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관한 생각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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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관한 생각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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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고슴도치를 보았다.

 

죽은 지 제법 오래 되어 보이는 시체였다. 자주 운동 가는 산길의 나무 울타리 옆에 오도카니 누워 있었는데, 등은 땅에 대고 배는 하늘을 향한 자세였다. 배라고 불러주기도 민망했던 것이, 사실 고슴도치에게 남은 것이라곤 아무 것도 없었다. 두개골의 반쪽이 고스란히 드러나서 새하얗게 탈색된 어금니들이 보였다 (나는 고슴도치에게 그렇게 이빨이 많고, 또 날카롭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껍질, 이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을 텅 빈 가시투성이 가죽뿐이었다. 누가 동그랗고 깨끗하게 파낸 밤송이처럼, 정말 등가죽만 남아 있었고 속은 깨끗해서 처음에는 이곳에 밤나무가 있었나 주변을 둘러볼 정도였다. 벌레조차도 끼여 있지 않았다. 이미 먹어치울 수 있는 부분은 모조리 먹어버리고 나머지는 자연에게 맡겨둔 것처럼.

 

죽음에 있어서 자연은 더없이 냉철하고, 또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후로 운동을 갈 때면 종종 그 시체를 한참 동안 빤히 쳐다보곤 한다. 만져보고 싶은데, 일차적인 역겨움과 왠지 모를 경외감을 넘어서지 못해 건드리지는 못했다.

 

역겨움 - 으로 치환될 수 있을 거부감 - 과 경외감. 죽음을 대하는 생리적 태도이다.

 

뼛속 깊이 충격을 주는 죽음에 그다지 익숙한 편은 아니다. 양가의 조부모님도 모두 살아계시고, 돌아가신 친척들의 장례식에는 종종 참석했지만 한국과 이곳의 거리가 있다 보니 살풍경한 슬픔만 느껴졌다. 그렇기에 나는 오히려 스스로를 기이하게, 그리고 자신의 무감정을 탓했을 정도였다. 아무리 모르던 사람이라지만 그래도 피가 섞인 사람이 죽었는데, 조금 더 슬퍼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라고.

 

물론 지금은 알고 있다. 슬픔은 상대적인 것이라는 것을.

 

죽음.

 

죽음에 대해서는 사실 자주 생각하는 편이다. 절망처럼, 죽음에 대한 생각은 언제나 곁에 있다. 두렵지는 않다. 오히려 기묘한 의지감에 가까운데, 그것은 죽음이 내게는 탈출구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어느 최악의 상황에서건, 아무리 나빠지건 간에 죽음은 언제나 마지막 문지방처럼 내게 남겨져 있다. 그래, 여차하면 이런 방법이 있잖아, 라고.

 

정말, 정말 구제불능의 도피성 성격인 것이다. 그러나 정작 나는 죽음에 가까이 가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죽음에의 위기를 느껴본 적도 한 번도 없다. 그 점은 감사히 생각하고 있다. 죽음은 내게 있어서는 편안하지만 거리가 있는 친구인 셈이다.

 

친구. 죽음은 친구이다. 나쁜 것이나 넘어서야 하는 것이 아닌, 그저 거기에 있는 모종의 과정이자 결과이자 종결이다. 에쿠니 가오리가 표현했듯,“언젠가 우리를 데리러 와줄 베이비시터”와도 같이.

 

죽음에 대비한 방책은 이미 대부분 준비해 놓았기에 별로 두렵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사후 세계를 나는 믿지 않지만, 굳이 있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영원히 잠자는 것, 말 그대로 끝없는 무의식이라면, 그것 또한 나쁘지 않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어차피 우리 모두는 태어나길 원해서 태어난 것도 아니니, 시작했을 때의 스테이터스 쿠오(status quo)로 돌아간들 뭐가 어떻단 말인가. 물론 살아 있는 것이 단순히 의식의 존속이고, 죽음은 그 반대라는 전제 하에.

 

가까운 이가 죽는다면, 물론 나는 슬플 것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슬퍼하지는 않을 것이다. 내 믿음대로라면, 나와 내가 사랑한 사람이 만난 것은 그야말로 확률 게임에 의한 천우신조이고, 함께 한 시간 또한 그 길고 짧음에 상관 없이 더없는 행운이었기 때문이다. 그 순간을 기념하면서 남은 생을 살아가야지만 먼저 떠난 사람에게도 예의이리라.

 

죽음에 대해서는, 별로 많이 무섭지는 않지만, 어째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드는 지라 역시 죽음은 삶과도 닮았다는, 어쩌면 당연한 사실을 고민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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