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국지(列國誌)와 삼국지(三國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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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국지(列國誌)와 삼국지(三國志)

0 개 2,182 김영안

인문학 산책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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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 중국 역사를 알린 책은 삼국지와 열국지이다. 

 

나의 독서 취향을 각인시킨 책이 바로 열국지였다. 그 이유는 내가 번 돈으로 처음 사서 읽은 책이기 때문이다. 

 

열국지를 계기로 해서 주로 동양 고전에 관심이 많아졌고, 지금도 약간은 동양철학에 치우쳐 있다. 

 

지금은 절판된 동주 김구용의 ‘구용 열국지 전 5권(솔: 2001)’로 재 출간되었다. 현재는 송지영의 ‘열국지(홍신문화사: 1984)’를 소장하고 있다. 

 

1권 ‘대륙에 이는 바람’, 2권 ‘중원의 영웅들’, 3권 ‘경국지색의 여인들’, 4권 ‘흥망 성쇠의 조감도’, 5권 ‘천하는 하나로’로 엮어졌다.

 

열국지는 역사 소설이지만 수 많은 고사성어를 만들어 냈고, 그 어원이 된 배경도 잘 설명되어 있다. 한 마디로 해서, 한문학의 보고인 것이다. 

 

중국의 위진남북조시대(220-581)중 가장 두드러진 삼국시대(220-265)의 50년은 삼국지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기원전 112년 주 황실에서부터 춘추전국시대까지의 약 550년 역사는 열국지(列國誌)로 소개되고 있다. 주 황실에서부터 진, 초, 연, 제, 한, 조, 위, 노, 송 등을 비롯해 견웅, 북적 등 20 여개 크고 작은 나라의 흥망성쇠가 기록되어 있다. 

 

소설의 형식을 따랐으나 춘추좌씨전 등 역사서를 기반으로 해서 쓴 문학작품이다. 저자는 명나라의 여소여(余邵魚)로 알려져 있으나, 설에는 풍몽룡(馮夢龍)라고도 한다. 송지영의 번역은 풍몽룡 판을 원본으로 삼았다. 

 

역사서는 딱딱하다. 하지만 소설 열국지는 재미가 있다. 거대한 역사 속에 현군과 충신이 있는가 하면 간신과 환관들도 나온다. 그리고 형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리는 동생도 나온다. 오와 월나라의 와신상담, 관중과 포숙아의 우정인 관포지교 등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고사 성어가 많다. 

 

제왕과 영웅들만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여인들도 많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달기, 포사와 같은 경국지색들이 등장한다.

 

최초의 환타지 소설 서유기, 최초의 에로 소설 금병매, 양산박의 영웅 호걸 이야기인 수호지 그리고 춘추 전국시대의 마지막 영웅들의 각축장인 삼국지연의는 ‘4대 기서(奇書)’ 로 일컬어진다. 

 

삼국지연의는 중국문학상 최초의 장편 소설이자, 최초의 장회(章回: 120장)소설이며, 최초의 통사연의 소설이다. 송나라 때에는 삼국지 이야기를 전문적으로 들려주는 설화인(說話人) 이 등장했고, 원나라에 이르러서는 설화인의 각본을 엮어 만든 화본(話 本), 즉 ‘삼국지평화(三國志平話)’ 가 세상에 나왔다. 

 

그리고 명대 초엽에 나관중의 ‘삼국지연의(三國志演 義)’가 탄생했다. 나관중은 진수의 ‘삼국지’(285) 와 배송지(裵松之)의 주석본(430년 경)을 바탕으로 삼아, 민간 예술을 접목해 불후의 명작을 완성했다. 동아시아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의 평생에 한 번쯤은 만화, 소설, 혹은 드라마로 각색된 <삼국지>의 세계를 접할 것이다. 

 

소설로는 박종화와 이문열이 번역한 것이 대표적이다. 초등학생 때에는 만화로 보았던 삼국지를 나는 학창시절에 박종화 번역의 책을 읽었다. 

 

비디오 또는 CD로 만든 드라마에서는 글로써 표현되기 어려운 것을 영상 아니면 느낄 수 없는 장면들이 많다. 조자룡이 유비의 아들을 등에 메고 적진을 뚫고 나오는 장면, 제갈량의 오장원 장례식의 장면은 압권이었다. 중국의 연회는 개인 상으로 준비한다든가, 술이 식기 전에 적장과 싸워 목을 베고 술을 마시는 장면에 술잔의 모양, 촉 나라를 들어가는 촉의 잔도(棧道) 등 시각적으로 많은 것을 알게 해준다. 

 

이 책처럼 영화, 드라마, 만화 등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 한 책도 드물다. 하지만 구청푸, 성쉰창이 쓴 ‘삼국지의 진실과 허구(시그마북스: 2012)’에서 많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여러 역사적 사실과 소설의 허구성을 설명하고 있는데, 그 유명한 제갈량의 초선차전(草船借 箭)은 적벽대전에서가 아니라 그로부터 5년 후(213) 손권의 병선에 일어난 일이라고 지적했다. 

 

나관중은 ‘삼국지연의’에서 등장인물의 캐릭터와 줄거리에 주력하며 작품의 주제를 이끌어 가는데만 신경을 썼을 뿐 지리적 명확성을 따지는 데 소홀했다. 관우가 조조에게 붙잡혀 있다가 유비 휘하로 돌아갈 때 다섯 관문을 뚫고 지나가는 관문은 동령관, 낙양, 범수관, 형양, 활주의 황하강 나루터이다. 

 

북쪽 끄트머리 관문 다음에 난데 없이 남쪽 끝에 관문이 출현하는 오류를 범하기도 했다. 또한 총 기록된 인물은 1천178명인데, 이중에 허구로 등장된 인물은 149 명으로 대표적인 사람으로는 여포의 첩 초선과 고승 보정이라고 했다. 소설의 극적인 요소를 가미하기 위해 초선이라는 기생을 등장시킨 것이라는 말이다.

 

역사는 역사이고 소설은 어디까지나 소설이다. 극적 효과를 위해 허구를 첨삭하는 것이다. 우리 대부분의 사람들은 역사는 몰라도 소설은 안다.  "어려서는 ‘수호지’를 읽지 말고, 늙어서는 ‘삼국지’를 읽지 마라"라는 말이 있다. 어려서 수호지를 읽으면 모반이 정당화되고 영웅이 되기 때문이고, 늙어서 삼국지를 읽으면 세상사를 모두 권모술수로 해결하려고 하기 때문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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