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 재인식의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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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 재인식의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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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나 영화를 보면 주인공이 단골로 삼는 카페가 흔히 나온다. 이야기의 무대가 될 수도, 혹은 그냥 주인공이 어떤 사람인 지를 보여주기 위한 장치일 수도 있겠지만 어렸을 적부터 그게 신기했다.

 

단골 카페, 라고 하면 어감부터가 뭔가 다르다. 단골 슈퍼마켓, 이나 단골 식당 같은 표현과는 차원이 다르다. 카페란 이름으로 지레짐작한 나는 카페란 막연히 커피만 파는 곳이라고 생각했고, 커피는 어른들만 마실 수 있는 것이니 (우리 집의 어른들은, 아이가 커피를 마시면 머리가 돌처럼 딱딱해진다며 우리를 겁주곤 했다), 당연히 카페도 어른들만 갈 수 있는 곳이라고 어겼기 때문일 것이다. 어둑어둑한 분위기, 채도 낮은 조명, 대체로 진갈색이거나 고동색인 인테리어. 목재 바닥에 베이지색 벽지. 카운터를 사이에 두고 주문까지도 속살거리면서 받는 주인과 손님. 어째서인지 내가 생각한 카페는 전부 어둡고 긴밀한 분위기였다.

 

커피와 마찬가지로, 카페라는 장소는 어린 나에게 ‘어른’을 상징했다. 나는 어려서 갈 수 없는 곳, 그렇지만 어둑어둑하고 조용한 곳이니 막연하게 다 큰 사람만 갈 수 있겠지, 라고 생각한.

 

물론 어른이 다 된 지금은 그게 아니란 걸 안다. 카페는 어른들만의 전유물이 결코 아니었고, 오히려 아이들과 부모가 왁자지껄하게 들어와 점심을 대충 때우고 나가거나, 나이든 어르신들이 한가로이 브런치를 즐기는 곳으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헐리우드(Hollywood)나 커피 클럽(Coffee Club) 같은 체인점 카페라면 더더욱. (스타벅스의 경우엔, 어째서인지 아이를 데리고 들어오는 부모들보단 젊은 직장인이나 학생들이 주를 이룬다. 이유는 잘 알지 못한다. 비싸서일까?)

 

또 하나의 놀라운 점이라면, 카페에서 음식을 판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겠지. 위에서도 말했지만 난 카페, 하면 무조건 커피만 파는 곳인 줄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해도 이런 단단한 오해가 없다. 하물며 커피에도 수십 가지의 종류, 제각기 다른 커피가 있는데, 거기에 더해 온갖 음료에 요기거리, 심지어는 식사까지도 파는 것을.

 

일을 하다 보면 주어지는 식사 시간이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바로 옆에 카페가 있는 나 같은 경우는 정말로 운이 좋다. 후닥닥 달려가서 간단히 해결하고 오면 되니까.

 

점심 시간에 종종 가곤 하는 카페는 특히 음식이 나오는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서, 이쯤 되면 카페가 아니라 거의 패스트푸드점 수준이 아닌가 싶다. 게다가 거기서 파는 음식들도 그저 요기거리나 브런치 수준이라고 하기엔 민망할 정도로 양이 많아서 식당이나 다름 없다. 한창 인파가 몰리는 쇼핑 센터에 위치해 있고, 그래서인지 그곳은 - 특히 점심 시간 같은 러시 아워가 되면 - 아이들을 데려온 엄마들로 꽉 차버린다. 일하는 카페 직원들 눈이 핑핑 돌아가는 게 내가 앉은 자리에서도 보일 정도여서, 내가 있는 게 괜히 미안해질 만큼 그들은 바쁘다.

 

카페에 가면 먹는 음식의 종류가 딱 정해져 있다. 라자냐나 토마토 치킨 파스타, 민스 파이, 아니면 에그 베네딕트. 특히 이 카페의 에그 베네딕트는 양도 맛도 굉장하다. 칼질 한 번에 폭풍처럼 터져 나오는 계란 노른자와 노릇노릇한 베이컨! 거기에 음료 하나를 무료로 끼워주기까지.

 

일주일에 적어도 두 세번은 들르는데, 그럼 카페의 카운터를 지키는 직원 언니는 날 알아보고 웃으면서 인사한다. 오늘도 그랬다.

 

“에그 베네딕트, 베이컨 얹어서. 음료는 차이 라떼시죠?”

 

“네.”

 

얼결에 대답하고 보니, 어느새 다 파악 당했나, 싶어 괜히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다음 순간 아연해졌다.

 

나도 어느새 나를 알아보기까지 하는 ‘단골 카페’를 가진, 어엿한 어른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이런 맙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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