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권레오
독자기고
새움터
김준
박기태
수선재
김도형
마이클 킴

0 개 1,801 수필기행

'참’이라는 말은 사실이나 어긋남이 없고, 그 바탕이 진실하다는 뜻을 가진 참 괜찮은 말이다. 참기름, 참개구리, 참조기, 참깨처럼 어떤 낱말의 앞에 붙어서는 그 무리의 기준이 되거나 으뜸가는 품종을 증명한다는 품질보증서와 같은 기능의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떤 이름 앞에 ‘참’ 자가 붙어 있으면 뭔가 진실하고 특별할 것 같다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되는 것이다.

 

ad207132a30feaa97ce28ce74caef23a_1551234608_0044.jpg
 

나무 중에서도 참나무도 분명 그런 속뜻이 있어서 ‘참’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원래 참나무는 한 품종의 나무를 지칭하는 이름이 아니라 도토리가 열리는 나무, 즉 갈참나무, 졸참나무, 떡갈나무, 신갈나무,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등 도토리 육형제를 모두 합쳐서 부르는 말이다. 우리가 흔히 보는 이 나무들이 이름에 ‘참’을 달고 나무 무리의 으뜸이 된 것은 아마도 그 쓰임새 때문이 아닐까 싶다. 

 

참나무는 다른 재료의 도움 없이도 집 한 채를 거뜬히 지을 수 있다. 기둥으로 설 수 있고, 대들보로 얹히고, 서까래로도 깔린다. 거기에다 굴참나무의 두꺼운 껍질은 예전부터 굴피집의 지붕재로 쓰여 왔다. 이렇게 집을 짓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방을 데우는 땔감으로 참나무만 한 게 없다. 

 

참숯은 어떤가. 높은 열량으로 인해 누구에게나 환영받는 최고의 연료가 되었다. 표고버섯을 키우는 골목(骨木)으로 참나무를 따라올 나무가 없다. 무수히 달려 있는 도토리로는 묵을 쑤어 먹거나 녹말을 만든다. 어렵던 시절 영양실조로 누렇게 뜬 얼굴을 구제한다는 구황식물로 도토리의 역할은 컸었다. 이렇게 그 쓰임이 인간을 위해 다양 다기하였으니 이름 앞에 ‘참’이라는 글자를 달 만하지 않겠는가.

 

ad207132a30feaa97ce28ce74caef23a_1551234642_4621.jpg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새 중에서도 참새가 ‘참’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연유를 모르겠다. 참새는 참 볼품이 없는 새다. 작고 가벼워서 경박하기 그지없고, 짹짹거리는 소리는 견딜 수 없는 소란을 불러오는 비호감의 새다. 가을이 되면 떼를 지어 몰려와 곡식을 훑어가니 농부들에게는 천적같이 미운 존재다. 그런데 어떻게 새 중에서도 기준이 되고 으뜸가는 참새가 되었을까. 

 

풍설에 따르면 옛날 어느 임금께서 참새의 폐해가 심해서 아예 몰살시책을 펼친 적이 있었다 한다. 시책의 의지가 워낙 강해서 몇 년 만에 참새는 멸종위기로 내몰렸다. 그런데 문제는 참새 떼가 사라지고 나니 그보다 무서운 병충해가 이어지더라는 것이다. 

 

참새는 여름철에는 벌레를 잡아먹고, 가을에는 곡식으로 그 노고를 보상 받는 새다. 그 순리를 모르고 작은 것을 아끼려고 전체가 쓰러지는 길을 택하였으니 저마다 본연의 역할이 있음을 몰랐기 때문이다. 작은 참새가 할 일을 어찌 매와 독수리가 대신 할 수 있겠는가. 알곡을 털어가는 괘씸함은 있지만 더 크게 농사를 거드는 새가 참새였으니 이 역시 ‘참’이라는 이름을 붙일 만하지 않았겠는가. 

 

오늘 새삼스럽게 주변을 둘러보면 이런저런 동물이나 식물에 ‘참’이라는 이름이 제법 붙어 있다. 어느새 우리들이 즐겨 먹는 소주에도 슬그머니 ‘참’을 붙여 놓았다. 그런데 우리 인간의 이름표에는 ‘참’이라는 글자를 붙여 놓은 곳을 찾지 못하겠다. 참대통령이니 참국회의원이니 참시장이니 하는 이름을 들어 본 기억이 없다. 없어서 못 부르는 것인지, 있 어도 안 부르는지는 알 수가 없다. 

