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어스 오브 피어 - 초상화 속의 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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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어스 오브 피어 - 초상화 속의 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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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 담긴 모든 초상화는 모델이 아닌, 화가 자신의 초상화이다.”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에서 등장하는 구절이다. 그리고 동시에 공포 게임 <레이어스 오브 피어> (Layers Of Fear)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문장이기도 하다.

 

<레이어스 오브 피어> (이하‘레이어스’) 는 2016년 발매된 1인칭 심리 공포 게임으로, 특이하게도 당시 기습적으로 공개되어 화제를 끌었던 <사일런트 힐즈>의‘데모 영상’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게임이다. 아쉽게도 정작 <사일런트 힐즈> 는 출시가 취소되었지만, 그 정신적인 후계작이라고 할 수 있는 <레이어스>는 그 독특함을 효과적으로 되살렸다고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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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류의 공포 게임이 으레 그렇듯 플레이 방식은 매우 직선적이다: 마우스와 키를 조작해 움직이고, 퍼즐을 풀어 주인공과 주인공이 처한 상황에 얽힌 비밀을 밝혀내는 것이다. 그러나 그 비밀이 하나하나 파헤쳐질 수록 점차 끔찍한 환각에 사로잡히는 주인공과, 그의 시점에서 볼 수 밖에 없는 1인칭 시스템의 특성상 공포스러운 상황에 플레이어는 고스란히 노출될 수 밖에 없다. 그저 무서울 뿐만이 아닌, 소름끼치고 불쾌한 시각적, 청각적 자극에.

 

주인공은 - 초상화와 그림을 주제로 하는 게임답게 - 화가로, 배경은 빅토리안 시대 영국으로 짐작된다 (더 정확히는 20세기 초반). 이름이 공개되지 않아 글 안에서라도 편의상 화가로밖에 부를 수 없는 주인공은, 과거에는 무척 잘 나가던 예술가였으나 여러 차례 개인사에 비극을 겪으며 몰락한 남자다. 

 

옛날의 명예도 가정의 행복도 모두 잃어버린 그에게 남은 것이라곤 오직 단 하나, 길이 남을 역작을 완성하고야 말겠다는 것. 그러나 연이어진 불행과 아내와의 갈등, 딸과의 거리감 속에서 그의 야망은 점차 집착으로, 그리고 광기로 변질되어간다. 그리고 자신의 마지막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그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는데......

 

게임의 엔딩은 세 종류로, 소위 말하는‘굿 엔딩’,‘배드 엔딩’, 그리고‘히든 엔딩’이 준비되어 있다. 엔딩을 결정하는 것은 물론 플레이어의 작중 선택이겠지만, 독특하게도 그 선택을 하게 되는 시점이 게임 내에선 명확하지 않다. 시험 문제처럼 사지선다이거나, 결정적인 기로가 직접 플레이어에게 제공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플레이어는 더더욱 미지의 영역으로 빠지고, 결론적으로 공포감을 더하게 된다. 어떤 행동과 선택이 엔딩에 영향을 미치는가? 어떤 엔딩을 보고 싶은가? 대부분의 플레이어라면 아마‘굿 엔딩’ 이나 (보통은 진짜 엔딩으로 통하는)‘히든 엔딩’을 보고 싶어하겠지만 불친절하기까지 한 시스템 때문에 원하는 엔딩을 보기 위해선 난이도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게임 진행은 저택 내부라는 하나의 배경에 한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 하나만 넘어서는 순간 아까까지의 공간이 뒤바뀌거나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는 현상, 주인공의 진상과 비밀을 알아갈 수록 점차 괴이하게 뒤틀리고 끝없이 늘어나거나 반복되는 구간 때문에 더욱 길게 느껴진다. 

 

거기에 더해 퍼즐을 풀기 전까진 공간에 갇히거나 계속해서 상황이 되풀이된다. 그렇기에 머리 아픈 신비주의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골치를 썩을 수도 있겠지만, 초현실주의적인‘전자마약’을 원한다면 권하고 싶은 게임이다. 아, 물론 호러를 즐긴다면 더욱.

 

♣ 본 칼럼은 이 글이 다루는 게임의 주요 줄거리, 결말, 반전 요소 등을 누설하는 내용을 포함하므로 스포일러를 원하지 않는 분들에겐 일독을 권하지 않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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