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우등생이 되어야만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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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우등생이 되어야만 할 때

0 개 1,888 김준

‘카톡!’

 

무음으로 설정하는 것을 깜빡 했나 보다. 수업시간엔 조용하도록 설정해 놓는데 말이다. 

 

내용을 확인하지 않고 무시하려 했는데 조금맣게 뜬 메시지 알림창을 보니 카톡보낸 사람이 웬만해서 연락을 하지 않는 녀석이라서 잠깐 양해를 구하고 살펴보았다. 지금 오클랜드 대학교 바이오메드 1학년에 재학중인 K. 이전 컬럼에서 잠시 언급한 적이 있는 친구라서 이 이야기를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한참을 주저 했지만 좋은 일은 알리고 광고해서 후배들의 귀감이 되는 것이 낫겠다 싶어 쓰기로 결정했다. 

 

카톡엔 K특유의 장난기 어린 ‘ㅋㅋㅋㅋ’와 함께 웬 레터를 한 장 사진 찍어서 올려 놓았다. 사실 Formal한 레터를 무지하게 싫어하는 필자의 입장에선 (별로 좋은 내용을 받아본 적이 없다) 그다지 반가운 사진은 아니지만 보낸 친구의 마음도 있고 하니 천천히 읽어 보았다. 물론 수업을 마치고서.. 발신자는 오클랜드 대학교 Chemistry department의 학장이었고 수신자는 K, 그리고 내용은 대략 아래와 같다. 

 

‘K, 그동안 공부하느라 수고가 많았다. 바이오메드 1학년 첫 학기를 지내고 나서 성적을 보니 자네 화학 성적이 매우 좋더구만. 1학년 전 학생 중 상위 1%에 들어가는 성적이어서 칭찬을 아니할 수 없다. 그래서 특전을 주고자 한다. 만약 자네가 화학 전공이나 약대전공에 관심이 있다면 바로 다음학기부터 전공 페이퍼를 수강할 수 있도록 조치 하겠다. 자네 같은 친구를 가르칠 수 있다면 참 행복할 것 같다. 하지만 만약 그렇지 않더라도 그 동안의 수고에 박수를 보낸다’

 

이제 대학생활 반년을 마친 학생에게, 아직 Specialty를 정하기는커녕 1학년 말 성적에 따라 전공이 확확 바뀔 학생에게 미리 오퍼를 주고 싶다는 레터였다. 한 쪽으론 칭찬하면서 기분좋게 해주고 다른쪽으론 화학이나 약대쪽으로 전공을 잡았으면 좋겠다며 소개 반, 유혹 반인..

 

그간 필자를 거친 수 없이 많은 학생들이 오클랜드 대학교 바이오메드에 진학했지만 솔직히 이런 레터를 받은 학생은 처음이어서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그 동안 이런 레터를 받을 수 있었음직한 아이들이 누구, 누구, 누구…. 나한테 연락을 안 한건가 아니면 그 정도 성적이 안 나왔던 건가..’ 

 

전자라면 졸업생들과의 꾸준히 연락하는 일에 더 신경을 써야 하겠고 후자라면 가르치는 일에 더 열심이어야 할 거 같다. K의 경우는 대학 화학 공부에 도움을 준거라곤 카톡으로 문제 딱 하나 설명해준 거 밖에 없지만 정기적으로 대학 수업을 들은 친구들은 뭔가 더 도움이 되었어야 할 텐데…

사실 뉴질랜드에서의 대학 1학년은 고교4학년으로 불러도 될 만큼 수업 내용이나 과정 면에서 고등학생과 큰 차이가 없다. 

 

지금 1학년 학생 중 이 이야기에 이의가 있는 독자가 있으시다면 2학년에 올라가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길.. 그렇기 때문에 고등학교 시절의 공부내용과 성적에 많은 영향을 받는 것이고 또 그렇기 때문에 입학 당시의 성적을 뒤집어 열등생이 우등생 되고 우등생이 열등생 되는 것이 매우 힘든 것 또한 사실이다. 왜냐하면 일정한 수준 이상의 학생들이 모인 상황에서 누구나 열심히 노력하기 때문에 초인적인 노력이 없는 한 순위를 뒤바꾸기는 요원한 일이기 때문이다 (대학 평가는 석차라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K 역시 입학 당시 성적이 우수하다는 잇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를 지켜내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해 왔음을 필자도 알고 있다. 그 노력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지 더 높은 레벨로 올라가기 위한 노력은 될 수가 없음을 독자 여러분도 이해 하시리라. 

 

자, 그럼 이야기는 간단해진다. 우수한 대학성적을 위해서는 입학시기부터 잘 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고 그 ‘입학시기’라는 순간의 성적은 고등학교 시절의 성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당연하다. 결국 ‘고등학교 때 잘 해야 대학 가서도 잘 한다’라는 논리가 성립되며 입학만 잘 하고나면 그 다음은 정신차려서 열심히 잘 하겠지 라고 생각하는 부모님들의 기대가 그리 현실성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아시게 될 것 같다.  물론 세상엔 ‘숨겨온 천재성’ 이라는 것도 있고 ‘늦게 배운 공부에 밤 새는 줄 모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내 자녀가 그 중에 한 명 일거라 생각하는 부모가 몇이나 될까…

 

필자가 항상 목이 터져라 이야기하고, 쓰고, 상담하는 내용이 ‘미리 미리’, ‘시기를 놓치지 말고’ 등등 늦장을 피지 말고 서두르라는 말인데 K의 경우가 그 이유를 잘 설명 해 주는 것 같다. 대학에서 우등생의 대열에 들어가는 것보다 고등학교에서 우등생이 되는 것이 백 배, 천 배는 더 쉽다. 우리의 아이들이 제발 지금 잠깐의 게으름과 조그만 즐거움을 약간만 뒤로 미루고 시간과 노력을 ‘우등생’이 되는 길에 쏟아 부을 줄 아는 우리 한인사회의 기둥들이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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