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있음에 내가 있네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권레오
독자기고
새움터
김준
박기태
수선재
김도형
마이클 킴

네가 있음에 내가 있네

0 개 1,968 김지향

9월 20일부터 사흘 동안 파미에서 9회 NZ National Orchid Expo를 했다. 큰애와 함께 토요일인 21일에 행사장에 가서 전국 곳곳에서 상을 받은 양란들의 뽐내는 모습을 보며 내 눈이 호사를 누렸다. 그 뿐만 아니라 예쁜 양란도 사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전시장에서 산 흙과 함께 화분에 양란을 심고 그곳에서 산 영양제를 넣은 물을 흠뻑 주었다. 

 

꺾은 꽃들로 꽃꽂이하기를 좋아했지만, 이번에는 양란을 한 번 키워보기로 작정을 했기에 판매원한테 이런저런 정보를 물어 보다가 양란의 수명이 백년이란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화려하고 밝은 보랏빛의 양란이 내 눈길을 끌었다. 둥글 넙적한 7개의 잎들이 양쪽으로 펼쳐져 있는 사이로 꽃대 하나가 쑥 올라와 있었다. 늘씬한 꽃대 위로 두 개의 곁가지가 사이좋게 뻗어 있고, 4 송이의 꽃들이 아름답게 웃고 있었으며, 아직 눈을 뜨지 않은 꽃 몽우리들이 20개나 더 가지에 줄을 지어 매달려 있었다. 고민할 시간도 없이 그 꽃은 내 손 안에 들어왔다. 

 

양란 화분은 내 책상의 왼쪽 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그 자리의 일조량이 양란에게 제일 적합한 것 같아서 결정한 일이다. 가족들을 위해 거실에 놓으려 했었지만, 마땅한 자리가 없어서 결국 내 방을 선택했는데, 이게 웬 횡재인가 싶었다. 고혹적인 친구와 늘 함께 할 일을 생각하니 마음이 설레였다. 이름을 지어 주고 싶었지만, 아직 마땅한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언젠가 잘 어울리는 이름이 생각나겠지.

토요일은 남편이 꽃을 사오는 날이다. 토요마켓에서 꽃 할아버지의 꽃만을 사기에 꽃 종류가 많지는 않다. 그러나 농장에서 갓 꺾어 온 꽃들이라서 꽃들이 아주 싱싱하고 좋다. 꽃 종류가 적다 보니 남편이 꽃을 고르기가 편한가 보다. 나름대로 매 번 다른 색의 꽃들로 변화를 주면서 사오기에 그 꽃들로 꽃꽂이를 하는 즐거움도 크다.

 


 

요즘 릴리와 아이리스 그리고 튤립이 제 철인 듯. 남편은 빨간 튤립과 하얀 릴리, 그리고 흰 바탕에 노란 무늬가 곁들여진 아이리스를 사왔다. $10에 이렇듯 풍성한 꽃들을 주시는 할아버지의 따스한 마음 덕분에 내 행복은 날개를 단다. 

 

토요마켓에서 꽈배기를 팔면서 엮은 인연이 이렇듯 아름다운 삶을 살게 해주니, 축복이 따로 없다. 크리스마스에 할아버지의 꽃들로 엮은 사진첩을 만들어 선물해야겠다. 그 사진첩이 할아버지께 아주 좋은 선물이 되기를 바란다.

양란을 집에 들여 놓으니 할아버지 농장에서 온 꽃들이 시샘을 하나 보다. 다른 때보다도 더 화려하고 아름답게 피고 있다. 너무나도 튼실하여 꽃잎들이 반짝반짝 빛을 발한다. 같은 흙 속에서 피는 꽃들도 아닌데, 그저 서로 한 지붕 아래에 있는데도 에너지가 넘쳐 난다. 양란과 달리 뿌리가 없어 짧은 생명의 꽃들이지만, 꽃병속의 물을 있는 힘껏 빨아들이면서 강한 생명력을 불사른다. 우주의 모든 것들이 혼자이면서도 모두다 하나이듯, 꽃들 역시 마찬가지인 듯.

꽃꽂이를 하기 시작한 것은 오래 전부터였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나서 친구 사돈댁에 놀러갔었다가 곱게 한복을 입고 계신 사돈어른한테 그만 반해버렸다. 평생 한복만 입으셔서 한복이 가장 편하신 전형적인 한국 어머니셨다. 한복 차림으로 꽃을 꽂으시는 모습을 보고는 그날부터 그분의 뒤를 졸졸 따라 다녔다. 그분이 좋아서 꽃을 꽂다가 꽃이 좋아서 꽃을 꽂게 되었다. 

 

꽃도 얼굴이 있다. 같은 종류의 꽃인데도 얼굴이 하나같이 다 다르다. 얼굴만 다른 게 아니라 줄기도 잎도 다 다르다. 그런데다 생긴 대로 논다. 유행가의 노랫말에 ‘잘난 놈은 잘난 대로 살고 못난 놈은 못난 대로 산다.’ 라는 말이 사람에게만 속해 있는 것이 아닌 듯하다. 꽃의 세계에서도 딱 들어맞는 말이다.

 

남편이 사오는 꽃으로 꽃을 꽂다 보니, 나의 선택과 달리 랜덤으로 꽃을 만나게 된다. 운명적인 만남을 이런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늘 석 단의 꽃을 사오는데, 함께 꽂기에는 전혀 맞지 않는 꽃들일 때도 있고, 서로 아주 잘 어울리는 꽃들을 사 올 때도 있다. 주역에서 사주와 궁합이 있듯 꽃들의 세계에서도 사주와 궁합이 있을 듯하다.

