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없는 처녀 이야기 5편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권레오
독자기고
새움터
김준
박기태
수선재
김도형
마이클 킴

손 없는 처녀 이야기 5편

0 개 1,726 송영림

'손'이 말하는 것

 

한편 독일 이야기에서 물과 눈물로 인해 깨끗함을 유지하는 처녀를 악마가 건드릴 수 없다고 화를 내는 장면이 나오는데 한국의 정조 관념보다 극단적이지는 않지만 역시 처녀의 순결을 중요시하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한국의 현대 사회가 개방되고 여성의 인권이 많이 높아진 것 같지만 여전히 여성의 순결은 중요한 것처럼 보인다. 요즘도 아내의 순결 상태가 남편이 아내를 대하는 태도를 결정하고 그것으로 인해 부부간의 갈등을 겪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고 재밌는 것은 그것이 여성뿐 아니라 남성들 역시 고통받게 하고, 그 함정에 빠지게 한다는 점이다. 그것을 말해주는 것이 바로 여성들의 처녀성을 되찾아준다는 수술 같은 것이 아닐까 싶다.

 

한국의 이야기에서는 아버지가 딸을 죽이려 하지만, 독일의 이야기에서는 딸이 스스로 집을 나간다. 이는 조금 더 능동적인 딸의 모습이다. 그런데 손이 없는 두 팔을 등 뒤에 묶어 달라고 하는 것으로 볼 때 딸은 아직도 주체적이거나 독립적이지 못하다. 스스로 뭔가를 해보려는 의지가 여전히 결여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왕이 처녀에게 은손을 만들어 주는 부분 역시 아직 왕의 소속 안에 있음을 상징한다. 은손은 아예 손이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어쩐지 귀한 장식물처럼 느껴진다. 

 

배가 의미하는 것은 처녀 내면의 갈증과 허기, 즉 욕구와 꿈 같은 것을 말한다. 아버지에게 종속된 딸로서는 아무리 정신적으로 배가 고프고 목이 말라도 그 억압된 욕구를 알아차리거나 표출할 수 없다. 그러나 아버지로부터 벗어난 이후 비로소 스스로 그 욕구를 알아차리고 채워보려는 시도를 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래서 배를 베어먹고 간신히 갈증과 허기를 면할 수 있게 되지만 여전히 만족할 만큼은 아니다. 처녀는 또 다시 정승의 아들이나 왕의 보호 아래에서 그들이 떠먹여주는 밥숟가락의 밥을 받아먹으며 생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기까지 동반한 채 다시 길을 떠난다. 본인의 의지로 떠난 것은 아니지만, 옛이야기에서‘길 떠남’은 언제나 성숙과 성장을 의미하며 아기를 동반한다는 것은 더 무거운 책임감과 고통이 함께 수반됨을 뜻한다. 그렇게 길을 떠난 색시는 갈증과 허기를 이번에는 물로 채우고자 몸을 숙이는데 물이 상징하는 것이야말로 생명력, 생산성, 창조성, 여성성, 성장 등을 말하는 것이다. 아기 역시 성장과 생산, 생명력 등을 상징하므로 그 둘이 만나 손이 생기는 것은 어쩌면 타당한 일이다. 그러나 가만히 팔을 내려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팔을 내밀어 능동적으로 스스로 구하려 했기 때문에 손이 주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독일 이야기에서의 처녀는 신앙심이 깊은 처녀로서 기도를 통해 구원자와 천사의 도움으로 배를 먹고 손을 다시 얻게 되는데 이 이야기에서 역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있었던 것이 아니라, 스스로 기도를 통해 구하고자 하였기 때문에 주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게 처녀는 스스로의 욕구조차 알아차리지 못한 채 아버지 아래 종속되어 있다가, 밖으로 나가 배로 자신의 욕구를 채우고, 결국은 물이라는 상징을 통해 비로소 갈증을 완전히 해소하면서 주체적인 하나의 인격체가 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시 ‘되찾은 손’은 ‘원래의 손’과는 다르다. 이전의 손은 있으되 있으나 마나 한 손이었다면 이후 다시 생긴 손은 완전한 독립체로서 존재하기 위한 손이고, 그 손은 또 경제적 자립을 의미하기도 한다. 색시가 명주 베를 짜며 아이와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이 그 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송영림  소설가, 희곡작가, 아동문학가                 

