파트 몇 평에 사는 것이 궁금하며, 왜 누가 입는 옷이 어느 브랜드의 얼마짜리 옷인지가 알고 싶은지.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한국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하면서도 그들의 요구에 맞춰 추리닝을 버리고, 이제 출근할 때에도 과외 수업에 갈 때에도 잘 갖춰 입으려 노력하는 내 모습은 과연 맞는 건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보이는 것의 가치는 사실 아무 것도 아니라고 말하는 나 역시도 이곳 한국에서 타인을 보고 나도 모르게 평가하고 판단하고 있는 건 아닌지. 잘 모르겠다. 분명한 건 연말에 뉴질랜드에 가면 추리닝을 입고 쇼핑도 하고, 음식점에도 가고, 편하게 친구들도 만날 수 있는, 그런 소소한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심전도(心電圖) 검사

댓글 0 | 조회 210 | 1일전
최근 어느 모임에서 만난 지인이 부정… 더보기

가족 및 자원 봉사 간병인을 위한 정부 실행 계획

댓글 0 | 조회 569 | 9일전
Consultation on Acti… 더보기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 수상 안전 실시

댓글 0 | 조회 304 | 10일전
지난 11월 22일, 타마키 마카우라… 더보기

위험한 감정의 계절: 도박과 멘탈헬스 이야기

댓글 0 | 조회 192 | 2025.12.10
12월은 흔히 ‘축제의 달’로 불린다… 더보기

에델바이스(Edelweiss)의 추억

댓글 0 | 조회 204 | 2025.12.10
음악은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 감정… 더보기

18. 루아페후의 고독한 지혜

댓글 0 | 조회 144 | 2025.12.10
# 산 속의 침묵루아페후 산은 뉴질랜…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

댓글 0 | 조회 532 | 2025.12.10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 더보기

그 해 여름은

댓글 0 | 조회 142 | 2025.12.10
터키의 국기처럼 큰 별 하나를 옆에 … 더보기

어둠은 자세히 봐도 역시 어둡다

댓글 0 | 조회 137 | 2025.12.10
시인 오 규원1어둠이 내 코 앞, 내… 더보기

아주 오래된 공동체

댓글 0 | 조회 177 | 2025.12.10
처서가 지나면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 더보기

이삿짐을 싸며

댓글 0 | 조회 573 | 2025.12.0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하루에 조금씩만…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에게 독서가 특별히 중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534 | 2025.12.09
우리는 뉴질랜드라는 다문화 사회 속에… 더보기

깔끔하게 요약해 본 파트너쉽 비자

댓글 0 | 조회 343 | 2025.12.09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로 체… 더보기

2026 의대 진학을 위한 연말 전략: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235 | 2025.12.09
▲ 이미지 출처: Google Gem… 더보기

시큰둥 심드렁

댓글 0 | 조회 111 | 2025.12.09
어떤 사람이 SNS에 적은 글에 뜨끔… 더보기

언론가처분, 신상 정보 공개 금지 및 국민들의 알 권리

댓글 0 | 조회 228 | 2025.12.09
지난 9월 8월, 본인의 자녀들을 수… 더보기

고대 수메르 문명은 왜 사라졌는가

댓글 0 | 조회 149 | 2025.12.09
메소포타미아 사막 위로 붉은 해가 떠… 더보기

스코어카드와 인생의 기록 –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

댓글 0 | 조회 116 | 2025.12.09
골프를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코어… 더보기

나도 의대 들어갈 수 있을까 : 의대 경쟁률 10:1 그 진실은?

댓글 0 | 조회 319 | 2025.12.07
출처: https://www.isto… 더보기

‘인공 방광’이란

댓글 0 | 조회 289 | 2025.12.06
국민보험공단이 발표한 ‘2024 지역… 더보기

수공하는 법

댓글 0 | 조회 167 | 2025.12.06
수공(收功)은 기운을 거두어들이는 동… 더보기

AI 시대의 독서: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독서가 필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624 | 2025.12.01
공자는 논어 첫 문장에서 “배우고 때… 더보기

AI 시대의 새로운 교육 방향: AI와 함께 생각하는 힘

댓글 0 | 조회 562 | 2025.11.28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교육의 변화를 … 더보기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 확대

댓글 0 | 조회 334 | 2025.11.26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이 74세까지 … 더보기

에이전시 (대리인) 관련 법

댓글 0 | 조회 231 | 2025.11.26
우리는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대신’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