 

난 꽃들의 중매쟁이가 되어 이리저리 서로를 엮어가게 된다. 내 손의 열기가 그들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도 서로의 얼굴과 모습을 제대로 잘 살리면서 사이좋게 어울려 놓아야 한다. 그러는 사이에 직감은 저절로 생기를 발하게 된다.

 

색깔부터 생긴 모습이 아주 강하고 거센 꽃들이 있다. 줄기부터 얼굴까지 해만 따라가는 꽃이 있다. 우아한 것, 귀엽고 앙증맞은 것, 야무진 거, 화려하지만 금방 시들어 버리는 거....... 사람의 모습에서 대충 그 사람에 대하여 느껴지는 것처럼 꽃 역시 마찬가지이며, 그 느낌 그대로 성질도 똑같다. 참 신기하다. 

난 꽃꽂이를 하면서 우리네 인생을 들여다보게 된다.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그야말로 짧은 한 순간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우리네 인생에 있듯이, 흙 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꽃들에 있듯이, 꺾인 꽃에도 있다. 꺾여서 죽는 그 순간까지의 과정 속에서도 사계절이 함께 한다.

 

이렇듯 우리 주위의 모든 것들은 사계절의 법칙 속에 있으며, 보이지 않은 끈으로 엮여 있어서 너와 내가 하나가 되어 함께 하고 있다. 우리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 페로, 새로운 식구가 된 양란, 짧게는 사흘 길게는 2주 이상을 살 수 있는 화병 속의 꽃들이 모두 다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이 되어 서로 하나가 되어 한 지붕 아래서 알콩달콩 지내고 있다.

 

서로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우리는.......

내가 있음에 네가 있고, 네가 있음에 내가 있는.......

서로 전체이며 부분인 관계.......

사랑하고 감사할 수 밖에 없는 축복의 관계임을....... 

노화(老化)와 노쇠(老衰)는 다르다

댓글 0 | 조회 235 | 22시간전
노화(Aging)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보기

변화의 시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392 | 1일전
우리는 지금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를 … 더보기

대학생 공부하기 싫을 때 및 번아웃 어떻게 해야 될까요

댓글 0 | 조회 287 | 4일전
매년 이맘때쯤이면 메디컬 입시 (의대… 더보기

GAMSAT 의전원.치전원 입학시험 고득점 팁과 노하우

댓글 0 | 조회 295 | 8일전
지난 칼럼에서는 GAMSAT 3월 시… 더보기

지식을 다루는 방법에 대하여

댓글 0 | 조회 455 | 9일전
인공지능과 과학기술의 발전은 우리 일… 더보기

드래곤 전설의 기원

댓글 0 | 조회 226 | 2026.04.29
— 인간은 왜 ‘용’을 상상했는가상상… 더보기

비료와 먹거리

댓글 0 | 조회 231 | 2026.04.29
먹고 살려면 농사를 지어야 한다. 산… 더보기

뉴질랜드 민사소송의 약식 판결 및 각하

댓글 0 | 조회 360 | 2026.04.29
보통 뉴질랜드 민사소송은 원고 측에서… 더보기

27. 우레와(Urewera) 부족과 안개 속의 여인

댓글 0 | 조회 170 | 2026.04.29
뉴질랜드 북섬의 깊은 원시림 속에는 … 더보기

고국의 품에 안긴 카자흐스탄 독립유공자 후손과 재외동포

댓글 0 | 조회 203 | 2026.04.29
카자흐스탄 재외동포 초청 낙산사 템플… 더보기

벚꽃 편지

댓글 0 | 조회 206 | 2026.04.29
창밖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 더보기

비자금

댓글 0 | 조회 350 | 2026.04.2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글쎄 암이란 놈… 더보기

8편 – 체르노빌 섀도우: 봉인된 보고서

댓글 0 | 조회 178 | 2026.04.29
“체르노빌은 ‘폭발’이 아니라, ‘개… 더보기

고용주의 신고의무

댓글 0 | 조회 592 | 2026.04.28
▲ 이미지 출처: Google Gem… 더보기

유학을 보내도 결과가 나오지 않는 이유 — 공부보다 중요한 것

댓글 0 | 조회 506 | 2026.04.28
▲ 이미지 출처: Google Gem… 더보기

생각이 사람을 만든다

댓글 0 | 조회 174 | 2026.04.28
시인 천 양희이 생각 저 생각 하다어… 더보기

파트너쉽 비자, 딱 한번에 승인받기

댓글 0 | 조회 455 | 2026.04.28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와 함… 더보기

갬블링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 뇌와 감정의 이야기

댓글 0 | 조회 190 | 2026.04.28
도박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에는 여전… 더보기

골프 코스마다 스타일이 다르듯, 인생도 정답은 없다

댓글 0 | 조회 231 | 2026.04.28
골프를 오래 치다 보면 깨닫게 되는 … 더보기

걷기 열풍

댓글 0 | 조회 458 | 2026.04.25
충북 괴산에 ‘걷기 열풍’이 불어 9… 더보기

GAMSAT 의.치전원 입학시험 총평 및 출제경향 (2026년 3월)

댓글 0 | 조회 333 | 2026.04.20
<GAMSAT의 급부상 인기&g… 더보기

건강한 겨울나기 예방 접종으로 준비하세요

댓글 0 | 조회 675 | 2026.04.17

어디가 더 들어가기 어려울까? 오타고대 의대 vs 오타고대 치대

댓글 0 | 조회 976 | 2026.04.16
지난 칼럼에서는 오클랜드대 Biom… 더보기

전쟁과 평화

댓글 0 | 조회 276 | 2026.04.15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전쟁 없이… 더보기

미확인 해양 괴생물(MO) 목격담

댓글 0 | 조회 392 | 2026.04.15
— 인간은 왜 바다에서 ‘무언가’를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