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로윈 - 믿고 즐기는 축제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할로윈 - 믿고 즐기는 축제

0 개 2,013 한 얼

할로윈이 왔다 갔다. 고작 24시간, 하지만 정말 파란만장한 하루였다.

 

한국에서 살았을 때 할로윈은 생소하기 짝이 없는 명절(?)이었다. 기껏해야 영어 학원에서 과자나 사탕을 나누어 받던 날 정도로 인지하고 있었는데, 뉴질랜드로 오니 차원이 다른 축제성을 자랑해 당황하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 10월이 되기도 전부터 온 사방을 치장하는 해골과 거미줄 장식하며, 벌써부터 할로윈 때 입을 코스튬을 고민하는 사람들. 그리고 호박, 호박, 또 호박! 처음엔 할로윈이 호박을 죄다 추수해버리는 날이었던가, 하는 실없는 생각을 할 정도로 8월부터 호박이 사방에 널려 있어 넌더리를 낸다. 하다못해 동네 카페에 가도 ‘펌킨 스파이스 라떼’를 팔 정도니 말 다한 셈이다. (실제로 먹어본 적은 없다. 호박에 딱히 유감이 있는 건 아니지만 커피는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할로윈. 모든 성인의 축일 (All Hallow’s Eve). 성야제. 죽은 자들이 살아 돌아오는 날에서 기원했다는 전승만 조금 알고 있을 뿐, 그게 현대에 들어서는 그저 또 하나의 축제가 된 과정은 평범하면서도 신기하다. 사람들은 역시 뭐든 놀기 위한 소재로 잘 활용한다는 감탄, 그리고 거기에 담긴 낭만주의와 쾌락주의가 뿌듯하게까지 느껴진다는 것 정도.

 

하지만 솔직히, 트릭 오어 트릿 (Trick Or Treat) 은 처음 뉴질랜드에 왔던 내겐 곤혹스럽기 짝이 없었다. 코스튬을 차려입고 사탕이나 과자를 얻으러 다닌다니. 그것도 초면인 집에, 아이들만 따로 다니면서 (물론 이 부분은, 후일 너무 어린 아이들은 보호자와 함께 다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고 납득했다)? 그 과자나 사탕 따위에 뭘 넣었을지 어떻게 알고? 거기다가 할로윈이면 꼭 벌어지는 검은 고양이 학대 사건이니, 사탕을 깠더니 면도날이 나왔다느니 하는 반은 루머, 반은 실제인 흉흉한 소문을 보고 기가 차기도 했다. 물론 뉴질랜드에서야 그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겠지만.

 

유희를 즐기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순진성, 그리고 무조건적인 믿음이 필요한가보다.

 

트릭 오어 트릿은 직접 해본 적은 없지만, 받는 것도 조금은 무섭다. 낯선 사람들이 집에 찾아오는 건 곤욕스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탕을 주지 않는 집에 날계란(!)을 던지는 아이들도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듣고는 지레 겁을 먹지 않을 수 없었다.

 

첫 할로윈이 그랬었다. 사탕이며 과자를 준비해놓고 찾아오는 아이들에게 조금씩 주었지만, 그래도 모자랐던 건지 오후 3시쯤 되자 다 동이 나버렸다. 하필이면 그날은 평일이었고, 그래서 학교가 끝난 아이들이 줄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 압권이었던 건 (당시 우리 집은 언덕 위에 있었다) 거실 창문에서 보이는 길거리의 끝까지 가득 메운 아이들의 행렬이었다. 사탕은 다 떨어졌는데, 마침 집에는 나 혼자였고...

 

결국 모든 커튼을 치고 창은 다 닫은 뒤 문도 굳게 걸어잠그고, 필사적으로 집에 아무도 없는 척을 하는 수 밖에 없었다. 적어도 교실 둘은 꽉 채울 법한 머릿수가 우수수 달려와 문을 두들겼지만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 건지 금방 돌아갔다.

