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그런 사람이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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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그런 사람이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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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만 해결하려는 혁명은 높은 곳에 다다를 수 없어

꿈을 가진 학생이 더 큰 열매를 맺듯이 낮은 시선은 작은 결과 낳아

머물고자 하면 머물고 날고자 하면 나는 것이 인생의 평범한 진리 

현대의 걸출한 두 철학자, 하이데거와 야스퍼스에게서 배운 한나 아렌트(해나 아렌트)는 인간의 조건이나 악의 평범성 말고 혁명에 관해서도 말한다. 대부분의 현대인에게 혁명의 보편성은 줄곧 프랑스 혁명이 차지해 왔는데, 아렌트는 미국 혁명에 주목하고, 그것을 프랑스 혁명과 함께 다룬다. 자신의 망명을 받아준 미국을 높여주려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여기서 아렌트가 정치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을 구별하는 논리를 전개하며 사회적인 문제가 혁명의 정치성을 말살한다는 통찰을 보여준 점만을 다시 들추려는 것이 아니다. 아렌트의 본의가 아닐 수도 있지만 내게는 매우 중요하게 보이는 어떤 점을 살펴본다.

아렌트에 의하면, 혁명에는 ‘새로운 시작’ 과 ‘자유’ 라는 두 가지 목표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당연한 말이다. 프랑스 혁명이나 미국 혁명이나 모두 ‘자유’를 기치로 든 것은 같다. 하지만 그녀가 보기에 미국 혁명은 성공적이었던 반면, 프랑스 혁명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았다. 프랑스는 혁명이 시작되고 나서 바로 빈곤으로 대표되는 사회적인 문제에 혁명의 역량이 집중된 반면, 미국 혁명은 자유라는 어젠다를 줄곧 견지한 것이 이런 차이를 만들어 냈다.

빈곤과 같은 사회 문제는 본질적으로 인간이 존재하기 위해서 있어야 하는 가장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것으로서 자연적인 필연성에 따른다. 그래서 그 어떤 것보다 강력한 힘을 갖는다. 이런 연유로 사회 문제는 인간이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세계를 내려다보며 그것을 다루기 위해 구성해 가는 혁명의 정치성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자유’의 어젠다는 ‘빈곤 해결’이라는 구체적 정책보다도 높은 곳에 있다. 높은 어젠다를 지키느냐, 아니면 가장 중요해 보이지만 낮게 존재하는 사회적 문제에 집중하느냐가 혁명의 효율성을 다르게 하였다. 사회 문제의 해결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사회 문제에 집중하느라 ‘자유’ 라는 높은 어젠다를 소홀히 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함정인 것이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다 보면, 새롭게 느끼고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학생들 가운데 대학에 들어와서 크게 성장을 하는 집단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집단도 있다. 이 두 집단이 성장의 차이를 보이는 이유가 있다. 크게 성장을 하는 학생들은 고등학생 때부터 나름대로 꿈이 있어서 그것을 이루려고 대학에 왔거나 고등학생 때는 꿈이 없었더라도 대학에 들어와서 도달하고야 말겠다는 꿈을 갖게 된 경우다.

크게 성장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도 공통된 특징이 있다. 그들에게는 꿈이 없다. 대학 합격이 가장 큰 목표였을 뿐이다. 이런 학생들은 대학 생활을 매우 무료하게 보내거나 학점 관리 내지는 자극적인 쾌락에 빠져 시간을 보내다 졸업한다. 자기 생활이 ‘꿈’에 의해 관리되느냐 아니면 눈앞의 학점을 위한 것이냐가 성장 여부를 결정한다. 학점은 소홀히 할 수 없는 중요한 것으로서, 대학 생활의 성공 여부를 드러내는 핵심적인 지표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대학 생활의 모든 역량이 학점을 관리하는 데 투입되느냐, 아니면 그 학점 관리가 꿈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냐는 매우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대학 합격도 직접적이고 중요한 목표다. 하지만 머리에 대학 합격이라는 목표만 담고 있는 사람하고, 대학 합격을 꿈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간주하는 사람이 사는 인생 사이에는 그 높이와 넓이에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방송사에 시청률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방송사가 지향하는 비전을 소홀히 하면서 시청률에만 집중하다 보면, 방송 본연의 자세를 잃고 결국에는 있으나 마나 한 방송사로 전락한다. 대학에 취업률도 직접적이고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대학이 시대를 열고 또 책임지는 인재를 배양한다는 큰 사명을 잠시 뒤로 미루고 취업률에 집중하기 시작하는 순간 취업률 높이는 일 이외의 것들은 눈에 깊이 들어오지 않게 된다. 그래서 취업률을 관리하는 그저 그런 대학으로 연명해 나갈 뿐이다. 고등학교도 대학 진학률에만 매달리다가는 여러 고등학교 가운데 명패 하나로만 남는 또 하나의 학교로 전락할 뿐이다. 눈앞에 닥친 일에만 집중하다가는 정작 중요한 일을 놓칠 수밖에 없다.

낮은 시선은 낮고 작은 결과를 낳는다. 높은 시선은 높고 큰 결과를 준다. 자유를 추구하면 자유가 처한 높이에 이르고, 자유를 잠시 제쳐 두고 빈곤만을 해결하려고 들면 빈곤이 처하는 높이에 머문다. 날고자 하면 날 것이고, 머물고자 하면 머물 것이다. 혁명만 그러하랴. 인생사 모든 일이 다 그러하다.

[*출처: 동아일보] 

■ 최 진석: 서강대 철학과 교수, 건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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