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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를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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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한국 갔을 때 대학에 있는 친구를 만났는데 친구가 한잔 산다고 한정식 집으로 가자고 하였다. 한정식 집에 도착하자 곱게 한복을 차려 입은 아줌마가 ‘어머~ 교수님 오셨어요’라며 친구를 엄청 반겨 주었다. 친구가 아줌마에게 나를 폼 나게 소개하는데 아줌마가 반갑다며 악수를 청하여 나는 뉴질랜드 식으로 인사한다며 살짝 포옹해 주며 말했다.

"이럴 땐 여자가 볼에다 뽀뽀를 해주더군요."

그러자 아줌마는 진짜로 쪽~소리 나게 뽀뽀를 해 주었는데 옆에서 멀쭉이 바라보던 친구가 벌떡 일어났다.

"에이~ 나도 한번 해볼래,~" 라고 말하면서 아줌마를 끌어안고 생 쇼를 하였다.

친구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질투심은 여전하였다. 지금은 뭐 교수라고 의젓한 척 개 폼 잡지만 참 옛날에 말썽 꽤나 피웠다. 부잣집 외아들로 넉넉하게 자란 탓에 남이 하는 것은 다 따라 하려는 욕심이 강했다.

'나도 한번 해볼래,'라는 말을 들으니 옛날 일이 생각나서 친구에게 물었다.

"대학교 2학년 땐가 버스 승강장에서 망신당한 거 기억 나냐?"

친구는 전혀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다. 허긴 뭐 일부러라도 까 쳐 먹었겠지, 쪽 팔리는 일이니까...

어느 날 둘이서 온 종일 시내를 싸돌아 다니다가 집에 가려는데 차비도 안 남기고 돈을 다 써버렸다. 우리 동네까지 걸어가려면 1시간 반은 족히 걸리는데 배는 고프고 다리도 아프고...

친구는 버스 승강장에서 누가 흘린 버스표가 없나하고 땅바닥을 기웃거리고 있을 때, 내 앞으로 베이지색 바바리코트를 입은 아가씨가 지나가는데 얼마나 예쁘고 멋있는지 나는 넋 놓고 바라보다가 그 아가씨를 따라가 불러 세웠다.

"저... 죄송하지만, 저하고 친구가 버스비가 떨어졌는데... 돈을 좀 빌려 주시면 다음에 꼭 갚겠습니다."

아가씨는 나를 찬찬히 바라보더니 지갑을 꺼냈는데 잔돈이 없는지 나보고 따라오라며 가게로 들어갔다. 나는 가슴이 설레고 무언지 모를 기대감까지 겹쳐 희망찬 발걸음으로 아가씨를 따라 갔다.

아가씨가 껌을 한통 사고 돈을 거스르는데 어느새 친구가 가게에 따라 들어와 빵과 사과를 집어 들고 "아가씨 빵 하나 사주면 안돼요? 사과도요?"라고 말하였다.

아가씨가 놀라 당황하더니 버스비를 나에게 쥐어 주고는 화가 난 듯 횡 하니 밖으로 나가 버렸다. (이 거지같은 자식! 다된 밥에 코 빠치고.... 아니, 전화번호라도 물어봐야 하는데...)

얼른 가게 밖으로 나와 보니 그 아가씨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아가씨한테 너무 미안하고 또한 아쉽기도 하고... 어쨌든, 버스비는 얻었으니 다행이야 하고 버스를 타려는데 친구가 옆에서 방방 뛰고 있었다.

"에이~ 나도 한번 해볼래.~ 나도 한번 해볼래.~"

마침 앞에서 두 아가씨들이 걸어오는데 친구가 덤벙 덤벙 걸어가더니 말을 걸었다.

"아가씨들~ 차비가 떨어졌는데 차비 좀 빌려 줄래요?"

그 때 바바리코트 아가씨가 어디서 나타났는지 소리를 질렀다.

"돈 주지 말아요! 이 사람들 사기꾼여요!" 승강장에 있던 사람들이 다 쳐다보고 나는 너무 창피해서 어벙벙해 있을 때 '찰 삭~' 내 볼때기에서 불이 번쩍 났다. 아가씨는 내 싸대기를 한대 갈긴 후 택시를 잡아타고 훌쩍 가 버렸다.

아이고, 억울해~ 내가 뭔 잘못을 했다고... 내 생각에는 모처럼 멋진 남자 만나 차비 빌려 주고 뭔 일이 있을 거라고 아가씨도 기대감을 갖고 있었는데 완전 사기꾼이었으니...

이상해서 몰래 지켜보고 있다 가 사기 치는 현장을 확인하고 싸대기 한대로 화풀이하고 가 버린 그 아가씨...

나는 화가 치밀어 친구를 한 대 쥐어박으며 말했다.

"이 짜식아~ 구걸은 아무나 하냐.~ 인물이 받쳐줘야지," 암,

그 후 나는 누명도 벗어야 되고, 버스비도 갚아야 되고 전화국 앞 버스승강장을 몇 번이나 서성 거렸지만 바바리코트 아가씨는 영영 만날 수가 없었다.

수 십 년이 지금 생각해도 너무 아쉽고 억울하다. 그 아가씨도 지금쯤 어디선가 할머니가 되어 있겠지. 만약... 그 할머니가 혹시 이 글을 보신다면 이제 내가 사기꾼이 아니었다는 것을 아시겠지...

"할머니! 연락 좀 주세요,~ 꿔준 돈 받아 가셔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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