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없는 처녀 이야기 6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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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없는 처녀 이야기 6편

0 개 1,800 송영림

손과 여성

 

좀 심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나는 여성으로 태어나는 것 자체가 ‘손’이 없는 상태로 태어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낮춰지고 도태되고 배제되고 차별을 받고 나약한 존재로 인식되며 물리적 폭력이나 성폭력 앞에서 무력할 수밖에 없다. 문화에 따라서는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뱃속에서 죽임을 당하거나 할례의 희생양이 되기도 하고, 심지어 여자이기 때문에 아버지나 남자 형제들로부터 죽임을 당해도 된다. 한참 태아의 성 판별이 성행할 때 말띠해에 여아의 출생이 현저히 줄어 남아와 여아의 성비에 큰 차이가 있었다고 하니 이는 여성에 대한 불편한 의식의 단면이 아닐 수 없다. 

 

1993년 제작된 뉴질랜드 영화 ‘피아노The Piano’ 에서 나는 ‘손 없는 처녀’ 이야기와 같은 주제를 발견한다. 이 영화를 여러 번 보았는데, 볼 때마다 나는 에이다Aida를 연기한 홀리 헌터Holly Hunter의 눈빛에서 여성과 예술가로서의 주체적 갈망을 절절히 읽을 수 있다. 딸과 함께 뉴질랜드 개척지로 팔리다시피 시집을 오게 된 미혼모 에이다는 딸 플로라Flora와 피아노 이외에는 아무와도 소통하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 에이다의 과거를 자세히 알려주지는 않지만 말 못 하는 미혼모로서 살아온 삶이 얼마나 고단했을지 추측이 가능하다. 

 

영화에서 피아노라는 소재는 말을 할 수 없는 에이다의 감정의 표출이며 예술가로서의 욕망의 상징이다. 그러나 에이다가 남편 스튜어트Stewart에게 종속된 이후 피아노는 바닷가에 버려졌고, 스튜어트는 베인즈Baines를 사랑한 이유로 에이다의 손가락마저 자른다. 

 

영화의 앞부분에서 파니에panier 속에 들어앉아 궂은 날씨를 피하는 모녀의 모습이 나오는데, 나는 이 파니에야말로 코르셋과 함께 여성의 억압을 보여주는 가장 상징적인 소도구라는 생각이 든다. 파니에는 여성의 치마를 부풀리기 위해 만든 바구니와 같은 것으로 그 재료가 금속이나 고래수염, 나무줄기 등이다. 결국 여성을 바구니 속에 가두어 놓는 것과 그 뜻을 같이하며 이는 남성 안에 가두어진 여성과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 영화에서 에이다의 손은 손이 상징하는 포괄적인 모든 것이다. 그 손은 수화를 하고 연필을 쥐는 소통의 수단이며 피아노를 치는 손이다. 그에게 피아노를 친다는 의미는 욕구를 분출하고 자신의 예술적 꿈을 펼치고 감정을 절제하거나 표출하고 고통을 잊게 하는 것이다. 또 그 손은 베인즈에게 마음을 표현하고 그를 어루만지는 주체적인 사랑의 손길로 이어지기도 한다. 

 

스튜어트와 베인즈는 대조적인 인물이다. 스튜어트가 에이다의 감정을 읽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성급하게 자신의 종속물처럼 여겼다면 베인즈는 에이다의 감정을 존중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바닷가에서 피아노를 치던 에이다의 순수한 감정들이 베인즈의 마음에 전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예술적 소양과는 아무 상관 없이 그가 여성의 마음을 읽고자 한 의지가 바로 에이다가 그를 사랑하게 된 지점일 것이다. 

 

송영림  소설가, 희곡작가, 아동문학가                 

■ 자료제공: 인간과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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