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푼첼 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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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푼첼 5편

0 개 1,851 송영림

■ 영원한 이율배반(二律背反) 

 

사랑은 정말이지 역설적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미워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구속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이기적이다. 특히 그 사랑의 대상이 자식일 때 많은 부모들이 그렇다. 나는 사랑하는 딸이 잘못되지 않게 하기 위해 삭발을 하고 방에 가두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었고, 사랑하는 딸이 아까워 사위를 미워하며 받아들이지 못하는 어머니도 보았다. 아들을 너무나 사랑하여 며느리와 아들 사이에서 잠을 자는 어머니의 이야기도 들었고, 사랑하는 아들에게 자신의 사업을 물려주기를 원하나 다른 길을 선택한 아들과 절연한 아버지도 보았다. 사랑하기 때문에 미워한 결과이다. 어쩌면 이것은 자식에 대한 사랑보다 자신의 욕심이 앞서기 때문일 수도 있고 자식을 독립시키지 못한 채 부모의 소유물로 보기 때문일 수도 있다. 

 

나는 자식을 국제학교에 보내고 사립학교에 보내기 위해 또는 유학을 보내기 위해 자신의 삶을 모두 버린 부모도 보았다. 오로지 그의 머릿속에는 자식에 대한 헌신과 자부심만 지배하고 있다. 자신의 인생보다는 자식의 인생에만 관심이 있고 오직 그런 자식을 뒷받침하기 위해 물질적인 것만을 추구한다. 그는 가족 이기주의에 찌들어 다른 사람 또는 다른 자식들이 피해를 입는다 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러고 나서 그들에게 남는 결과는 자식에 대한 기대와 보상 그리고 허영과 과시욕이다. 그런 부모들은 자신이 헌신한 만큼 자식에게 요구하는 것이 많을 뿐 아니라 자신의 기대만큼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그 분노 또한 크다. 그리고 진실과 상관없이 자식에게 투사한 꿈을 사람들에게 과시하곤 한다. 

 

나의 어머니는 다른 어머니들과는 좀 다르다. 자식을 온전히 자식이 원하는 대로 하게 했고 간섭이나 바라는 것도 없는 듯 보인다. 자식들의 학교에 한번 찾아온 적도 없고 선생님에게 따로 자식을 부탁하는 것도 본 적이 없다. 그리고 그저 자식이 다 알아서 하기를 인내하며 기다리고, 자식이 스스로 행복한 길을 찾기를 바란다. 어떤 친구들은 지금도 자신들의 부모가 요구하는 것이 너무 많다며 나를 부러워한다. 그러나 난 사실 반대로 그런 친구들이 너무 부러웠다. 어디를 가건 자식보다 앞장서서 걸어가고 자식이나 당신을 위해 뭔가를 해결하거나 요구하는 그런 어머니를 가진 친구들이 항상 너무 부러웠다. 지금도 나는 자식 앞에서 너무 착하고 수동적이며 자식을 위해 말없이 인내만 하면서 당신의 모든 삶을 내던진 어머니가 솔직히 부담스럽다. 어머니를 생각하면, 사랑하지만 그 이전에 너무 가슴이 아프고 불쌍하다. 이렇게 자식에게 부담스럽고 죄스러운 부채감을 주는 것 또한 지나친 욕심이나 요구 못지않게 자식을 힘들게 하는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물론 이런 말을 하면 친구들이 안 당해 봐서 모른다며 배부른 소리 한다고들 하지만 말이다. 정말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부모노릇이라더니 그런가 보다.

 

정말 자식을 사랑한다면 자식의 이야기에 먼저 귀를 기울여줄 필요가 있다. 모두가 똑같이 가는 길을 좀 돌아서 가거나 다르게 간다 해도 괜찮다. 오히려 그것이 더 나은 자식에 대한 사랑의 방법일 수도 있다. 자식을 무엇보다도 그 존재 자체로 이해하고 인정하고 사랑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나도 아직 자식은 없지만 조카들을 통해 조금은 부모의 마음을 읽어보곤 하는데 이모라는 자격은 그것이 가능한 것 같기도 하다. 뉴질랜드 친구 U에게는 엔젤만증후군(Angelman Syndrome)이라는 장애를 갖고 있는 아들이 있는데 그들의 모습을 보면 정말 순수하게 맑은 영혼 그대로 서로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고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그들에게서는 어느 비장애인 모자관계에서조차도 볼 수 없는 밝고 명랑하고 행복한 기운이 느껴진다. 나는 그들이 정말이지 아름답다. 

 

부모가 자식에 대해 갖는 감정은 언제나 사랑과 함께 더 잘해주지 못하는 것에 대한 미안함과 연민을 포함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내리사랑이라는 말이 있고 윗사람이 쏟는 사랑만큼 아랫사람이 따라갈 수 없는 것인 모양이다. 부모에 대한 것은 나중에 혹 내게도 자식이 생긴다면 다시 한 번 더 깊이 고찰해 봐야 할 일인 것 같기도 하다. 

 

결론은 자식에게 욕심과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부모 역시 스스로 독립적으로 자신의 삶과 행복을 먼저 생각하는 부모가 가장 좋은 부모가 아닌가 싶다.  

 

송영림  소설가, 희곡작가, 아동문학가                   

■ 자료제공: 인간과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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