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신이 꽃입니다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지금 당신이 꽃입니다

0 개 2,086 명사칼럼

땅에 쑥 돋아납니다. 해 뜨면 쑥 잎 끝에 보석 같은 이슬방울이 반짝이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자연은 무궁무진무구입니다. 우리의 눈과 마음이 가 닿지 못한 무한대지요. 알 수 없습니다. 다 보지 못하고 다 알지 못하지요.

 

아침에 본 쑥이 해질 때 보면 더 자라나 있습니다. 쑥은 봄기운을 가장 빨리 알아차린 풀입니다. 봄에 돋아나는 것이 어디 쑥뿐이겠습니까. 무릎을 꿇고 땅에 엎드려 자세히 들여다보면 온갖 풀이 돋아나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작은 풀꽃이 피어납니다.

 

땅에 납작 엎드린 시루나물 꽃은 진보라색입니다. 마치 시루떡같이 꽃이 차곡차곡 피어 있어서 어머니는 이 꽃창초 꽃을 시루나물 꽃이라고 불러줍니다. 이른 봄에 피는 풀꽃 중에 까치꽃이 가장 선명한 꽃 색깔을 갖고 있습니다. 꽃잎 둘레는 남색이고 속은 약간 흰색이지요. 얼른 눈에 띌 때 보면 마치 까치 몸 색깔 같아서 까치꽃이라 했는지 모르지만 이 꽃의 학명은 개불알풀입니다. 키 작은 몸으로 바람에 흔들리는 노란 꽃다지는 얼마나 앙증맞은지요. 냉이 꽃도 눈이 부십니다.

 

우리들이 살아가면서 울고 웃는 것 같은 꽃이 어찌 꽃다지나 냉이 꽃뿐이겠습니까. 쭈그리고 앉아 작은 꽃을 오래오래 들여다보면 눈물납니다. 정말 눈물이 솟지요. ‘어떻게 그 작은 몸으로 추운 겨울을 이기고 왔니?’ 하고 물어보면 대답이 없어 더 눈물납니다. 조금 있으면 아주 작은 벌레의 나팔 같은 빨간 광대살이 꽃도 핍니다.

 

눈물나게 하는 작은 풀꽃들

 

봄에 피는 작은 풀꽃은 추운 겨울 동안 자라나 죽은 듯 색깔을 잃고 지내다가 대지에 봄기운이 돌아오면 자기 색을 찾아내어 꽃을 피워냅니다. 봄에 땅에 달라붙어 피는 꽃은 배고픈 시절 다 나물이었습니다. 그 작은 꽃 중에 내가 좋아하는 꽃은 봄맞이꽃입니다. 봄맞이꽃, 이름도 좋지요. 봄맞이꽃은 실같이 가는 꽃대가 올라와 끝에 흰 꽃잎 넉 장을 활짝 펼쳐 줍니다. 봄맞이꽃은 희고 눈부셔서 햇살 좋은 한낮에는 잘 보이지 않지요. 봄맞이꽃을 보고 걷다가 뒤돌아다보면 몇 송이가 새로 피어나 있습니다. 되돌아가 주저앉아 하나 둘 셋 넷 꽃잎을 세어 줍니다. 작고 예뻐서, 너무나 눈이 부셔서 오래 바라보면 온몸이 시려옵니다.

 

봄에 핀 작은 풀꽃은 그렇게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의 흔적 같지요. 이른 봄 길, 나는 꽃을 따라다니며 이 작은 생명들 곁에 엎드려 시를 썼습니다. 아니, 내가 시를 쓴 것이 아니라 이 꽃들이 나를 불러 내게 이렇게 저렇게 시를 쓰라 일러주었지요. 나는 다만 그들의 말을 받아 적었을 뿐입니다. 봄이 되면 사람들이 눈을 들어 먼 산의 화려한 꽃을 찾는 동안 나는 이 작은 꽃들 앞에 절하듯 엎드립니다.

 

이 세상에 봄이 와서 풀과 나무에 꽃이 피듯이 당신 속에도 꽃이 숨어 있습니다. 아니, 꽃 속에 당신이 숨어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당신이 믿는 그 생각으로는 꽃 한 송이 피우지 못합니다. 그 생각은 꽃이 되지 못합니다. 진 짐 부리고 불끈 쥔 주먹 펴세요. 세상의 모든 것을 벗어던질 광기가 그대 속에도 숨어 있습니다. 그 광기가 저렇게 달디 단 꽃이 되지요.

 

꽃 보면 어지럽지요. 무슨 일이 꼭 일어날 것만 같지요. 꽃은 사랑을 찾아가는 세상의 입술입니다. 입 맞추세요. 꽃은 그대 마음속에 거짓과 허위와 턱없는 허울과 가식을 태우는 불꽃입니다. 그대 마음에 불 지르세요. 꽃같이 아름다운 파멸은 세상에 없지요. 얼마나 많은 것이 소용돌이를 치다가 참지 못해 터지면 저렇게 붉게, 저렇게나 희게, 저렇게나 연분홍으로 피었다 지며 봄바람에 미쳐 저렇게 허공으로 흩어지겠습니까. 못 막지요. 못 참습니다.

