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권레오
독자기고
새움터
김준
박기태
수선재
김도형
마이클 킴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6 7,500 NZ코리아포스트
요즘은 손목까지 아파서 컴퓨터 자판 두드리기도 힘들 때가 있다. 어깨와 팔도 아프지만 허리도 만만치 않다. 한국에서는 가끔 안마를 받았지만 이곳에서는 아는 곳도 없고 더욱이 머니가 없지 않은가, 한국에선 안마도 잘해주던 아내가 뉴질랜드에 온 후로는 국물도 없다. 이걸 보고 설상가상이라고 하는가,

그러니 허리 좀 밟아 달라고 함부로 말할 수도 없고 거실 바닥에 조용히 엎드려 있다가 아내가 지나갈 때에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허리라도 즈려 밟아주고 가시옵소서...”라고 시를 한수 읊는다. 그래보았자 징검다리 건너듯 두어 번 밟아주고 가버리지만 그래도 그게 어딘가.

지난 주말은 너무 분주했다. 왕가레이시의 ‘겨울아트 쇼’에 참석해 달라는 연락이 왔다. 그런데 동양화를 전시판매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즉석에서 그림을 그려 볼거리를 제공해 주고 싸게 팔라는 것이었다. 화선지를 배접해 줄 수도 없는 일, 내가 아는 키위들도 선물 받은 서예나 그림들을 꼬깃꼬깃 접은 채 보관하고 있는데 걸어놓지도 못하는 그림이 뭔 의미가 있겠는가, 특히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어 더욱 걱정스러웠다. 손이 덜덜덜 떨리면 어쩌나...

생각 끝에 두꺼운 화선지를 작게 잘라 나무와 참새, 연잎과 오리, 꽃과 나비 등 간단한 그림을 그리기로 하였다.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요구사항도 참 많았다. 만삭이 된 아내를 데리고 나온 마오리청년은 2마리 참새사이에 새끼참새를 더 그려달라고 요구했고 ‘행복한 가족’이라는 글씨를 한글로 써 달라고 하였다. 모든 사람들이 한글이 너무 아름답다고 한글을 써 달라고 줄을 서는 것이다. 한문은 오클랜드에서 왔다는 중국여자만이 매화(梅花)그림에 자기이름인 매자(梅子)를 써 달라고 부탁했을 뿐이다.

놀라운 것은 동물원에 원숭이 같던 내 모습이 마치 몽마르뜨 언덕의 불란서 화가처럼 능숙했다는 것이다.

“아빠, 그림을 즉시 그려 주려면 스케치를 많이 해 놔요.” 아들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 할 때 나는 붓 가는대로 그냥 그린다고 했다. 내가 그림을 빨리 그리자 옆에서 통역을 하는 아들이 사람들이 자세히 볼 수 있게 그림을 천천히 그리라고 했다. 화가라는 키위 할머니는 아들과 한참 대화를 하는데 이런 말도 하는 것 같았다.

아아, 붓이 한번 지나가면 꽃에서 향기가 흐르고 붓이 또 지나가면 새 울음소리가 들리는구나...

“사실 아빠가 붓 가는대로 그린다 해서 좀 불안했는데 사람들이 모두 놀라워 해,”

“그게 아마... 네 엄마 잔소리를 극복하고 그림에 집중하다보니 내가 경지에 다 달은 것 같다. 다 네 엄마 덕분이지... 너도 엄마 잔소리를 고깝게 생각하지마라, 아빠처럼 그걸 다 이겨내면 도통할 수 있다.”

그나저나 전시된 그림은 몇 점 안 팔리고 싸구려 그림만 무지하게 팔렸으니...

“아빠, 금액으로 따지지 말고 그림 수로 따져봐 70장 넘게 팔았어, 사람들이 그림 사러 온 게 아니라 쇼를 보러 온 거야.”

아들 이야기로는 화가들도 많이 만났고 그림 주문한다고 명함도 가져갔고 전시회 하자고 제의하는 사람도 몇이나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림을 몇 장이나 사간 싱가포르 아줌마가 또 찾아와서 큰 종이에 한글을 써 달라 했다면서

“아빠, 그 아줌마가 시내서 안마소를 하는데 사무실에다 걸어 놓는대. 그래서 작품 값은 안 받고 대신 아빠 안마해 주기로 약속했어.”

“진짜냐? 근데, 술가게 주인은 안 왔냐? 술하고 바꿔 먹으면 참 좋은데...”

어쨌든, 글 써주고 안마 받기로 한 것은 잘된 일이다. 아내에게 치사한 부탁을 안해도 되고, 몸이 아플 때마다 그림 한 점씩 가져가서 안마 받으면 되겠어. 흠...서로 몸으로 때우는 일이니 뭐 손해 볼거 없고... 한글은 김소월의 시 ‘진달래 꽃’을 써 줄까?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hong2good
오클랜드에 사는데요.

동양화 배우고 싶습니다.

연락처를 알고 싶은데요, 부탁 드립니다.
좋은 생각
예 저두요 배우고 싶어요

좋은 그림과 함께 정감이 넘치는 글 잘 읽었습니다

자신답게 풍성한 마음으로 누리는 삶이 아름답습니다
왕하지
답글이 늦어 죄송합니다. 저는 왕가레이 촌에서 살고 있습니다.

