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녀 별곡 (父女 別曲)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권레오
독자기고
새움터
김준
박기태
수선재
김도형
마이클 킴

부녀 별곡 (父女 別曲)

0 개 2,694 오소영

이제 여기 여름도 한국처럼 덥다고 느끼며 무더위 속에서 한 여름을 보냈다.

 

뙤약볕에 불화로처럼 달아오른 어느 일요일 오후.   

 

서늘한 바람 그늘이 그리워 고목으로 울창한 ‘파크’으로 달려갔다.

 

불볕에 둘러앉아서 게임을 하는 강심장의 젊은이들도 있었지만 거의가 나무밑을 차지한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한적한 겨울에 와 보면 인적이 드물어 카페는 폐점으로 차 한잔 마실 곳도 없던데...  

 

새로 생긴 카페까지 사람들로 북적였다.  

 

커피 한잔 시켜놓고 느긋하게 자리에 앉으니 어느새 더위는 저만치 사라져 갔고. 과연 휴일다운 풍경으로 갖가지 사람들 노는 모습을 구경 하는 것도 재미가 있었다.

 

키가 장대처럼 후리후리한 남자가 어깨위에 서 너살 쯤으로 보이는 여자 아이를 무등 태우고 카페 진열장 앞에 서 있다.

 

카페에선 거의 처음 보는 색다른 손님이라 눈길이 그들에게 머물렀다.

 

이것 저것 손가락질로 가르키기도 하고 무언가를 집어서 머리위로 치켜들며 연신 아이에게 주는 시늉을 하는데 아이를 웃기려고 하는 제스츄어 같았다.

 

“재밌는 아빠네...” 

 

나 말고도 보는이들이 재밌어 하는데 웬 일인지 막상 아이는 관심 없다는 듯 딴청으로 시선이 먼 곳에 가 있다. 

 

(뭣 때문에 저리도 화가 나 있을까? ) 

 

바깥 테이블에 자리를 잡은 그 남자는 아이를 의자에 앉히고 안으로 들어가 무언가를 바쁘게 주문을 하고 돌아서서 나가는데 등줄기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배낭을 짊어지고 아이를 그렇게 무등태우고 많이 돌아다닌 행색이 뚜렷했다.   

 

수건을 적셔 손이며 얼굴을 닦아주고 먹을걸 날라오며 아이의 비위를 맞추려 무척이나 애를 쓰는 그 남자. 아이는 계속 시큰둥한 표정으로 앉아만 있다. 차라리 울기라도 했더라면 뭔가 불편해서 그러러니 할텐데 그냥 물끄러미 표정없이 앉아만 있는게 너무 이상했다. 아마 잠에서 덜깬 아이를 아빠가 엄청 귀찮게 하는 모양인가 라고 생각되었다. “저 애는 꼭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 같네” 문득 그런 말이 절로 나왔고 괜스레 웃음도 나왔다.   

 

그런 아이 앞에서 몸짓으로 계속 재롱떠는 아빠가 민망해서 시선을 돌리고야 말았다.

 

“괜한 남의 일에 신경쓰지 말고 커피나 드십시다” 정말로 싸늘하게 식은 커피를 마셨다.

 

나무 그림자가 차츰 길게 드리워질 무렵.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차가 있는 파킹장으로 나왔는데. 키 큰 그 남자가 다시 내 시야에 들어왔다.

 

까만 자동차 뒷 시트 쪽으로 허리를 깊이 숙이고 연신 뽀뽀를 보내고 있었다. 운전석엔 머리 희끗한 노인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앉아 있더니 생각난듯 부르릉 시동을 걸었다. 

 

남자는 아쉬운듯 사라져가는 차를 바라보며 한 발작씩 걸음을 옮겼다. 아까 화사하게 웃던 모습은 어디에도 없고 일그러진 표정이었다. 

 

땀으로 젖은 옷, 아직 그대로 쳐져있는 어깨, 그의 뒷모습이 너무 쓸쓸 해 보였다.  

 

(아! 그런거였구나)   

 

나름 상황이 짐작 되었고 혹시 울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안쓰러움이 순간적으로 느껴졌다.

 

이혼 부부의 아이가 별거의 아빠를 만나는 날 이었나보다. 아이가 낯도 익히기 전에 헤어졌는지?.... 

 

아이는 아빠가 낯설어 내내 무관심이었고 아빠는 그런 딸이 안타가워 친해지려고 재롱떨고...

픽업을 하신 분은 아이의 외할아버지였을까?

