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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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필....

0 개 1,990 김영안

우리는 서예의 원조는 중국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서체(calligraphy)의 원조는 아랍어이다. 아랍어 글 자체가 예술이고, 모든 이슬람 예술의 근간이 된다. 그래서 이슬람 문화 유적은 기하학적인 대조를 가진 도형을 가진 작품들이 많다.

 

물론 서예라는 장르를 세계에 알린 것은 중국 서예이다. 흔히들 글을 잘 쓰는 사람을 비유해 ‘왕희지(王羲之) 필법으로 일필휘지하여 써 내려갔다’는 표현을 많이 한다. 단연 중국이 서예의 원류이다.

 

서체를 가리키는 말로 오서(五書)가 있는데, 전서(篆書), 예서(隸書), 행서(行書), 초서(草書), 해서(楷書)가 그러하다. 중국에서 시작된 글씨체로 우리나라에 들어와 새로운 체로도 발전하기도 했다.  

중국서예를 한 눈으로 알아 보기 쉽게 만든 책이 일본의 우오즈미 가즈야기의 ‘만화 중국서예사 상·하(소와당: 2009)’이다.  

 

일본 만화를 번역한 만화인데 상세한 설명과 글과 그림이 있어 서예의 역사를 이해하기가 아주 쉽다. 왕희지를 필두로 해서 중국 서예 대가들의 모습과 글씨체 등을 그림으로 그리고 영인본으로 자세히 설명해 놓았다. 비록 만화이지만 부담 없이 서예의 발전 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우리 나라의 서예에 대해서 이규상의 ‘서가록(書家錄)’에 잘 기술되어 있다. 신라 김생이 천지자연의 조화에 짝하여, 명나라 어사 고양겸이 평하기를‘왕희지나 종요의 서법이 아니면서 도리어 종요나 왕희지보다도 뛰어난 점이 있다’고 하였다.

 

고운 최치원도 글씨로 이름을 날렸는데, 서체가 안진경과 유득권의 서법을 닮았으니, 대개 당나라 시대의 유파이다. 안평대군 이용이 서가 가운데 우뚝 모습을 드러냈는데, 정신이 표일하고 획이 굳세고 살이 붙은 것을 보면 팔뚝을 내리고 쓴 것이 아닌 듯싶다. 서체는 송설체(조맹부의 글씨체)이다.

 

석봉 한호에 이르러 서체가 비로소 종요와 왕희지를 본받으면서 어느 정도 자신의 별법을 보완하여 원법(圓法)이 적고 방법이 많아 정제되어 굳세고 아름다웠으니 한체(韓體)라 이름하였다.

 

또한 이규보의‘파한집’에 말하기를 ‘김생의 필법은 기묘하여 진·위의 사람들이 미칠 수 있는 바가 아니다. 고려조에는 오직 대감국사 탄연과 학사 홍관이 이름을 날렸다.

 

<청편이자현제문>은 혜소가 찬하고, 대감국사가 글씨를 쓰니, 세상에서 삼절이라 하였다. 평자가 말하기를‘쇠를 늘여 힘줄을 만들고 산을 잘라 뼈를 만든 듯하여 힘은 수레를 뒤엎을 만하고 날카로움은 종이를 뚫을 것 같았다’하였다.

 

신라 김생으로부터 고려 탄연 스님으로 그리고 조선조의 안평대군과 한 석봉, 조선 후기의 추사 김정희까지 우리 서예의 맥을 잇는 계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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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김남인의 ‘명필(서해문집: 2011)’에서는 우리의 명필들을 소개하고 있다. 대부분의 서예가 한문 위주로 되어 있으나, 조선 시대에 들어와 한글체가 나오기 시작했다. 자료로 나오는 대부분의 글씨는 사찰이나 서원의 현판에 많이 남아 있고, 금석학으로 불리는 돌이나 비석에 새겨진 글씨들이 후세까지 그 모습을 전해주고 있다. 애석하게도 모두 한문이라는 점이다.

 

유일하게 운악산 봉선사(운허 용하) 일주문에 한글로, 그리고 큰 법당 현판(운봉)도 한글이다. 그리고 법당 네 기둥에 한글 주련이 있다. 강석주의 글씨다.

 

우리 나라의 서예는 대부분 중국 서체를 모방하였으나, 고유의 서체를 개발한 사람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이광사의 동국진체(東國眞體)이고, 또 하나는 그 유명한 김정희의 추사체(秋史體)이다. 추사체는 중국으로 역 수출되어 중국 서예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서체들과 작품이 주로 한문 위주로 되어 있다.

 

우리 고유의 한글 글자체의 모태는 바로 궁체(宮體)이다. 궁중의 여인들 특히 왕후에게 알리는 문서체로 시작된 것으로 주로 궁중 나인이 써서 궁체라는 이름을 얻었다.

 

‘한글궁체사(한국한글서예연구회: 2009)’에 한글 궁체의 생성 과정과 발전사에 대해 잘 설명되어 있다. 비록 궁중 여인으로부터 시작된 궁체라 해서 궁중 여인만 한글을 쓴 것은 아니다. 정조도 한글을 썼고, 추사, 정약용 등 당대 문인들도 한글 서체로 편지를 썼다.

 

요즈음 전 세계적으로 한류 바람이 부는데 우리 예술 특히 서예에서도 한글을 사랑하고 존중해 주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우리의 고유의 독특한 문화 유산 중에 으뜸 가는 한글 그리고 우리 한글 서예가 너무 홀대 받는 것 같아 아쉽다. 그나마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한글날이 공휴일이라서 천만다행이다.

 

마무리로 단원 김홍도의 시 한 수를 음미하며 우리 서예 사랑을 강조해 본다.

 

옛 먹을 가볍게 가니 책상에 향기가 가득한데 古墨輕磨滿 机香

벼루에 물 부으니 얼굴이 비치도다. 硏池新溶照人光

산새는 약속이나 한 듯 날마다 날아와 지저귀고 山禽日來非有約

들꽃은 심은 이 없으나 스스로 향내를 발하도다. 野花無種自生香.

                                                    -‘山居漫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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