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누웰레 소녀 5편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권레오
독자기고
새움터
김준
박기태
수선재
김도형
마이클 킴

하이누웰레 소녀 5편

0 개 1,403 송영림

자연과 여성성 그리고 사랑과 희생 

 

태초의 어머니인 야자나무와 아버지 아메타를 통해 하이누웰레가 태어난다는 것은 매우 의미가 깊다. 특히 ‘검은’ 또는 ‘어두운 밤’이라는 이름의 아메타가 코코넛이나 야자나무 그리고 하이누웰레로 인해 결핍을 해소하게 된 것은 자연의 음과 양, 그 조화로움을 뜻하는 것 같다. 또 아메타는 자연과 접속할 수 있는 신성성을 가진 사람이었기에 하이누웰레의 아버지가 될 수 있었고, 그래서 하이누웰레 역시 자연과 모성의 신성한 힘을 가진 사람으로 형성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증거들로 하이누웰레의 배설물과 훼손된 사체가 구근이 되는 화소들을 들 수 있다. 

 

이야기에서 구리로 된 시리통이나 금귀고리, 징, 파랑과 같은 중국도자기가 소녀의 배설물이라는 점이 퍽 흥미로운데 이는 하이누웰레의 창조성, 생산능력, 예술적 재능 등을 말하며 특히 중국도자기는 이국적인 문명이나 문화 유입의 상징과 더불어 포용력과 열린 마음 등을 뜻하는 것 같다. 또 그것은 화수분처럼 계속 생성되고 아낌없이 베풀며 나누어 주는 자연이나 농경문화, 여성의 생산성과도 닮아 있다. 

 

파톨라 사롱에서 왕뱀의 뜻을 가진 파톨라는 남성성을, 랩치마나 보자기의 의미를 가진 사롱은 여성성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그들이 합해져 아이를 잉태하고 탄생시키는 상징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것이며, 그것이 오늘날까지도 아이가 태어나면 야자나무 위의 코코넛을 파톨라 사롱으로 감싸 가져오는 관습으로 남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하이누웰레가 야자꽃이라는 식물에서 태어나고, 죽어 구근식물이 된다는 것은 자연의 순환을 의미한다. 소녀의 몸에서 생겨난 구근작물은 인간이 생존할 수 있는 수단이 되었고, 결국 죽음과 탄생이 동전의 양면처럼 하나임을 말해준다. 그리고 하이누웰레의 죽음과 희생은 두 가지의 대비되는 의미를 내포하는데 하나는 남자들의 폭력과 살해라는 벌 받아 마땅한 죄, 그리고 하나는 소녀의 죽음과 희생을 통한 인간 생명의 존속이다. 어머니 뱃속에서 태동하고 있는 아기는 어머니의 희생을 통해 생겨났고 어머니의 피와 살로 영양분을 섭취하며 최종적으로 어머니의 살을 찢고 밖으로 나온다. 어머니들은 출산 이후에도 계속되는 신체적ㆍ정신적 희생과 고통 속에서 자신조차 돌보지 않고 아기들에게 젖을 먹이고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아기를 지켜낸다. 

 

남성들의 폭력과 살해는 사실 요즘 세상에서도 버젓이 자행되며 인터넷을 떠도는 엽기적인 범죄나 집단폭행과 같은 사건들을 떠올린다. 그리고 구근작물은 여성성을 상징하는 대지를 뚫는 남성성을 상징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야기에서 시기심을 갖고 살해를 저지른 대가는 모든 것의 재분화와 재구성이다. 그들은 이제 영원하고 안락한 삶을 죽음과 고통에게 나눠주어야 하고, 여러 씨족으로 나뉘어 더 이상의 공동체 생활이나 공동재산을 형성할 수 없게 되며,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상실한 채 일부는 짐승이나 정령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정령은 죽은 혼이나 귀신 같은 것이 아닐까 싶다. 

 

죄를 저지른 그들을 생존하게 하는 것이 하이누웰레가 죽음과 희생을 통해 생산한 구근작물인데 이는 마치 범죄를 저지른 불효막심한 아들을 위해 자신의 먹을 것을 내어주는 어머니의 모습, 더 나아가 죄 지은 자들을 위해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님의 모습처럼 거룩하고 위대하다. 