오클랜드 살면 전시회도 많이하고 그림도 많이 팔을텐데...ㅎㅎ
쮸디
뉴질랜드 사시면서 손목과 어깨, 팔이 아프시다니 쯔쯔....,  안되었네요.

매일 수퍼나 생선 가게 가셔서 홍합을 사셔서 저녁때 파넣고 끓여서 국 대용으로 드시면 효과가 좋습니다. 

뉴질랜드에서 나는 홍합이 몸쑤시는데 그리도 좋다네요.  그래서 홍합 가루 제품들이 한국에도 엄청 팔리지요.

뉴질랜드의 키위들중 많은 사람들이 이 요리로 평생 몸 쑤심없이 잘 지내고 있답니다.
hong2good
왕가레이?

먼곳에 계시네요. 오클랜드에서 전시회하시면 꼭 가보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쌔엠
전 않되지유?

걷기 열풍

댓글 0 | 조회 275 | 11시간전
충북 괴산에 ‘걷기 열풍’이 불어 9… 더보기

GAMSAT 의.치전원 입학시험 총평 및 출제경향 (2026년 3월)

댓글 0 | 조회 217 | 5일전
<GAMSAT의 급부상 인기&g… 더보기

건강한 겨울나기 예방 접종으로 준비하세요

댓글 0 | 조회 593 | 8일전

어디가 더 들어가기 어려울까? 오타고대 의대 vs 오타고대 치대

댓글 0 | 조회 861 | 9일전
지난 칼럼에서는 오클랜드대 Biom… 더보기

전쟁과 평화

댓글 0 | 조회 186 | 10일전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전쟁 없이… 더보기

미확인 해양 괴생물(MO) 목격담

댓글 0 | 조회 315 | 10일전
— 인간은 왜 바다에서 ‘무언가’를 … 더보기

가끔은 Lay-up이 답이다 – 직진보다 돌아가는 것이 현명할 때

댓글 0 | 조회 206 | 10일전
골프를 하다 보면 한 번쯤은 이런 상… 더보기

지금 당장 궁금한 비자심사 최신 정보

댓글 0 | 조회 453 | 2026.04.15
특정비자의 심사기간에 대한 개런티를 … 더보기

정이 가는 사람

댓글 0 | 조회 258 | 2026.04.15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주님만 생각하며… 더보기

명경과 세경

댓글 0 | 조회 164 | 2026.04.15
얼굴을 보거나 화장을 하려면 보는 것… 더보기

숲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기록

댓글 0 | 조회 120 | 2026.04.15
■ 조계산 송광사산사에 들어서며 마주… 더보기

뉴질랜드 회사법 (Companies Act 1993) 주요 쟁점 정리

댓글 0 | 조회 202 | 2026.04.14
통계자료의 의하면, 뉴질랜드에서 (한… 더보기

중위권 성적으로 의대 합격까지, 방향의 중요성

댓글 0 | 조회 319 | 2026.04.14
▲ 이미지 출처: Google Gem… 더보기

26.바다 위의 길 – 픽톤과 어머니의 항로

댓글 0 | 조회 103 | 2026.04.14
Te Ara Moana o te Wh… 더보기

은하수 가을달

댓글 0 | 조회 166 | 2026.04.14
보름인가? 창공에 매달린 달이 유난히… 더보기

7편 – 바티칸 비밀문서고 : 금지된 장부

댓글 0 | 조회 181 | 2026.04.14
“신은 기록하지 않았다. 기록한 것은… 더보기

그대는 나의 전부입니다

댓글 0 | 조회 163 | 2026.04.14
시인 파블로 네루다당신은 해질 무렵붉… 더보기

뉴질랜드에서 훌륭한 선생님 구하는 방법

댓글 0 | 조회 566 | 2026.04.12
이번 칼럼에서는 뉴질랜드에서 훌륭한 … 더보기

특발성 폐섬유증(idiopathic pulmonary fibrosis)

댓글 0 | 조회 651 | 2026.04.10
데뷔 40주년 가수이자 뮤지컬 제작자… 더보기

4. 오클랜드의 첫 삽, 흙과 함께 뿌리 내린 우리 집

댓글 0 | 조회 601 | 2026.04.10
정적인 남섬을 떠나 역동의 도시로나의… 더보기

오클랜드대 대학보건학 POPLHLTH111 A+ 팁과 노하우

댓글 0 | 조회 844 | 2026.04.07
이번 칼럼에서는 Auckland Bi… 더보기

3. 더니든에서의 남겨진 이야기들

댓글 0 | 조회 627 | 2026.04.06
제 2편에서 삶의 터전이 더니든에서 … 더보기

오클랜드대 대학화학 CHEM110 A+ 팁과 노하우

댓글 0 | 조회 944 | 2026.04.03
이번 칼럼에서는 Auckland Bi… 더보기

2. 드네딘의 바다에서 오클랜드의 꿈으로

댓글 0 | 조회 441 | 2026.04.02
나의 첫 사업 도전기: 뜻밖의 인연,… 더보기

ISAT 의대 입학시험 고득점 팁과 노하우

댓글 0 | 조회 737 | 2026.03.31
이번 칼럼에서는 필자가 지난 6년 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