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라즈(Shiraz)와 이순신 병법(兵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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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라즈(Shiraz)와 이순신 병법(兵法)

0 개 2,052 피터 황


 

임진년(1592년)이후 7년간의 해전을 통해 보여준 전승무패의 역사는 한국인의 가슴에 신화가 되었다. 승리의 원리는 불리한 상황에서는 질(質)적인 전투력으로 일본수군을 압도하고 열세의 적과 싸울 때는 병력을 집중하여 양(量)적으로 우세한 상황을 만들어 놓고 싸웠기 때문이다. 이순신이 위대한 것은 언제나 불리한 상황에서 우세한 적을 만나 싸워 이겼기 때문이 아니라 병법적으로 우세한 상황을 만들어 오합지졸로 분산된 적과 싸워 이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지만 와인에 있어서는 상당히 다르다. 특히 쉬라즈는 프랑스의 고유 품종이지만 개성과 맛이 전혀 다른데 그 이유는 두 나라의 와인 재배 역사와 스타일의 차이 때문이다. 특히 호주는 맛이 분명하고 시장의 기호를 선도할 수 있는 가성비 좋은  제품이 많다. 불과 10달러짜리 수퍼마켓 와인에서 프랑스 고급 와인처럼 깊은 타닌, 오크 향, 조화로움 같은 덕목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대형 와이너리의 기술력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호주 와인은 4개의 거대 기업군 와인이 생산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국제적인 명성도 이런 거대 회사에서 비롯한다. 펜폴즈(Penfolds), 울프 블라스(Wolf Blass), 린드만(Lindeman’s), 제이콥스 크릭(Jacob’s Creek), 윈담 에스테이트(Wyndham Estate), 솔트람 에스테이트(Saltram Estate) 같은 유명 와인 브랜드들이 모두 이런 회사에 속한다. 미국 등 해외 자본도 양적으로 집중되어 있다. 반면에 뉴질랜드는 소규모 와인어리들이 각자의 개성을 무기로 빈틈시장에 파고드는 질적인 마케팅스타일이다. 주력품종도 소비뇽 블랑, 피노 누아같이 양적으로 승부하기엔 대중성이 약한 것들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호주가 보르도(Bordeaux)라면, 뉴질랜드는 부르고뉴(Bourgogne)다. 

1980년대 중반 까지만 하더라도 쉬라즈(Shiraz)는 관심밖의 품종이었다. 심지어 호주 정부는 쉬라즈를 뽑고 세계적인 흐름에 맞춰 샤르도네나 카베르네 소비뇽의 재배를 권유했다. 프랑스에서도 에르미타주를 제외하고는 쉬라(Syrah)의 수확량이 줄어들었다. 꺼져가던 호주의 쉬라즈가 회생할 수 있었던 것은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와인 사업에 뛰어들면서부터다. 

흔히 우리는 호주 와인을 비교적 대중적인 가격의 무난한 와인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20년 이상 숙성시켜 마실 수 있는 고가의 와인들이 즐비하다. 또한 유니크한 개성을 가진 블렌딩 와인들로 명성이 높다. 보르도의 경우 카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 프랑스 남부 지역에서는 그르나슈(Grenache)와 쉬라의 조합이 널리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호주는 전혀 독특한 배합을 시도했다. 레드와인의 경우 쉬라즈와 메를로 그리고 쉬라즈와 카베르네 소비뇽의 블렌딩이며 화이트와인은 세미용(Semillon)과 샤르도네의 블렌딩이 그것이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블렌딩(Blending)이 호주 와인의 도전적인 개성을 명쾌하게 보여준다. 여러분이 고급 식당에서 시키는 호주 와인의 상당수가 전혀 다른 개성의 품종인 쉬라즈와 카베르네 소비뇽의 조합이다. 원래 쉬라즈 품종은 프랑스 남부 산이고 카베르네 소비뇽은 보르도 산이다. 서로 섞일 일도 없고, 두 품종의 개성이 너무 강해서 섞는다는 것조차 생각하지 못했다. 쉬라즈의 투박하면서도 진한 풍미가 카베르네 소비뇽의 힘찬 특성과 서로 잘 조화되리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던 것이다. 

호주에서 쉬라즈를 재배하기 시작한 것은 1832년부터이다. 대부분의 포도원들이 GSM(Grenache Shiraz Mataro) 블렌딩을 만들기는 하지만, 호주의 국민 품종이 된 쉬라즈(Shiraz)는 프랑스의 론(Rhone) 스타일을 추구하는 와인들과 호주 자체의 캐릭터를 보여주려는 와인들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론 취향의 쉬라즈는 훨씬 여성적이고 관조적인 모습을 선사한다. 이와 대비되는 전통스타일은 뭔가 뜨거우면서도 거칠 것이라고 예상하기 쉽지만 최근의 쉬라즈들은 대단히 높은 절제감과 균형감이 있어서 어린 빈티지의 경우에도 풍만하면서도 견고한 지지력을 보여주고 부드러움 또한 잃지 않는다. 쉬라즈의 진한 과일향과 스파이시하고 후추향 풍부한 특성은 진한 양념, 매운맛과 조화를 이뤄 서로의 장점을 적절히 부각해주기 때문에 한국음식과 무척 잘 어울린다.

남호주의 쉬라즈는 진한 과일 풍미와 따뜻하고 부드러운 타닌, 감미로움, 후추 등 자극적인 향신료의 맛이 특징이다. 특히 바로사 밸리(Barossa Valley)는 고품질의 쉬라즈 와인을 생산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곳의 정상급 와이너리에서 만드는 와인들은 아로마가 다채롭고 농밀하며 우아하다. 맥라렌 베일(McLaren Vale)과 기후가 서늘한 빅토리아(Victoria)의 쉬라즈는 론 지역 와인에 가까운 스타일로, 착착 감기는 맛보다는 단정한 맛이 난다.

뉴사우스웨일즈의 와인은 원산지마다 특징이 다른데, 헌터 밸리(Hunter Valley)의 경우 부드럽고 마시기 편한 와인을 생산하며 머지(Mudgee)지역의 경우 힘 있는 와인이 생산된다. 론 스타일의 와인을 생산하는 오렌지(Orange)지역의 경우 호주의 차세대 와인 생산지로 떠오르고 있다.

국가 간의 부조리와 인간 존엄성의 실종, 역사적 책임전가의 참혹한 분노속에서 이순신은 영웅이 되어 우리에게 되살아온다. ‘조선 수군을 만나면 도망쳐라’. 한산도와 부산포 해전에서 충무공에게 참패한 후에 임진왜란을 일으켰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부하장수에게 뱉었던 말이다. 산자들에게 죽음은 두렵다. 그러나 이순신은 오히려 두려움을 무기로 먼저 수백의 적함선을 향해 뛰어든다. 충(忠)의 근원에 백성이 있음을 잊지 않고 솔선수범했던 그의 장검(長劍)은 등돌리고 살아가던 나에게 번개처럼 내리치는 회초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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