 

가슴속의 꽃을 피워보세요

 

꽃은 우주의 생존 본능, 새로운 생명의 폭발이지요. 그 어떤 이성과 논리가 저 아름다운 자연의 전쟁을 말린답니까? 전쟁터에 뛰어드세요. 흥분의 도가니지요. 환희와 희열, 가식과 억압으로부터 터지는 봇물처럼 미어지는 자유의 환호가 꽃입니다. 세상의 끈을 놓아버리는 아름다운 손, 몸과 마음을 풀어 흩뿌리는 완전한 해방, 그 광기가, 그 끝, 그 세상의 끝이 꽃입니다. 이승도 저승도 없는 사랑의 완결, 사랑의 일치를 향한 찬란한 죽음이 꽃이지요. 꽃 아니 인생, 꽃 없는 인생 없습니다. 천지간에 꽃이 저리 난리를 치는데 당신은 지금 어느 골짜기를 캄캄하게 헤매시나요. 당신은, 당신이 지금 꽃입니다.

 

출처 <동아일보>

 

29047df854c3827e43f3ee39b70da346_1571718707_3808.jpg
 

■ 김 용택 시인 

만성 콩팥병(chronic kidney disease)

댓글 0 | 조회 328 | 1일전
최근 미국 버지니아대학교(Univer… 더보기

주거침입절도(Burglary)와 강도(Robbery)

댓글 0 | 조회 249 | 2일전
안녕하세요 한국 교민 여러분, 벌써 … 더보기

보험 수리 보증은 누가 책임질까?

댓글 0 | 조회 269 | 2일전
자동차 사고 후 보험으로 수리를 진행… 더보기

뉴질랜드 의예과 치예과 (Biomed/Health Sci) 입학 전 꼭 알아야할 …

댓글 0 | 조회 331 | 5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Biomed/Heal… 더보기

어휘력은 암기만으로 늘지 않는다

댓글 0 | 조회 748 | 8일전
아이들의 어휘력을 판단할 때, 우리는… 더보기

사랑과 우정, 그 중간쯔음 . . .

댓글 0 | 조회 322 | 2026.01.28
그 날의 여행지는 늘상 가던 온천행이… 더보기

목사 가운을 버리고

댓글 0 | 조회 717 | 2026.01.28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외국에서 방문했… 더보기

요점만 정리한 종교인 워크비자

댓글 0 | 조회 612 | 2026.01.28
뉴질랜드 이민부는 종교 관련 직무에 … 더보기

21. 잠든 전사 – 테 마타 봉우리의 전설

댓글 0 | 조회 147 | 2026.01.28
Te Mata o Rongokako … 더보기

2026년 뉴질랜드 바이오메드, 헬스사이언스 입학준비

댓글 0 | 조회 496 | 2026.01.28
: 뉴질랜드를 선택하는 이유, 그리고… 더보기

샘터와 우물가

댓글 0 | 조회 112 | 2026.01.28
시골집엔 샘이 있었다. 장독대 아래에… 더보기

이민자의 스트레스, 어디로 가는가

댓글 0 | 조회 632 | 2026.01.28
ㅣ 술, 갬블링, 과로로 흘러가는 감… 더보기

차나무도 생명, 내버려둘수록 차 맛도 맑다

댓글 0 | 조회 174 | 2026.01.28
화엄사 구층암 ‘죽로야생차’“혹시 대… 더보기

장학금 그리고 의사가 꿈인 두 학생의 이야기

댓글 0 | 조회 405 | 2026.01.28
출처 : https://www.acs… 더보기

장애인 가족 돌봄자

댓글 0 | 조회 202 | 2026.01.27
가족 구성원중 항시 돌봐야 하는 장애… 더보기

바빌론의 공중정원 전설

댓글 0 | 조회 141 | 2026.01.27
ㅣ존재했는가, 아니면 인간이 만든 가… 더보기

다른 길은 없다

댓글 0 | 조회 125 | 2026.01.27
시인 류 시화자기 인생의 의미를 볼 … 더보기

2편 – 〈세기의 디지털 강도〉 (The Heist of Light)

댓글 0 | 조회 152 | 2026.01.27
“단 12초 만에, 79억 달러가 사… 더보기

향후 10년간 가장 인기 있는 직업 목록이 발표

댓글 0 | 조회 536 | 2026.01.27
이 5가지 진로는 뉴질랜드 학생들에게… 더보기

운도 실력이다 – 준비된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행운

댓글 0 | 조회 213 | 2026.01.27
골프장에서 가끔 이런 장면을 목격한다… 더보기

‘조용한 살인자’ 고지혈증

댓글 0 | 조회 703 | 2026.01.23
지난(1월 20일)은 대한(大寒)으로… 더보기

2025년 의대 치대 수의대 38명 합격생의 공통점

댓글 0 | 조회 797 | 2026.01.22
출처 : https://www.huf… 더보기

출입금지 통지서(trespass notice)

댓글 0 | 조회 684 | 2026.01.21
오늘은 출입금지 통지서(trespas… 더보기

1편 – 〈황금의 망령〉 (The Phantom of Gold)

댓글 0 | 조회 290 | 2026.01.16
840톤의 금괴가 사라진 날, 세계는… 더보기

아들 신발

댓글 0 | 조회 303 | 2026.01.14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결혼해 집 떠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