 

돌아오면서 마치 내 일이기라도 한듯 마음이 무거웠다.  

 

요즘같은 세상 수 만리 밖에서도 얼굴 보며 통화하고 곁에 있는듯 살아가는데 가까이 있어도 마음이 닫혀 있으니 수 만리 밖 보다도 더 멀고 멀구나.

 

아이는 언제쯤 아빠와 정이 통할까?

 

오늘같은 정성으로 끊임없이 사랑을 베풀면 아빠의 진심을 알고 마음을 열겠지.   

 

그들 부녀가 오늘밤 내 단잠을 빼앗아 갈 것만 같은 불안감이 떠나질 않는다. 내 걱정이 세상을 바꾸는 것도 아니잖은가. 부질없는 노파심은 이제 버려야 편하게 살 수 있음을 아는데도 말이다.

 

11 Great Walks 600여km, 풍광을 카메라에 담다

댓글 0 | 조회 443 | 13시간전
1993년, 낯선 땅 뉴질랜드(New… 더보기

추파카브라 전설

댓글 0 | 조회 127 | 13시간전
— 공포와 현실 사이, 인간이 만들어… 더보기

뜰안의 민들레 꽃처럼 . . .

댓글 0 | 조회 141 | 14시간전
달게 잘 잤는데도 깨어나면 기분이 깔… 더보기

마지막 퍼팅의 압박 – 중요한 순간에 집중하는 법

댓글 0 | 조회 181 | 14시간전
골프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 더보기

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

댓글 0 | 조회 107 | 14시간전
시인 문정희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더보기

뉴질랜드 이민 삶 44년을 회고하며

댓글 0 | 조회 602 | 15시간전
1982년, 키위 구두약의 나라 뉴질… 더보기

뉴질랜드 입법부&행정부와 사법부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

댓글 0 | 조회 401 | 20시간전
예전에 한국의 계엄령 관련 칼럼을 다… 더보기

궁극적으로 괴로움을 없애는 유일한 길

댓글 0 | 조회 251 | 20시간전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 더보기

25. 마우이와 태양을 붙잡은 산 – 기스본의 전설

댓글 0 | 조회 86 | 20시간전
기스본(Gisborne)은 뉴질랜드 … 더보기

매력만점의 은퇴부모 투자이민

댓글 0 | 조회 778 | 2일전
COVID-19 팬데믹으로 말미암아 … 더보기

호주 뉴질랜드 의대 합격의 분기점: 지금 점검해야 할 시기

댓글 0 | 조회 452 | 2일전
▲ 이미지 출처: Google Gem… 더보기

연주 씨의 카드

댓글 0 | 조회 251 | 2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지적 장애를 가… 더보기

2026년 통과된 고용관계법 개정안

댓글 0 | 조회 294 | 2일전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증가시키고 피고용… 더보기

‘취미’와 ‘문제’의 경계선

댓글 0 | 조회 129 | 2일전
- 갬블링 위험 신호 점검뉴질랜드에 … 더보기

개똥걱정 말똥걱정

댓글 0 | 조회 112 | 2일전
1898년 뉴욕에서 세계 최초의 국제… 더보기

6편 – MH370: 사라진 하늘

댓글 0 | 조회 110 | 2일전
“비행기는 사라졌지만, 그 안에 있던… 더보기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 및 선발기준 (의대, 약대, 검안대, 영상…

댓글 0 | 조회 216 | 2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 더보기

병보다 무서운 간병비

댓글 0 | 조회 793 | 5일전
고려 말기의 명장인 이성계(李成桂)가… 더보기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 총정리 (의대 약대 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455 | 7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최근 2년 (2025… 더보기

약 처방, 이제는 12개월분까지 처방 받을 수 있다

댓글 0 | 조회 991 | 10일전

올해부터 바뀌는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MMI 면접방식 (의대,약대,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826 | 2026.03.12
의료계열 (메디컬) 입시에서 가장 중… 더보기

피아노의 영혼

댓글 0 | 조회 258 | 2026.03.11
▲ 이미지 출처: Google Gem… 더보기

인간의 본질적 문제

댓글 0 | 조회 211 | 2026.03.11
저는 불교의 윤회설을 문자 그대로 믿… 더보기

히말라야의 그림자 빅풋과 예티는 존재하는가

댓글 0 | 조회 175 | 2026.03.11
어느 겨울밤, 히말라야의 깊은 산속에… 더보기

나만의 등불 밝혀 내 마음 찾는 여정

댓글 0 | 조회 149 | 2026.03.11
강진 무위사의 ‘보름달 명상 템플스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