■ 자료제공: 인간과문학 

노화(老化)와 노쇠(老衰)는 다르다

댓글 0 | 조회 234 | 21시간전
노화(Aging)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보기

변화의 시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382 | 1일전
우리는 지금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를 … 더보기

대학생 공부하기 싫을 때 및 번아웃 어떻게 해야 될까요

댓글 0 | 조회 287 | 4일전
매년 이맘때쯤이면 메디컬 입시 (의대… 더보기

GAMSAT 의전원.치전원 입학시험 고득점 팁과 노하우

댓글 0 | 조회 294 | 8일전
지난 칼럼에서는 GAMSAT 3월 시… 더보기

지식을 다루는 방법에 대하여

댓글 0 | 조회 445 | 9일전
인공지능과 과학기술의 발전은 우리 일… 더보기

드래곤 전설의 기원

댓글 0 | 조회 226 | 2026.04.29
— 인간은 왜 ‘용’을 상상했는가상상… 더보기

비료와 먹거리

댓글 0 | 조회 231 | 2026.04.29
먹고 살려면 농사를 지어야 한다. 산… 더보기

뉴질랜드 민사소송의 약식 판결 및 각하

댓글 0 | 조회 360 | 2026.04.29
보통 뉴질랜드 민사소송은 원고 측에서… 더보기

27. 우레와(Urewera) 부족과 안개 속의 여인

댓글 0 | 조회 170 | 2026.04.29
뉴질랜드 북섬의 깊은 원시림 속에는 … 더보기

고국의 품에 안긴 카자흐스탄 독립유공자 후손과 재외동포

댓글 0 | 조회 203 | 2026.04.29
카자흐스탄 재외동포 초청 낙산사 템플… 더보기

벚꽃 편지

댓글 0 | 조회 206 | 2026.04.29
창밖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 더보기

비자금

댓글 0 | 조회 350 | 2026.04.2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글쎄 암이란 놈… 더보기

8편 – 체르노빌 섀도우: 봉인된 보고서

댓글 0 | 조회 178 | 2026.04.29
“체르노빌은 ‘폭발’이 아니라, ‘개… 더보기

고용주의 신고의무

댓글 0 | 조회 591 | 2026.04.28
▲ 이미지 출처: Google Gem… 더보기

유학을 보내도 결과가 나오지 않는 이유 — 공부보다 중요한 것

댓글 0 | 조회 506 | 2026.04.28
▲ 이미지 출처: Google Gem… 더보기

생각이 사람을 만든다

댓글 0 | 조회 174 | 2026.04.28
시인 천 양희이 생각 저 생각 하다어… 더보기

파트너쉽 비자, 딱 한번에 승인받기

댓글 0 | 조회 455 | 2026.04.28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와 함… 더보기

갬블링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 뇌와 감정의 이야기

댓글 0 | 조회 190 | 2026.04.28
도박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에는 여전… 더보기

골프 코스마다 스타일이 다르듯, 인생도 정답은 없다

댓글 0 | 조회 231 | 2026.04.28
골프를 오래 치다 보면 깨닫게 되는 … 더보기

걷기 열풍

댓글 0 | 조회 458 | 2026.04.25
충북 괴산에 ‘걷기 열풍’이 불어 9… 더보기

GAMSAT 의.치전원 입학시험 총평 및 출제경향 (2026년 3월)

댓글 0 | 조회 333 | 2026.04.20
<GAMSAT의 급부상 인기&g… 더보기

건강한 겨울나기 예방 접종으로 준비하세요

댓글 0 | 조회 675 | 2026.04.17

어디가 더 들어가기 어려울까? 오타고대 의대 vs 오타고대 치대

댓글 0 | 조회 976 | 2026.04.16
지난 칼럼에서는 오클랜드대 Biom… 더보기

전쟁과 평화

댓글 0 | 조회 276 | 2026.04.15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전쟁 없이… 더보기

미확인 해양 괴생물(MO) 목격담

댓글 0 | 조회 392 | 2026.04.15
— 인간은 왜 바다에서 ‘무언가’를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