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의 고양이들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권레오
독자기고
새움터
김준
박기태
수선재
김도형
마이클 킴

길가의 고양이들

0 개 2,172 한얼

뉴질랜드의 거리에는 유독 고양이들이 눈에 띈다. 줄에 묶여 있거나 뒤에서 따라오는 사람도 없이 저들끼리 혼자서 유유자적하게 길가를 활보하는 걸 보면 조금 놀랍다. 위험하지 않을까, 차에 치이면 어쩌지, 주인은 있을까, 있다면 저렇게 반려동물을 바깥에 풀어놓다니 걱정도 안 되는 걸까--온갖 생각이 떠오른다. 고양이들은 집을 나서면 쉽게 길을 잃어버려 영영 못 찾을 확률이 높다는 얘기를 어디서 들어서인지 더더욱 걱정된다.

 

보통 길가의 고양이들은 그런 내 염려를 비웃듯 여기저기 잘만 쏘다닌다. 그들에겐 줄도, 귀찮게 따라붙는 주인도 없다. 그들은 자유롭다. 도시의 방랑자들마냥 그들은 사람들의 길마저도 제 집으로 만들어버렸다. 그 끝간 데 없는 소유욕과 정복 능력에 나는 그저 감탄하고 만다.

 

집 근처에도 그런 고양이가 한 마리 있다. 검정과 하양이 섞인 턱시도 털색의 고양이로, 덜 익은 레몬색 눈을 가졌다. 이름은 모르지만 목에 녹색 끈을 달고 있다. 어차피 불러도 사람 말은 못 알아들을 테니 난 그 고양이를 팬시 씨(Mr. Fancy)라고 부르는데, 사람을 좋아하는 건지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내 앞으로 쫄래쫄래 다가와 발목에 몸통이며 얼굴을 부벼댈 정도로 아주 붙임성이 좋다. 종은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아메리칸 숏헤어가 아닌가 싶다.

 

팬시 씨는 자기 이름이 아니더라도 내가 일단 팬시 씨, 팬시 씨, 하고 부르면 어김없이 달려와준다. 손바닥을 내밀면 우선 인사하듯 거기에 가볍게 박치기를 하듯 이마를 누르고 코를 부빈다. 고양이의 코는 따뜻하고 촉촉하다. 그리고선 또 내 다리에 온몸을 문지른다. 이게 소유 내지는 일종의 영역 표시인 걸로 알고 있기에 나는 뿌듯해진다. 내가 마음에 들었구나, 싶어서.

 

팬시 씨는, 여느 고양이들이 그렇듯, 손타는 것을 좋아하지만 내가 만지기를 그만두고 돌아가야 할 때가 되면 미련 없이 보내주는 쿨한 성격이다. 나를 보면 먼저 다가오기도 하지만 헤어질 때엔 질질 끌거나 구차하지 않은 멋진 남자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내가 아는 어떤 사람들보다도 더 시원시원하다고.

 

고양이들은 여타 동물에 비해 아무리 사람의 손에서 자라고 사람의 집에서 지내도 야생의 습성을, 그들 자신의 일부를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그런 도도함을 좋아하고, 또 존중한다. 우린 너희와 함께 살아도 결코 우리의 아이덴티티를 잃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만 같아서.

 

물론 애교 많은 고양이들은 정말 귀엽고 사람 없이는 하루도 못 살 것처럼 굴긴 한다. 가령 내 친구의 고양이를 예로 들어보자면 - 그 친구는 고양이를 무려 네 마리나 키운다 - 항상 눈 안에 사람이 들어와 있어야 한다고 한다. 보통은 내 친구 혹은 친구의 동생이 있는 곳에서 시간을 보내지만, 그들이 자리를 비우면 친구의 엄마, 그마저도 없으면 집에서 지내시는 할아버지나 할머니의 주변 공간에 꼭 엉덩이를 붙인단다. 아무도 없이 혼자 내버려두면 야옹야옹 애처롭게 울어서 그게 그렇게 가슴이 아프다나. 그마저도 어떻게 보면 고양이가 사람을 역으로 길들여버린 것 같아 처음 그 이야길 들었을 땐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그렇게 사람을 좋아하는 고양이라도 이렇게 밖에 나오면 자유롭게 온 세상을 가진 것마냥 돌아다니겠지.