 

좀 어처구니 없는 에피소드였고, 그 뒤로 할로윈이나 트릭 오어 트릿에 대한 반감은 좀 남았지만 요즘엔 개인적인 이유나 종교적인 믿음 때문에 할로윈을 축하하지 않는다고 써붙이는 집도 많다고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계란을 던지기보단 그를 존중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서일까. 무조건 남을 믿는, 그런 축제마저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것은.

 

가족 및 자원 봉사 간병인을 위한 정부 실행 계획

댓글 0 | 조회 501 | 4일전
Consultation on Acti… 더보기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 수상 안전 실시

댓글 0 | 조회 279 | 5일전
지난 11월 22일, 타마키 마카우라… 더보기

위험한 감정의 계절: 도박과 멘탈헬스 이야기

댓글 0 | 조회 170 | 6일전
12월은 흔히 ‘축제의 달’로 불린다… 더보기

에델바이스(Edelweiss)의 추억

댓글 0 | 조회 175 | 6일전
음악은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 감정… 더보기

18. 루아페후의 고독한 지혜

댓글 0 | 조회 131 | 6일전
# 산 속의 침묵루아페후 산은 뉴질랜…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

댓글 0 | 조회 492 | 6일전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 더보기

그 해 여름은

댓글 0 | 조회 130 | 6일전
터키의 국기처럼 큰 별 하나를 옆에 … 더보기

어둠은 자세히 봐도 역시 어둡다

댓글 0 | 조회 125 | 6일전
시인 오 규원1어둠이 내 코 앞, 내… 더보기

아주 오래된 공동체

댓글 0 | 조회 165 | 6일전
처서가 지나면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 더보기

이삿짐을 싸며

댓글 0 | 조회 553 | 7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하루에 조금씩만…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에게 독서가 특별히 중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504 | 7일전
우리는 뉴질랜드라는 다문화 사회 속에… 더보기

깔끔하게 요약해 본 파트너쉽 비자

댓글 0 | 조회 307 | 7일전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로 체… 더보기

2026 의대 진학을 위한 연말 전략: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147 | 7일전
▲ 이미지 출처: Google Gem… 더보기

시큰둥 심드렁

댓글 0 | 조회 99 | 7일전
어떤 사람이 SNS에 적은 글에 뜨끔… 더보기

언론가처분, 신상 정보 공개 금지 및 국민들의 알 권리

댓글 0 | 조회 213 | 7일전
지난 9월 8월, 본인의 자녀들을 수… 더보기

고대 수메르 문명은 왜 사라졌는가

댓글 0 | 조회 135 | 7일전
메소포타미아 사막 위로 붉은 해가 떠… 더보기

스코어카드와 인생의 기록 –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

댓글 0 | 조회 103 | 7일전
골프를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코어… 더보기

나도 의대 들어갈 수 있을까 : 의대 경쟁률 10:1 그 진실은?

댓글 0 | 조회 302 | 9일전
출처: https://www.isto… 더보기

‘인공 방광’이란

댓글 0 | 조회 275 | 2025.12.06
국민보험공단이 발표한 ‘2024 지역… 더보기

수공하는 법

댓글 0 | 조회 155 | 2025.12.06
수공(收功)은 기운을 거두어들이는 동… 더보기

AI 시대의 독서: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독서가 필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606 | 2025.12.01
공자는 논어 첫 문장에서 “배우고 때… 더보기

AI 시대의 새로운 교육 방향: AI와 함께 생각하는 힘

댓글 0 | 조회 540 | 2025.11.28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교육의 변화를 … 더보기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 확대

댓글 0 | 조회 323 | 2025.11.26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이 74세까지 … 더보기

에이전시 (대리인) 관련 법

댓글 0 | 조회 223 | 2025.11.26
우리는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대신’ …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댓글 0 | 조회 425 | 2025.11.26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