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푼첼 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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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푼첼 4편

0 개 1,501 송영림

■ 부모의 양가성

사실 부모가 자식을 품 안에 품거나 내보내는 것은 양면적인 본성이기도 하다. 부모는 자식이 빨리 성장해서 자기 살 길을 스스로 찾기를 바라는 동시에 계속하여 품 안에 가두고 보호하고자 하는 본성 또한 가지고 있다. 그러나 순간순간 어떤 판단이 더 자식을 위하는 길인지 잘 생각할 필요가 있다. 자칫 부모는 자식을 의존적이거나 방치된 존재로 만들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천륜이라고 하는 것은 원하는 대로 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는 원치 않았던 자식을 얻기도 하고 누군가는 간절히 원해도 갖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원하든 아니든 과연 그것이 누구를 위한 것인가? 

 

사람들은 많은 이유를 대며 자식의 필요성을 설득하곤 한다. 부부 간의 애정을 이어주는 끈, 노년의 외로움을 피하기 위해, 자식을 통한 삶의 깨달음, 효도, 생의 숙제, 남들에게 있는 건 다 있어야 하니까 등 여러 가지 이유를 든다. 그러나 정작 자식을 위해 아이를 원하는 부모는 들어본 적이 없다. 모두 다 자신들의 위안을 위해 자식을 원하는 것이다. 이것을 증명하는 것이 바로 아버지가 딸을 내어주는 장면이다. 때로 부모는 본인들이 원해서 생긴 자식을 본인들을 위해 희생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식을 통해 불리한 상황을 피해가고자 하는 것, 또는 본인의 이득을 위해 자식을 희생시키는 부모의 심리 역시 존재하기 때문이다. 

 

부모는 딸이나 아들이 각자의 성에 눈을 뜰 때 걱정을 하거나 불안을 느끼고 성적 체험에 대한 단속을 행사하기도 한다. 그러나 창세기에서도 사랑은 본질적으로 부모를 떠나 다른 사람과 한 몸이 되는 것이라고 한 것처럼, 온전히 성숙한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부모로부터의 의존에서 벗어나 완전한 독립을 이룬 후 다른 사람과 결속하여 자신의 가정으로 확장해야 한다. 

 

라푼첼이 왕자를 만나고 왕자 역시 라푼첼을 만나 한 몸이 되었으나 그들이 탑 안에 있는 동안은 온전히 성숙했다고 보기 어렵다. 그들은 아직 부모로부터 독립한 것이 아니고 여전히 보호 또는 두려움 속에 있는 것이다. 결국 라푼첼은 사막과 두 자녀라는 상징처럼 타인과 관계 맺는 것을 배우지 못한 상태로 혼자 감당해야 할 짐들을 짊어진 채 자신의 가혹한 운명을 개척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부모 역시 더 이상은 머리카락에 매달리거나 그것을 타고 올라가려 하지 말고 가슴이 아프더라도 매정하게 머리카락을 싹둑 자르듯 자식을 사막에 내놓아야만 한다. 그랬을 때 왕자와 라푼첼 두 사람은 온전히 독립적이고 성숙한 상태로 서로를 책임지며 살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왕자의 눈이 멀었다는 것은 아직도 제대로 세상을 보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동서의 많은 옛이야기들 그리고 주변의 많은 아내들이 남편에 대해 말하는 공통점은 한결같이 좀 철이 늦게 든다는 것이다. 역시 라푼첼에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결국 라푼첼은 고통 속에서 겪은 그 가치 있는 눈물로 눈 먼 왕자를 치유하게 되고 그제야 왕자가 밝은 눈으로 세상을 널리 바라보게 되어 진정한 성숙과 사랑의 결실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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