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의 고양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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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의 고양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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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의 거리에는 유독 고양이들이 눈에 띈다. 줄에 묶여 있거나 뒤에서 따라오는 사람도 없이 저들끼리 혼자서 유유자적하게 길가를 활보하는 걸 보면 조금 놀랍다. 위험하지 않을까, 차에 치이면 어쩌지, 주인은 있을까, 있다면 저렇게 반려동물을 바깥에 풀어놓다니 걱정도 안 되는 걸까--온갖 생각이 떠오른다. 고양이들은 집을 나서면 쉽게 길을 잃어버려 영영 못 찾을 확률이 높다는 얘기를 어디서 들어서인지 더더욱 걱정된다.

 

보통 길가의 고양이들은 그런 내 염려를 비웃듯 여기저기 잘만 쏘다닌다. 그들에겐 줄도, 귀찮게 따라붙는 주인도 없다. 그들은 자유롭다. 도시의 방랑자들마냥 그들은 사람들의 길마저도 제 집으로 만들어버렸다. 그 끝간 데 없는 소유욕과 정복 능력에 나는 그저 감탄하고 만다.

 

집 근처에도 그런 고양이가 한 마리 있다. 검정과 하양이 섞인 턱시도 털색의 고양이로, 덜 익은 레몬색 눈을 가졌다. 이름은 모르지만 목에 녹색 끈을 달고 있다. 어차피 불러도 사람 말은 못 알아들을 테니 난 그 고양이를 팬시 씨(Mr. Fancy)라고 부르는데, 사람을 좋아하는 건지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내 앞으로 쫄래쫄래 다가와 발목에 몸통이며 얼굴을 부벼댈 정도로 아주 붙임성이 좋다. 종은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아메리칸 숏헤어가 아닌가 싶다.

 

팬시 씨는 자기 이름이 아니더라도 내가 일단 팬시 씨, 팬시 씨, 하고 부르면 어김없이 달려와준다. 손바닥을 내밀면 우선 인사하듯 거기에 가볍게 박치기를 하듯 이마를 누르고 코를 부빈다. 고양이의 코는 따뜻하고 촉촉하다. 그리고선 또 내 다리에 온몸을 문지른다. 이게 소유 내지는 일종의 영역 표시인 걸로 알고 있기에 나는 뿌듯해진다. 내가 마음에 들었구나, 싶어서.

 

팬시 씨는, 여느 고양이들이 그렇듯, 손타는 것을 좋아하지만 내가 만지기를 그만두고 돌아가야 할 때가 되면 미련 없이 보내주는 쿨한 성격이다. 나를 보면 먼저 다가오기도 하지만 헤어질 때엔 질질 끌거나 구차하지 않은 멋진 남자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내가 아는 어떤 사람들보다도 더 시원시원하다고.

 

고양이들은 여타 동물에 비해 아무리 사람의 손에서 자라고 사람의 집에서 지내도 야생의 습성을, 그들 자신의 일부를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그런 도도함을 좋아하고, 또 존중한다. 우린 너희와 함께 살아도 결코 우리의 아이덴티티를 잃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만 같아서.

 

물론 애교 많은 고양이들은 정말 귀엽고 사람 없이는 하루도 못 살 것처럼 굴긴 한다. 가령 내 친구의 고양이를 예로 들어보자면 - 그 친구는 고양이를 무려 네 마리나 키운다 - 항상 눈 안에 사람이 들어와 있어야 한다고 한다. 보통은 내 친구 혹은 친구의 동생이 있는 곳에서 시간을 보내지만, 그들이 자리를 비우면 친구의 엄마, 그마저도 없으면 집에서 지내시는 할아버지나 할머니의 주변 공간에 꼭 엉덩이를 붙인단다. 아무도 없이 혼자 내버려두면 야옹야옹 애처롭게 울어서 그게 그렇게 가슴이 아프다나. 그마저도 어떻게 보면 고양이가 사람을 역으로 길들여버린 것 같아 처음 그 이야길 들었을 땐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그렇게 사람을 좋아하는 고양이라도 이렇게 밖에 나오면 자유롭게 온 세상을 가진 것마냥 돌아다니겠지.

 

길에서 고양이를 보면 종종 멈추고 그들을 가만히 관찰한다. 어쩌면 그들은 그렇게 자유로울 수 있는 걸까 싶어서. 무소유 같은 오랜 이론을 설파하기엔, 오히려 그건 고양이들은 자기들이 온 세상을 가졌다고 생각하기에 저렇게 자유로울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고양이들이 정말로 세계를 정복해도 난 놀라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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