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 마켓 - 관광, 혹은 작은 일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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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마켓 - 관광, 혹은 작은 일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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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랜드의 명물이라고 한다면 나는 단연 마켓(Market)을 꼽을 것이다. 한글로는 7일장 정도라고 표현하는 게 적당할까. 데이 마켓, 나이트 마켓 상관 없이 모두 흥겹다. 돌아다니는 외출이나 사람 많은 곳이 질색이라도, 물건 구경과 음식을 위해서라도 꼭 한 번쯤은 추천하고 싶다. 특히 오클랜드가 초행이거나, 뉴질랜드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이라면 더더욱.

 

내가 가본 곳은 타카푸나의 선데이 모닝 마켓과 글렌필드의 나이트 마켓 뿐이지만 아마 개중에선 이 둘이 제일 유명하지 않을까 싶다. 특히 나이트 마켓이 더더욱. 각기 아침과 밤에 진행되는 만큼 둘은 분위기나 구성이 제법 다르다고 느꼈다.

 

모닝 마켓은 새벽 6시 (히익!) 부터 정오까지만 진행되는데, 그렇게 일찌감치 일어나서 열린 장에 나오는 사람들을 보면 대단하단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판매자들도, 방문객들도 모두. 하긴 주차 자리도 무척 한정되어 있어 아예 차를 포기하고 대중 교통 내지는 보도로 걸어오거나, 아니면 정말 새벽 같이 도착하지 않는 한은 힘들지 않을까. 그리고 먹거리를 파는 사람들도 많지만 절반은 직접 수확한 농산물이나 수제품들을 파는 상인들이다. 신선한 야채, 그날 아침이나 - 문자 그대로 - 새벽에 갓 딴 과일이며 막 구워낸 빵 등.

 

타카푸나 마켓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노점은 어느 아랍인 판매상이었는데, 특이하게도 향유와 향수 디캔터를 판매하는 아저씨였다. 향유는 약지 정도 길이의 투명한 유리병에 빳빳한 마개로 봉해져 있었는데, 마개가 좋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향이 그냥 진한 것인진 몰라도 밀봉된 입구 너머로도 향이 진동을 했다. 워낙에 향이 진해서 향수 대신으로 써도 된다고, 모두 직접 만들거나 고향에서 직접 가져온 것이라고 아저씨는 자랑했다. 향수 디캔터는 (난 그런 물건이 존재하는 줄도 몰랐었다) 모두 유리 제품으로, 하나같이 아름답게 치장되어 있었다. 마치 오스만 제국이나 페르시아 제국에서 쓸 법한 화려하고 정교한 세공이 일품이었다. 당연히 가격도 향유보다 호되게 비쌌고 가격을 조금만 깎아달라는 애원에도 향유의 가격 정도는 얼마든지 깎아주던 상인이었지만, 디캔터는 조금도 양보하려 들지 않았다. 단순히 돈이 아닌, 긍지와 자존심의 문제라나.

 

모닝 마켓에는 가지 않은지 오래되었다. 아직도 그 아저씨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반면에 글렌필드 나이트 마켓은 온통 먹거리 천지다. 지하 주차장은 조금이라도 늦게 가면 문전성시고, 발걸음을 디딜 틈조차 거의 없어 다들 깨금발로 걸어야 한다. 온갖 언어와 음식 냄새가 뒤범벅되어 그야말로 인종의 가마솥이란 느낌이다.

 

이곳에 물건을 사러 오는 사람은 거의 없고 대부분은 먹거리를 즐기기 위해 온 사람들이다. 가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그럴 만하다.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여기에 오면 - 그리고 지갑과 위장의 공간이 허락하는 한 - 열 가지도 넘는 다른 나라의 요리들을 맛볼 수 있으니까. 크레페에서부터 괴즐레메, 단단면까지. 물론 맛과 가격, 그리고 가성비는 사실상 복불복 수준이긴 하지만 안전하고 추천할 만한 노점상들도 있다. 가령 5불짜리 초콜릿 치즈 케이크를 플라스틱 통에 담아 파는 젊은 여성이라던지, 닭꼬치를 파는 한국인 노점상이라던지, 새우 만두를 매우 저렴한 가격에 많이 주는 중국인이라던지.

 

시끄러운 걸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질색할 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의 소음뿐만 아니라 와중에 버스킹을 하는 사람들까지 있으니. 대개 스피커와 앰프를 짜랑짜랑하게 켜놓고 인파 너머로 들리게 하기 위해 목청껏 노래하기 때문에 가히 청각 테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일탈을 위해서라면, 그리고 모험심에 두려워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오클랜드의 칠일장은 분명 즐거운 추억이 될 것이다. 아, 물론 여기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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