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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와 구두와 천생연분

0 개 2,117 이윤수

비는 오랫만에 삭막한 거리를 사랑처럼 흐르고 있다. 눈맞추고 배맞추고 그렇고 그럴 사람들은 비오는 날이 참으로 좋은 핑계거리다. 뽕밭에서 뽕따던 그 옛날이나 요즘이나.

헌데 이런 짭짤한 재미를 보는 일과는 상관없이 반평생(요즘 평균 연령을 고려해 보면 적어도 40년)을 같이 살 파트너는 대체 어디 자빠져 있는겨?

요즘 미국 젊은이들은 결혼상대자를 정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것을 무엇이라고 여러분은 생각하는가?

돈?

(자본주의의 첨단국이니 짜식들 돈밖에 모르겠지 머.)

근데 이기 아니다.

집안?

(미국 아이들, 족보도 없는 넘들이지만 거기도 다 따질 것은 따진 다던데. 아무래도 그렇고 그런 사회계급 끼리 서로 만날 기회가 많으니 자연히 그리 안되겠나.)

역시 아니다.

섹스?

(하, 좋지. 거 미치는 일이쥐. 아무래도 이거 정답 같구만)

근데 대답은 역시 아니다.

종교?

(한국도 이거 따지는 분들 꽤 있쥐. 미국이야 불교도는 많지 않겄지만, 가톨릭이냐 개신교냐 차이는 상당히 큰 나라니 그럴 것 같기도 하군)

역시 대답은 아니다.

정답은 ‘SOUL MATE’이다.

정신과 영혼으로 서로 찡---하고 통하는 파트너’, 다시말해 종교와 경제적 조건, 좋은 어버이가 될 자질 등등을 떠나서 같은 가치관을 공유할 수 있다고 확식할 수 있는 파트너를 뜻한다. 한국말로 굳이 바꾸자면, 음---, 쫌 막연하지만 ‘전생에 알고 서로 좋게 지냈던, 천생연분의 배필’쯤 일 것이다.

미국 RUTGERS UNIVERSITY 연구진이 발표한 NATIONAL MARRIAGE REPORT의 결론이다.

미혼 20대 청년을 조사한 결과 놀랍게도 94%가 결혼파트너의 첫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막연한 것 같지만 이같은‘SOUL MATE’를 꼽았다.

 

응답자의 88%가 이렇게 믿었다.

“내게 매우 딱맞는, 천생연분의 배필은 반드시 어딘가에 있다. 난 아직 못찾았을 뿐이다. 그 사람과 결혼하면 난 절대 행복할 것이다. 그 사람과의 결혼생활은 절때루 실패 하지 않는다’고.

또 87%는 “결혼을 할 준비가 끝났다고 생각할 때쯤에는 이런 틀림없는 평생 배필이 짜안--하고 나타나고, 꽉 잡을 수 있다”고 대답했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다는 것과 혼전 동거자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상관관계가 있을까.

있다는 것이 연구자들 결론이다.

평생배필이 있다는 것에 대한 믿음은 다른 한편으로 ‘이 사람이 진짜 그 사람인가’하는 불안감, 불확실성, 자신없음으로 이어지며 결국 이혼에 대한 공포로 이어지고 이 때문에 “한번 같이 살아 보지 머, 꽁짜로 살도 섞고, 어차피 아쉐끼덜은 나중 문제고...”요런 생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아마 한국 젊은이들도 미국 젊은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안그러면 ‘헌 짚신도 짝이 있다’는 속담이 왜 그 오래전 부터 있겠나.

SOUL MATE의 존재를 믿는 사람이 늘면서 관련 책도 많이 나오고 있다. 또 기독교 신앙을 믿는 사람들은 이런 소리를 하는 이들에게 ‘성서에 없는 이야기로 허무맹랑’하다고 공격하고 있다.

 


 

종교 이야기를 떠나 우리는 이렇게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구두 이야기로 풀어보자.

백화점 구두 매장에 들렸다 치자.

목이 긴 구두, 짧은 구두,

구두 코가 높은 넘, 낮은 넘.

디자인이 심플한 넘, 화려한 넘,

구두 옆구리가 너른 넘, 좁은 넘,

가죽으로 된 넘, 합성수지로 된 넘.

수도 없이 많다.

근데 내 발에 맞지 않으면 그 구두가 무신 필요가 있나.

방안에 모셔 놓고 매일 아침 절을 할 것인가.

눈을 지그시 감고 손으로 구두를 만져보며 또라이처럼 황홀해할 것인가.

지 발에 맞는 구두 처럼

지 몸에 맞는 구두,

지 맘에 맞는 구두가 제일이다.

구두가 발에 착 달라붙어야 하듯 평생의 반려는 몸에 착달라 붙어야 하고 맘에 딱 들러 붙어야 한다. 그래야 섹스 뿐만 아니라 결혼해서 가정을 꾸린 다음에 해야할 출산과 육아, 자녀교육과 노후 설계 등 파트너와 더불어 궁리할 많은 일을 무난히 해낼 것이다.

 

구두를 고를 때 얼마나 만져보고 가격을 따져보고 하는가.

하물며 물건도 아닌, 다른 성을 가진 사람을 만나 사귈 때 왜 이리들 신중하지 않은가!

증말이지 괘씸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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