 

미국의 인디언 옛이야기인 ‘옥수수 어머니’ 역시 하이누웰레가 보여주는 것처럼 사랑과 희생의 상징이며 포용적이고 한없이 생산하고 베푸는 자연과 닮아 있다. 그러나 이 이야기가 ‘하이누웰레 소녀’와 다른 점은 외부 인물이 아닌 가족이 어머니를 해친다는 점인데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들이 원해서 행한 것이 아니라 어머니가 자신의 희생을 통해 모두가 영원히 먹고 살 수 있는 식량을 마련하고자 했다는 점이다. 결국 모든 존재의 지속과 생명 유지는 어머니의 희생을 통해 가능했던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 

 

송영림  소설가, 희곡작가, 아동문학가                   

■ 자료제공: 인간과문학 

노화(老化)와 노쇠(老衰)는 다르다

댓글 0 | 조회 237 | 23시간전
노화(Aging)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보기

변화의 시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394 | 2일전
우리는 지금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를 … 더보기

대학생 공부하기 싫을 때 및 번아웃 어떻게 해야 될까요

댓글 0 | 조회 287 | 4일전
매년 이맘때쯤이면 메디컬 입시 (의대… 더보기

GAMSAT 의전원.치전원 입학시험 고득점 팁과 노하우

댓글 0 | 조회 295 | 8일전
지난 칼럼에서는 GAMSAT 3월 시… 더보기

지식을 다루는 방법에 대하여

댓글 0 | 조회 457 | 9일전
인공지능과 과학기술의 발전은 우리 일… 더보기

드래곤 전설의 기원

댓글 0 | 조회 226 | 2026.04.29
— 인간은 왜 ‘용’을 상상했는가상상… 더보기

비료와 먹거리

댓글 0 | 조회 231 | 2026.04.29
먹고 살려면 농사를 지어야 한다. 산… 더보기

뉴질랜드 민사소송의 약식 판결 및 각하

댓글 0 | 조회 360 | 2026.04.29
보통 뉴질랜드 민사소송은 원고 측에서… 더보기

27. 우레와(Urewera) 부족과 안개 속의 여인

댓글 0 | 조회 170 | 2026.04.29
뉴질랜드 북섬의 깊은 원시림 속에는 … 더보기

고국의 품에 안긴 카자흐스탄 독립유공자 후손과 재외동포

댓글 0 | 조회 203 | 2026.04.29
카자흐스탄 재외동포 초청 낙산사 템플… 더보기

벚꽃 편지

댓글 0 | 조회 207 | 2026.04.29
창밖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 더보기

비자금

댓글 0 | 조회 350 | 2026.04.2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글쎄 암이란 놈… 더보기

8편 – 체르노빌 섀도우: 봉인된 보고서

댓글 0 | 조회 178 | 2026.04.29
“체르노빌은 ‘폭발’이 아니라, ‘개… 더보기

고용주의 신고의무

댓글 0 | 조회 592 | 2026.04.28
▲ 이미지 출처: Google Gem… 더보기

유학을 보내도 결과가 나오지 않는 이유 — 공부보다 중요한 것

댓글 0 | 조회 506 | 2026.04.28
▲ 이미지 출처: Google Gem… 더보기

생각이 사람을 만든다

댓글 0 | 조회 174 | 2026.04.28
시인 천 양희이 생각 저 생각 하다어… 더보기

파트너쉽 비자, 딱 한번에 승인받기

댓글 0 | 조회 455 | 2026.04.28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와 함… 더보기

갬블링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 뇌와 감정의 이야기

댓글 0 | 조회 190 | 2026.04.28
도박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에는 여전… 더보기

골프 코스마다 스타일이 다르듯, 인생도 정답은 없다

댓글 0 | 조회 231 | 2026.04.28
골프를 오래 치다 보면 깨닫게 되는 … 더보기

걷기 열풍

댓글 0 | 조회 458 | 2026.04.25
충북 괴산에 ‘걷기 열풍’이 불어 9… 더보기

GAMSAT 의.치전원 입학시험 총평 및 출제경향 (2026년 3월)

댓글 0 | 조회 333 | 2026.04.20
<GAMSAT의 급부상 인기&g… 더보기

건강한 겨울나기 예방 접종으로 준비하세요

댓글 0 | 조회 675 | 2026.04.17

어디가 더 들어가기 어려울까? 오타고대 의대 vs 오타고대 치대

댓글 0 | 조회 976 | 2026.04.16
지난 칼럼에서는 오클랜드대 Biom… 더보기

전쟁과 평화

댓글 0 | 조회 276 | 2026.04.15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전쟁 없이… 더보기

미확인 해양 괴생물(MO) 목격담

댓글 0 | 조회 392 | 2026.04.15
— 인간은 왜 바다에서 ‘무언가’를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