 

길에서 고양이를 보면 종종 멈추고 그들을 가만히 관찰한다. 어쩌면 그들은 그렇게 자유로울 수 있는 걸까 싶어서. 무소유 같은 오랜 이론을 설파하기엔, 오히려 그건 고양이들은 자기들이 온 세상을 가졌다고 생각하기에 저렇게 자유로울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고양이들이 정말로 세계를 정복해도 난 놀라지 않으리라.

 

11 Great Walks 600여km, 풍광을 카메라에 담다

댓글 0 | 조회 448 | 14시간전
1993년, 낯선 땅 뉴질랜드(New… 더보기

추파카브라 전설

댓글 0 | 조회 127 | 14시간전
— 공포와 현실 사이, 인간이 만들어… 더보기

뜰안의 민들레 꽃처럼 . . .

댓글 0 | 조회 142 | 15시간전
달게 잘 잤는데도 깨어나면 기분이 깔… 더보기

마지막 퍼팅의 압박 – 중요한 순간에 집중하는 법

댓글 0 | 조회 183 | 15시간전
골프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 더보기

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

댓글 0 | 조회 108 | 15시간전
시인 문정희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더보기

뉴질랜드 이민 삶 44년을 회고하며

댓글 0 | 조회 602 | 15시간전
1982년, 키위 구두약의 나라 뉴질… 더보기

뉴질랜드 입법부&행정부와 사법부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

댓글 0 | 조회 401 | 20시간전
예전에 한국의 계엄령 관련 칼럼을 다… 더보기

궁극적으로 괴로움을 없애는 유일한 길

댓글 0 | 조회 251 | 21시간전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 더보기

25. 마우이와 태양을 붙잡은 산 – 기스본의 전설

댓글 0 | 조회 86 | 21시간전
기스본(Gisborne)은 뉴질랜드 … 더보기

매력만점의 은퇴부모 투자이민

댓글 0 | 조회 778 | 2일전
COVID-19 팬데믹으로 말미암아 … 더보기

호주 뉴질랜드 의대 합격의 분기점: 지금 점검해야 할 시기

댓글 0 | 조회 452 | 2일전
▲ 이미지 출처: Google Gem… 더보기

연주 씨의 카드

댓글 0 | 조회 251 | 2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지적 장애를 가… 더보기

2026년 통과된 고용관계법 개정안

댓글 0 | 조회 294 | 2일전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증가시키고 피고용… 더보기

‘취미’와 ‘문제’의 경계선

댓글 0 | 조회 129 | 2일전
- 갬블링 위험 신호 점검뉴질랜드에 … 더보기

개똥걱정 말똥걱정

댓글 0 | 조회 112 | 2일전
1898년 뉴욕에서 세계 최초의 국제… 더보기

6편 – MH370: 사라진 하늘

댓글 0 | 조회 110 | 2일전
“비행기는 사라졌지만, 그 안에 있던… 더보기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 및 선발기준 (의대, 약대, 검안대, 영상…

댓글 0 | 조회 216 | 2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 더보기

병보다 무서운 간병비

댓글 0 | 조회 793 | 5일전
고려 말기의 명장인 이성계(李成桂)가… 더보기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 총정리 (의대 약대 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456 | 7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최근 2년 (2025… 더보기

약 처방, 이제는 12개월분까지 처방 받을 수 있다

댓글 0 | 조회 991 | 10일전

올해부터 바뀌는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MMI 면접방식 (의대,약대,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826 | 2026.03.12
의료계열 (메디컬) 입시에서 가장 중… 더보기

피아노의 영혼

댓글 0 | 조회 258 | 2026.03.11
▲ 이미지 출처: Google Gem… 더보기

인간의 본질적 문제

댓글 0 | 조회 211 | 2026.03.11
저는 불교의 윤회설을 문자 그대로 믿… 더보기

히말라야의 그림자 빅풋과 예티는 존재하는가

댓글 0 | 조회 176 | 2026.03.11
어느 겨울밤, 히말라야의 깊은 산속에… 더보기

나만의 등불 밝혀 내 마음 찾는 여정

댓글 0 | 조회 149 | 2026.03.11
강진 무위사의 ‘보름달 명상 템플스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