 

지금의 시절을 태평성대라고 할 수 있을까. 이 난국에 우리의 좌표가 되고, 으뜸이 되는 ‘참사람 누구’, ‘참인간 누구’ 라는 이름을 한번 들어보고 또 불러보고 싶다. 

 

ad207132a30feaa97ce28ce74caef23a_1551234685_7018.jpg
■ 홍 억선

영남대학교 대학원 국문학과 박사과정 수료(수필학 전공). 대구수필가협회 회장(역), 현 대구문인협회 부회장, 한국수필문학관장, 진량중학교 교장. 

수필집『꽃그늘에 숨어 얼굴을 붉히다』. 현석수필문학상 수상 

11 Great Walks 600여km, 풍광을 카메라에 담다

댓글 0 | 조회 346 | 5시간전
1993년, 낯선 땅 뉴질랜드(New… 더보기

추파카브라 전설

댓글 0 | 조회 99 | 5시간전
— 공포와 현실 사이, 인간이 만들어… 더보기

뜰안의 민들레 꽃처럼 . . .

댓글 0 | 조회 118 | 6시간전
달게 잘 잤는데도 깨어나면 기분이 깔… 더보기

마지막 퍼팅의 압박 – 중요한 순간에 집중하는 법

댓글 0 | 조회 149 | 6시간전
골프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 더보기

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

댓글 0 | 조회 95 | 6시간전
시인 문정희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더보기

뉴질랜드 이민 삶 44년을 회고하며

댓글 0 | 조회 540 | 6시간전
1982년, 키위 구두약의 나라 뉴질… 더보기

뉴질랜드 입법부&행정부와 사법부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

댓글 0 | 조회 397 | 12시간전
예전에 한국의 계엄령 관련 칼럼을 다… 더보기

궁극적으로 괴로움을 없애는 유일한 길

댓글 0 | 조회 248 | 12시간전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 더보기

25. 마우이와 태양을 붙잡은 산 – 기스본의 전설

댓글 0 | 조회 84 | 12시간전
기스본(Gisborne)은 뉴질랜드 … 더보기

매력만점의 은퇴부모 투자이민

댓글 0 | 조회 767 | 1일전
COVID-19 팬데믹으로 말미암아 … 더보기

호주 뉴질랜드 의대 합격의 분기점: 지금 점검해야 할 시기

댓글 0 | 조회 439 | 1일전
▲ 이미지 출처: Google Gem… 더보기

연주 씨의 카드

댓글 0 | 조회 248 | 1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지적 장애를 가… 더보기

2026년 통과된 고용관계법 개정안

댓글 0 | 조회 292 | 1일전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증가시키고 피고용… 더보기

‘취미’와 ‘문제’의 경계선

댓글 0 | 조회 127 | 1일전
- 갬블링 위험 신호 점검뉴질랜드에 … 더보기

개똥걱정 말똥걱정

댓글 0 | 조회 110 | 1일전
1898년 뉴욕에서 세계 최초의 국제… 더보기

6편 – MH370: 사라진 하늘

댓글 0 | 조회 108 | 1일전
“비행기는 사라졌지만, 그 안에 있던… 더보기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 및 선발기준 (의대, 약대, 검안대, 영상…

댓글 0 | 조회 209 | 2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 더보기

병보다 무서운 간병비

댓글 0 | 조회 786 | 5일전
고려 말기의 명장인 이성계(李成桂)가… 더보기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 총정리 (의대 약대 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448 | 7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최근 2년 (2025… 더보기

약 처방, 이제는 12개월분까지 처방 받을 수 있다

댓글 0 | 조회 990 | 9일전

올해부터 바뀌는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MMI 면접방식 (의대,약대,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821 | 2026.03.12
의료계열 (메디컬) 입시에서 가장 중… 더보기

피아노의 영혼

댓글 0 | 조회 250 | 2026.03.11
▲ 이미지 출처: Google Gem… 더보기

인간의 본질적 문제

댓글 0 | 조회 209 | 2026.03.11
저는 불교의 윤회설을 문자 그대로 믿… 더보기

히말라야의 그림자 빅풋과 예티는 존재하는가

댓글 0 | 조회 173 | 2026.03.11
어느 겨울밤, 히말라야의 깊은 산속에… 더보기

나만의 등불 밝혀 내 마음 찾는 여정

댓글 0 | 조회 145 | 2026.03.11
강진 무위사의 ‘보름달 명상 템플스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